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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로 인해 찾아온 행복
일타 조회수 : 1,121
작성일 : 2004-05-11 00:39:35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 같죠?
어린이날 새로 장만한 식기 세척기가 너무나 신기하고 좋아서 잠도 안오고 수다라도 떨고 싶어 여길 찾아 왔어요.
올해로 결혼 7년째
대학교 2학년 때 첫눈에 반한 내 남편...그 후 7년 간의 오랜 기다림 끝에 신랑과 드뎌 결혼을 했죠.
허나 저희의 시작은 참 소박했습니다.
시댁에서 집장만하라고 주신 돈은 단돈 5백만원.
겨우 직장 대출하야 3평짜리 원룸에서 신혼을 시작했죠.
다행히 신혼집이 적어서 살림살이 장만할 것이 거의 없었죠.
TV는 제가 자취할 때 쓰던 거 가져오고, 냉장고, 세탁기만 샀습니다.
그래도 그땐 참 행복했죠.
허나 IMF도 저희 가정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더라구요.
저희는 아니지만 저희 시어머님이 하시던 조그만 가게가 어려워져 거의 1억 정도의 빚을 저희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어요.
배속에는 사랑스러운 제 딸애가 있었는데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남편 월급은 이미 차압당하여 반 정도만 나왔고, 이자는 계속 나가고...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더라구요.
출산하고 나서 제가 다행이 취직이 되어 맞벌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딸애는 친정 어머님이 봐주시구요.
정말 전 밤낮없이 일했죠. 일주일에 평균 하루는 철야에, 저녁 9시 이전에 집에 들어간 날이 한달에 5일 정도...남들도 다들 힘들게 직장 생활하시지만 제 경우 체력적으로 넘 힘들었어요.
버는 만큼 쓰면 그 많은 빚 갚을 수 없을까봐 먹는 것 말고는^^;; 정말 열심히 아꼈습니다.
제 딸래미 4살 때까지 번듯한 옷 한 벌 사준 기억이 없어요.
직장의 여자 동료들 아이 옷 재활용하며, 친정 엄마가 아파트 재활용에서 멀쩡한 옷 가져와 다시 디자인(?)하여 깜쪽같이 다른 옷으로 만들어 입히고 했으니...
그렇게 4~5년 간 열심히 남편하고 일하다 보니 어느덧 그 많던 빚을 다 갚게 되었습니다.
통장에서 빚과 이자가 더 이상 나가지 않던 날 저희는 둘이서 마주 앉아 소주를 나누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죠.
7년 째인 지금 다행히 작은 평수의 집도 하나 장만했지만 그동안 치열하게 살다보니 신혼 때 사왔던 세탁기와 냉장고 말고는 늘어난 세간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드뎌 큰 맘 먹고 식기 세척기라는 것을 장만했습니다.
아직도 맞벌이하느라 밥은 겨우 해먹지만 설겆이하고 나면 너무 피곤해서 남편 커피 한 잔 끓여줄 여유가 없더라구요.
오늘...
맛있는 저녁이 끝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아둔 그릇을 세척기로 집어넣고 작동을 누르는 순간 이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여보, 커피 한 잔 끓여줄까?"
그 전 같았으면 막 설겆이하는데 남편이 차 한 잔 끓여달라고 하면 짜증부터 났거든요. 앉아서 tv나 보면서 설겆이하는 저에게 커피 끓여달라고 한다고
허나 이제 정말 여유 있게 남편에게 더 신경써줄 수 있어 아까 그 말을 하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말 없이 열심히 일해서 힘든 고비를 같이 넘어준 고마운 제 남편
그런 남편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끓여줄 시간과 힘을 벌어준 고마운 식기 세척기
많은 돈이었지만 결코 아깝지 않았던 지출이었습니다.
IP : 219.251.xxx.11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고릴라
'04.5.11 1:14 AM (211.215.xxx.220)정말 요긴한 물건(?) 장만하셨네요.
저는 벼르기만 하다가...결국 언니한테 물려받기로 했어요.
정말 축하해요.
축하할 일 맞죠?2. 키세스
'04.5.11 1:33 AM (211.176.xxx.151)행복 맞네요. ^^
그리 어려운 일 해내신 거 장하시다고 칭찬 해드리고 싶어요.
정말 옛말하고 사시는 행복한 부부시네요.
그 행복 평~~~생 간직하세요. ^^3. 지윤마미..
'04.5.11 8:58 AM (221.158.xxx.6)정말 따스한 행복이 느껴집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4. 롱롱
'04.5.11 9:32 AM (61.251.xxx.16)식기세척기 장만 잘 하셨어요.
그동안 열심히 사셨으니 앞으로는 좋은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저는 식기세척기 있어도 남편 커피 잘 안끓여주는데. ^^;;5. 요조숙녀
'04.5.11 11:11 AM (61.79.xxx.155)열심히 사신 일타님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렇케 열심히 사셨으니 분명 복 받으실겁니다.
부럽습니다6. 분홍줌마
'04.5.11 12:02 PM (218.237.xxx.140)장하세요~
일타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가족을 생각하는 마음,,,,7. 야옹냠냠
'04.5.11 3:06 PM (222.99.xxx.27)저하고 비슷하게 시작하셨네요.
모든 걸 다 갖추고 풍족하게 시작하는 신혼도 행복하겠지만 살아가며 하나씩 장만하는 기쁨은 아마 그 이상인 것 같아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더 뿌듯하고 행복하게..앞으로도 항상 행복하세요.8. 나래
'04.5.11 6:50 PM (203.246.xxx.177)일타님의 커피 한잔 끓여줄까..?
진한 감동입니다. ^^
요즘 82쿡에만 오면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9. 김혜경
'04.5.11 8:39 PM (211.215.xxx.162)가슴이 찡합니다...이젠 좋은 일만 가득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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