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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가 칼로 돌변한 사연^^;

아기와 나 조회수 : 1,174
작성일 : 2004-10-25 23:19:19
아침에 아이 학교보내고 창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이 확 들어와요.

아무런 슬픈 일도 나쁜 일도 없는데,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
마땅히 그리워할 사람도 없건만 누군가 그리운것 같기도 하고, 세월 가는게 서럽기도 하고.

가을을 타고 있거든요. 그냥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느낌.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요.

-뭐해요?
-일해.
-오늘은 일찍 와요?
-바빠.

이렇게 이어지는 단답형의 문자메시지에 갇혀 가슴은 더욱 답답해지고, 아기를 안고 무작정 나섰어요.
어디로 갈까? 공원에 가기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찻집에 가자니 아기가 울 것 같고, 버스타고 10분 거리의 코스트코로 갔어요.

행복이 가득한 집 11월호는 아직 안들어왔고, 꼬맹이 할로윈의상은 한번 입을 것인데 5만원 돈이나 하고 그냥 지하로 가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있는 와인 코너에서 권해주는 시음을 하고, 그 옆 스테이크 시식으로 안주를 해결. 비엔나 소세지와 크림 치즈를 잔뜩 발라주는 베이글 까지 시식하자 기분이 훨씬 나아졌어요.

음~ 가을을 탄다더니, 사실은 먹을 것을 탐하는 중인가봐요. 별로 살 건 없구 무지 큰 냉동 블루베리 9900원 한봉지, 무가당 요플레 8개 한묶음 2590주고 사서 다시 버스 타고 집으로 왔어요. 이론여왕님이 알려주신 머핀을 해봐야지 맘먹었지만, 귀찮아서 계속 블루베리에 요구르트를 얹어 먹었어요.

10시쯤 남편 등장!

-얼굴이 왜그래?
-뭐가요?
-요즘 너무 힘든가보다. 애들이 너무 보채나? 보약이라도 먹어야하는거 아니야?
-웬 보약?(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그러지, 의아해하며)
-이거 당신 써.
-엥?

갑자기 상냥하게 돌변해서 아기까지 봐주고 금일봉을 내어주는 남편의 태도에 어리둥절하다, 화장실가서 거울을 보고 나서야 그이유를 알았답니다.

보라빛으로 창백하게 변해버린 입술! 너무나도 하얗지만 넙적한 내얼굴을 바탕으로 블루베리를 사정없이 먹어버린 이 입술은 많이 아픈듯한 병자의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으니, 흐흐흐

남편이 준 돈은 조만간 구입할 칼 값의 일부를 부담해줄 것이고,
오늘 사온 냉동 블루베리는 혼자서 살짝 다 먹어치워서,
이 비밀을 영원히 봉인할까 합니다.
IP : 61.74.xxx.109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르미온느
    '04.10.25 11:22 PM (211.181.xxx.28)

    ㅋㅋㅋ...블루베리가 효자네요...^^
    근데, 이거이거 은근히 닭인걸...~0~0 (돌 두개 굴리고 =3=3=3 )

  • 2. 지윤마미..
    '04.10.25 11:27 PM (211.204.xxx.182)

    저도 그 방법을 써 볼까요?
    ㅎㅎㅎ
    기분 업 되신 좋은 날이시네요..

  • 3. 마농
    '04.10.26 12:34 AM (61.84.xxx.28)

    ㅎㅎㅎㅎ.....
    냉동블루베리가 갖고 싶어졌어요..

  • 4. simple
    '04.10.26 1:00 AM (218.49.xxx.176)

    블루베리... 기다려라... 내가 간다~

  • 5. 헤스티아
    '04.10.26 1:14 AM (221.147.xxx.84)

    쩝.. 오늘 코스트코 갔었는데, 사올걸 그랬네요.. 남편은, 제가 수퍼우먼인줄알아요..

  • 6. 헤스티아
    '04.10.26 1:14 AM (221.147.xxx.84)

    힝.. 내일 조스바 사 먹어야지...-.-;;

  • 7. 마농
    '04.10.26 1:17 AM (61.84.xxx.28)

    ㅎㅎㅎㅎ;;;조스바...마저마저..훌륭한 대용품이네요.
    근데 조스바는 단점이 혀내밀면 바로 들킴... ㅡㅜ

  • 8. tazo
    '04.10.26 1:39 AM (64.229.xxx.79)

    하하 죠스바..죠스바는 구하기힘드니 저는 블루베리로..근데 아무리 입술이 퍼래있어도 저는 이런행운이 안오던걸요^_^;;

  • 9. 향설
    '04.10.26 1:40 AM (221.139.xxx.72)

    앗,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저도 갑자기 블루베리를 사고 싶어졌다는...

  • 10. tazo
    '04.10.26 1:43 AM (64.229.xxx.79)

    갑자기궁금해져서 한국에서도 할로윈을하나요? 그건 정말 북미만 하는 희안한 (?)풍습인데..

  • 11. beawoman
    '04.10.26 5:34 AM (61.85.xxx.146)

    아이구 부러워라

  • 12. 이론의 여왕
    '04.10.26 9:44 AM (220.86.xxx.28)

    ㅋㅋㅋ 중간에 제 이름이 나와서 깜딱 놀랐사옵니다.
    저도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한의원 갔는데
    의사샘이 혀 내밀어보라캐서..........
    크.. 샘 표정이 참으로 거시기했죠. 캬캬..

  • 13. 이론의 여왕
    '04.10.26 9:45 AM (220.86.xxx.28)

    근데 그 많은 냉동블루베리를 어찌 몰래 처치(?)하시려구요? 움핫핫핫... (웃음이 계속 나요.)

  • 14. 강아지똥
    '04.10.26 10:35 AM (61.254.xxx.235)

    ㅋㅋㅋㅋ 즐거워여...^^

  • 15. fairylike
    '04.10.26 3:58 PM (222.101.xxx.243)

    한참 심각하게 읽다가.......진짜 재밌네요...;;;

  • 16. 김혜경
    '04.10.26 11:54 PM (218.237.xxx.108)

    ㅋㅋ..저도 당장 내일 냉동블루베리 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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