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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먼저 변해라

장수산나 조회수 : 1,549
작성일 : 2004-07-29 09:05:12
도봉산 여성봉으로 올라가 능선을 타고
만장봉밑까지 가설랑은 송추폭포로 내려오는
제법 긴 코스의 등산을 했더만  다리를 절뚝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중임다.

함께 갔던 루치아형님은 5학년이신 양반이 기운도 좋치~~~
이른아침에 누군가 띵똥~하고 벨을 누르길레
엉금엉금 기다시피 나갔더니만  모자쓰고 반바지차림의 루치아형님이
서계시는거 아닙니까!
"수산나, 고봉산 가자~~"
그러시믄서요.

"아이구, 형님~~ 수산나쫌 살려주시구랴~~
내 몰골을 쫌 봐요. 내가 지금 고봉산가게 생겼는지~~~"
팅팅부은 얼굴하며, 벌벌기듯 걸어댕기는 꼬락서니를 보시더니
형님도 고봉산은 무리겠다 싶으신지 주저앉아 오전내내 수다를 떨며
재미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루치아형님은 올해 97세되신 시할머니, 시아버지,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입니다.
그 와중에도 매주 금요일이면 여의도성모병원으로 호스피스활동을 가시고
틈틈이, 짬짬이 등산을 즐기십니다.

등산을 다녀와야 삶의 에너지 충전이 된다는 루치아형님은 내년에
히말라야등반 계획을 잡아놓고 있는 파워 5학년 4반임다.

시할머니께서는 다리에 힘이 없어서 일어서지만 못하실뿐,
97세되신 노인이라는게 믿기 어려울만큼 정신이 맑고 초롱초롱 하십니다.
그러니 앉아서도 당신방은 스스로 먼지하나 없을만큼
깔끔하게 쓸고 닦고를 하신다고 합니다.

늘 바쁘고 분주한 루치아형님이 어쩌다가 걸레를 다용도실에서 빨아설랑은
할머님께 얌전하게 대령하지 몬하고 휙 던져드릴라치믄 꼭 한말씀 하신답니다.
"아이구, 얘야~~ 나는 니가 뭐 맛난거 던져주는줄 알았다~~"
그럼서요. ㅎㅎㅎ

할머님이 잠드시기 전에 반드시 주전자에 물을 받아서 머리맡에 두어야 하는데
어쩌다 까먹는 날 아침이면 할머님께 죄송스러워 어쩔줄 모르는 손주며느리에게
그러신답니다.
"괜찮다~~ 이 주전자는 밤새도록 물이 솟아나는 주전자더구나~~"

유머100단 시할머니께서도 정정하신데 오히려 시어머님께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매일 누워계시니 형님걱정이 태산입니다.
순서대로 돌아가셔얄텐데....하면서요.

편찮으신 시어머니께서는 연세답지않게 정정한 시할머니를 보고
며느리에게 그러신답니다.
"얘야, 아마도 저승사자가 명부에서 니할머니 이름은 지웠나부다~~"고요. ㅋㅋㅋ....

우덜이 시어른을 세분이나 모시니 형님이 너무나 힘들겠어요 라고 할때마다
루치아형님이 늘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할머님이나 어머님 같은분은 열명이 더 계셔도 난 하나도 안 힘들어~"
천하무적 루치아형님의 가장 난코스는 편찮으신 마나님에 비하면 청년같이 펄펄하신
시아버님~~~~

시아버님의 강한 성품과 도전정신이 투철한 루치아형님의 불꽃튀는 전쟁스토리는
거의 드라마임다. ㅋㅋ...
(남의 집 사생활이라 공개불가~~~*^^*)

어느날은 루치아형님이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면서 열심히 기도를 하였답니다.
제발 우리 아버님을 변화시켜돌라꼬....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이러시더랍니다.
"루치아.....니가 변해라, 니가 먼저 변해라~~~"

머리에 망치를 맞은듯한 기분이였다고 합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니가 먼저 변해라'의 결과는?
시아버님과 감동의 화해를 하게 되었다는 스토리 역시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였답니다.
(그날 소주를 한박스나 비웠다는 전설이.....ㅋㅋㅋ)

시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신 요즈음 산에 통 못갔더니
눈가에 진물이 생기고 코도 헐고 온통 몸에 탈이 생긴 루치아형님~~
산이 애인이요, 연인이요, 삶의 에너지원이라 산을 못타면 탈이 나는 루치아형님의
영원한 산길동무가 되고 싶은게 수산나의 소원이랍니다.

자고로 사람이 좋은물에서 놀아야지 뭣이라도 하나 배우지 않겠습니까?
루치아형님이랑 놀은 날에는 하루가 배부릅니다.
말씀으로 배를 채우므로......ㅎㅎ






IP : 211.222.xxx.2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모로소
    '04.7.29 9:17 AM (220.75.xxx.114)

    수산나님 반갑습니다.
    다른 싸이트에서 뵌것 같아요.주부...싸이트였던것 같은데...
    그곳에서도 제가 수산나님 펜이였는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2. 싱아
    '04.7.29 9:19 AM (220.121.xxx.125)

    수산나님의 홈에서 이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루치아님이나 수산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꼭 뵈오리라.....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집니다.

  • 3. 미스테리
    '04.7.29 9:32 AM (218.145.xxx.143)

    멋진 시 할머님과 손주며느리의 아주 이상적인 모습이네요!!!
    "니가 먼저 변해라" 이말이 지금 제가슴을 막 쿵쾅쿵쾅 두들깁니다...^^

  • 4. 각시풀
    '04.7.29 10:17 AM (211.106.xxx.236)

    수산나님^^* 이글 제가 가져갑니다. 울 딸 읽히게....
    오늘도 행목하게 지내세요

  • 5. jasmine
    '04.7.29 10:29 AM (219.248.xxx.27)

    장 수산나님, 로긴 좀 하고 제게 쪽지 보내주세요.
    지난 번 말씀 하신, 팬션때문에요....꼭, 부탁드립니다.

  • 6. 장수산나
    '04.7.29 12:04 PM (211.222.xxx.24)

    자스민님~ 저....쪽지 보내는거 할 줄 몰러유~~
    zzangsusanna@hanmail.net이 저의 이멜이구요.
    jangsusanna.net가 저의 홈이니 글루 오셔요.

    팬션때문이라면 팬션 전화번호가 033-434-9398 011-1723-9332
    홈주소는 www.gallerypension.com임다.

    팬션지킴이 장은숙님께 수산나가 소개를 해주었노라 하믄 아마 반가워하실겝니다.
    너무 바뻐서 인터넷예약을 당분간 못받고 전화예약만 받고 있더군요.
    홈에 가셔서 한번 둘러보셔요.
    예약을 하시려면 조금 서두르셔야 할 것 같아요.

    미흡한 점이 있으면 저의 홈이나 이멜로 알려주셔요.

  • 7. 장수산나
    '04.7.29 12:11 PM (211.222.xxx.24)

    아모로소님~ 아마 사이버주부대학에서 뵜나보네요. 그쵸?
    아이구 못난사람 팬을 해주시니 을매나 감사한지....감사 큰절 받으소서(꾸우벅~~~*^^*)

    싱아님~ 일산 경빈마마님네 놀러오시믄 저두 놀러가지요~~저도 싱아님 뵙고 싶네요.

    미스테리님~ 사람은 늘 내 기준에다 상대를 자꾸 맞추려고 하잖아요. 그게 전쟁의 시작이더라구여~
    나이를 먹으니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걸 배우게 되요.
    너그럽다는게 바로 '너,그렇구나~~'라는 말의 변형이라네요.
    참 좋은 말이죠? '너,그렇구나~~~~'

    각시풀님~ 혹 환경단체 풀꽃세상 회원이세요? 그곳에선 모두 이름뒤에 '풀'을 붙이잖아요.
    저두 회원이긴 한데.....회비를 넘 오래 안내서리.....ㅎㅎ

  • 8. 소금별
    '04.7.30 10:54 AM (218.53.xxx.39)

    참 조은 이웃을 두셨네요..
    저기 위에 제가 시댁과 휴가를 가게되서.. 힘들다구 푸념을 했더니 어느분께서 이글을 말씀하시기에.. 읽어봤답니다..
    많이 생각하고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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