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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장수산나 조회수 : 913
작성일 : 2004-05-31 17:29:30
* 눈비비고의 착각


어느날은 학교에서 돌아온 눈비비고가 갖은 호들갑을 다 떨며
하는 말이 드디어 자신의 이상형을 만났다는 것이였습니다.

Y대에서 교생이 왔는데 눈비비고가 죽고 못사는 클릭비멤버 중에
하나인 연석이오빠를 닮았다나요?

웃는 모습, 머리 쓰다듬는 모습, 고개숙인 모습.....어느것 하나
멋지지 않은게 없다며 학교를 간다는게 이렇게 가슴이 설레일 수가 없다고
난리입니다.

그렇게 갖은 호들갑을 다 떨며 자신의 이상형을 만난것에 대해서
기쁨에 차 있더니만....한 이주일이나 지났을까요?
더 이상 교생샌님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교생샌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코털이 코 바깥으로 삐죽하니 튀어나온걸 발견했답니다.
그 코털을 보는 순간 확 깼다네요. 허허, 참~~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코털이 지저분하게 바깥으로 나온 남자는
질색이라며 정말이지 실망이야, 실망! 을 연발 하더군요.



* 눈비비고엄마의 착각


수산나도 눈비비고의 나이쯤에 혼자서 짝사랑하던 오빠가 하나
있었더랬습니다.

둘째언니가 지갑을 잊어버렸는데
우리동네 근처에 사는 예쁘장하고 귀공자타입의 남학생이 그 지갑을
줏어서 울집까지 갖다준 인연으로다가 알게된 오빠였습니다.

수산나와 학교가 같은 방향이라 등하교길이면 우연히 마주치곤 했는데
키도 크고 얼굴도 하이얀 그 오빠를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는 날이면
괜스리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고 숨이 자꾸 찬것이 손끝이 싸늘해지곤 했습니다.

오빠는 특별한 인연으로 알게된 누나(남자형제만 수두룩한 집안이라 둘째언니를 친누나처럼 따랐슴)의
여동생으로만 여기는듯 만나면 반갑게 머릴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책가방도 받아주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우연이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같은 버스를 탔는데 빈자리 하나가 나자
수산나를 앉으라고 배려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얌전히 앉아 내 책가방과 나란하게 오빠책가방을 받아서 무릎에 올리고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앗! 오빠의 바지주머니 밑이 뜯어져서 흰색깔의 속옷이 보이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순간 눈비비고의 말대로 확! 깨더구먼요.

그다음 부터는 그 오빠가 하낫두 잘생겨 보이지 않았을 뿐아니라
저멀리서 오빠가 보이면 일부러 숨어있다가 다른 버스를 타곤 했습니다.
나의 변덕에 나도 놀랐더랬습니다. ㅋㅋㅋ

어른이 되어서 우연히 김형석님의 에세이를 읽는중에 그런 글귀를 발견했습니다.
'사랑은 착각이다, 그런데 착각에서 깨어났을때도 여전히 내 마음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진짜 사랑일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건 단순히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었을 뿐이다.
뭐 대충 그런 요지의 글이였던것 같습니다.

하하...그렇구나,
그렇게 숱한 착각을 거듭한 끝에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되는거로구나 라고
나름대로 내 생애 아주 소중한 지혜하나를 터득하게 되었지요.

우리딸 눈비비고도 아마 엄마처럼 많은 착각을 거듭거듭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될꺼라고 이야길 해줬습니다.

그날을 위해....
늘 등불을 켜고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마음도 몸도 어여쁘게 키워가길 눈비비고의 엄마는 기도했답니다. *^^*


IP : 211.227.xxx.7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장수산나
    '04.5.31 5:32 PM (211.227.xxx.75)

    눈비비고는 수산나의 딸인데 올해 고1, 열일곱살입니다.
    그 얠 보면 참 부럽습니다.
    나두 저런 때가 있었는데.....싶어서 울딸이 재재거리며 참새처럼 떠드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늘 바보처럼 입을 헤에~ 벌리고 웃으면서 눈비비고의 이야길 듣곤 한답니다. ㅎㅎ...
    님들두 모두 딸들한테는 팔불출이죠? 그쵸?
    나만 그런가?

  • 2. 푸우
    '04.5.31 5:34 PM (218.52.xxx.117)

    저희 시누이 딸도 맨날 재재거리며 엄마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더군요,,
    딸이랑 엄마는 딸이 자라면서 친구가 되는것 같아서 부럽더라구요,,
    아들이랑 엄마는 점점 멀어지던데,,

  • 3. 김혜경
    '04.5.31 11:06 PM (211.215.xxx.145)

    하하...부럽습니다...울 딸은 입이 너무 무거워 재재거리고 얘기하지 않아 재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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