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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 말하는가 ?

집이야기 조회수 : 1,242
작성일 : 2004-05-06 20:09:58
린이는 세살이 다 되도록 말을 하지 안았습니다.
잘 웃고, 말도 잘 알아 듣고. 만들기를 좋아 하고,
뛰어난 공간 지각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기어 다니면서 예쁜 꽃 앞에서는 잠시 머물러 바라 볼 뿐.
꺽어보거나 흐트려버리지 않는 신기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말은 하지 안았습니다.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 할 즈음에 친구들은 소아정신과를 알려주었습니다.
정말 병원에 갈 일인가?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은 거의 다섯살 되도록 말을 못했어도
지금은 멀쩡하다시면서 펄쩍 뛰시구요.
친정 어머니는 유난 떨지 말고 기다리라고.....
솔직히 병원이 가깝기만 했어도 갔을 것입니다.

아이은 그 예쁜 두 눈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믿고 기다려 보자.
그 아이 약속 대로 한참 후에 말을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네살이 넘어서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아빠보다는 훨씬 빨랐답니다. ㅎㅎㅎ
그러나 그 아이는 요즘 다른 아이 같지 않게 말이 어눌했습니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였으나,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여전히
눈으로 말하였습니다.

여섯살이 되던 때 까지 한글을 전혀 못 읽었습니다.
주변의 똑똑한 다른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는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저의 방학을 기다려서 아이를 잡고 앉았습니다.

ㄱㄴㄷㄹ... ㅏㅑㅓㅕㅗㅛ...  어머니 아버지 기차...
열심히 설명하는 엄마의 설명들을
열심히 듣던 아이는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습니다.
하나도 안듣고 있었습니다.
동글동글 맑은 눈만 깜빡이는 아이.
바보? 내 아들이 바보? 화가 나더군요.

엄마의 낯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그아이는 더이상 눈으로 말하기를 포기하고 천천히
"엄마, 나는 아직 때가 아닌가 봐요."
그럼 언제가 때인가 싶었지만, 책을 덮고
그래 또 기다리자.

유치원에서도 한글 교육은 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사람만 지도해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그아이 쓸 줄 아는 한글은
딱 자기이름 두글자 최 린이었지요
(이름을 좀 길게 지어 줄 것을 후회했습니다)

어느날 받아쓰기 빵점 받았습니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터지더군요.
그 아이 위기감을 느꼈는지 몇주후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왔습니다.
그후론 100점 구경 별로 못했습니다만....
그렇게 또 약속을 지켰습니다.

시골에 살았기에 그 아이 독특한 대화법에
성급한 이 에미도 기다려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옆에서 지혜를 나누어 주시어
조급한 이 에미도 겨우 참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말 잘하는 엄마가 줄줄줄 야단을 치고나면,
아무말 못하고 그 큰 두 눈에서 야속한 눈물만 흘려냅니다.  
그 후.
말 잘하는 이 에미가 스스로 미워집니다.
미안해 하는 엄마를 위로하는 마음이 더 고운 아이
이 험한 세상 살아갈 그 아이에게 주님의 은총 만이
도움이 되실 것을 믿습니다.

진정 말 잘하는 법을 그아이에게 배우려합니다.
IP : 211.221.xxx.10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4.5.6 8:26 PM (213.6.xxx.146)

    ....

  • 2. 키세스
    '04.5.6 9:24 PM (211.176.xxx.151)

    많이 힘드셨죠?
    제 친구가 다섯살 때 처음 '엄마'라고 했대요.
    저도 잘 몰랐었는데 말이 늦다고 공부를 못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어요.
    제 대학 동기고 유능한 직장인이예요.
    둘이 어울려 다녔는데 저는 조잘조잘 말 많은 아이고 ^^;; 그애는 과묵한 아이여서 참 안어울리는 애들끼리 둘이 붙어다닌다고 그랬었는데...
    저는 생각 깊은 그애가 참 좋았고 가끔씩 툭툭 던지는 농담에 배를 잡았었어요.
    그 애 어릴 때 모습이 린이와 비슷했겠네요. ^^

    써놓고 보니까 애인 이야기 같네요.
    남자친구 아니고 여자친구예요. ^^;

  • 3. tiranoss
    '04.5.6 9:30 PM (220.70.xxx.51)

    가슴아픔이 그대루 전해 오네요 그래두 잘 참구 기다려 주세요
    잘하실거예요 아이두 엄마 마음 잘 알거예요

  • 4. 김혜경
    '04.5.6 9:58 PM (211.215.xxx.242)

    아이가 참 맑아보여요...

  • 5. 커피나무
    '04.5.6 11:44 PM (211.118.xxx.3)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저만해도 5살때까지 책은 열심히 봐도 말을 안했다고 하더군요. 기껏 입을 열어도 알아들을수 없는 말만 웅얼웅얼했다나요. 엄마도 제가 벙어린줄 알고 속상해 하셨는데 5살쯤에 어느날 갑자기 말을 하더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굳이 말을 안해도 주변에서 알아서 해줬기때문에 부족한게 없어서 그랬지않나..생각을 합니다. ^^;
    혼자서 노는걸 좋아하거나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는 말이 늦는 경우가 종종 있대요.

  • 6. 집이야기
    '04.5.7 5:33 AM (211.221.xxx.221)

    여러분,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린이는 이제 말 잘 해요. 보통 아이들 처럼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키세스님 친구분 처럼 논리적으로 차분히 이야기 하면 제가 져요.
    단지 제가 가장 무서운 것은 그런 아들 키우는 제가 너무 성급하기 때문에,
    듣기 보다 먼저 말하기에 익숙하다는 사실 입니다.

  • 7. 경빈마마
    '04.5.7 7:51 AM (211.36.xxx.98)

    우리 엄마들이 제일 못하는 것이 참고 기다려 주는 것이 부족하다고 하더이다.
    많이 반성하는 하루가 됩니다.

  • 8. 겨란
    '04.5.7 8:20 AM (211.119.xxx.119)

    핫 우리 어머니 말씀이 저는 걷기 전부터 누워서 말을 했다고 하던데 뭐 그것도 좋지만은 않답니다. 전 괴물 취급 받았아요 우후후 넌 좋은 엄마 둬서 좋겠다 얘!!

  • 9. 김민지
    '04.5.7 9:42 AM (203.249.xxx.143)

    그래요, 기다림.
    아이 키우면서 절실히 느끼는 말인것 같아요.

    기다리면 언젠가는 하게 되는것들을 엄마인 나는
    왜 기다리지 못하고 닥달하고 채근하고 아이가 절망하게 만드는지...
    어제 밤에 있었던일, 엄마가 미안하구나...

  • 10. 남이
    '04.5.7 12:42 PM (218.51.xxx.61)

    집이야기님 글을 읽다 보니 십여년전 저의 모습을 보는듯 하네요 저도 큰아이가 아주 늦게까지(4살)말을 못해서 많이 속상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 집이야기님처럼 기다리지 못하고 병원에 가서 CT촬영하고 TV에서 자폐증 비슷한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해 울고불고...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던게 아이한테 오히려 더 말을 늦게 하는 원인이였던거 같아요 지금은 이 아이가 자라서 중3인데 아주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답니다 조바심내지 마시고 지금처럼 느긋하게 지켜보세요 아마도 제 경험으론 그게 아이한테 젤 큰 도움일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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