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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이의 일기-2

아라레 조회수 : 1,225
작성일 : 2004-04-12 23:48:20
4월 8일

엄마가 아침부터 무척이나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자, 맘껏 먹어라.. 떨어져 나갈 정도로..이것두 마지막이니라."하더니
정말 평소와 다르게 실컷 엄마찌찌를 갖고 놀도록 해주었다.
좀 오래 빨았지..싶어서 슬쩍 눈치를 봐도 괜찮다며 다시 넣어주고
내가 질근거리며 씹었을 땐 살짜꿍 살기가 비치는가 싶더니 것두 잠잠..
음..분명 뭔가 있어. --_--

"어떻게해.. 오늘부터 약먹어?"
"그럼. 모질게 맘먹어야지 안그럼 뭐하러 여길 왔냐."
"난 서서히 줄여서 끊을라고 그랬지"
"얼씨구. 그게 니맘대로 되는줄 아냐?"

한참을 할머니랑 엄마가 내 눈치를 보며 쑥덕대더니
젖을 먹어 별 생각이 없는데도 국에다 잔뜩 만 밥, 바나나, 우유, 요쿠르트를
연이어 나에게 먹이기 시작하더니(헉헉..)
밖으로 산책을 나가잰다.

밖엘 나가니 봄이다.
온통 꽃잎들이 지저귀고 새들이 울긋불긋하고..(바뀐 표현인가? -_-a)
엄마랑 놀이터에 가서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좀 피곤해서 엄마가 안아주었으면 싶어
손을 뻗쳤는데 엄마는 단호한 표정으로
"안돼. 피곤해도 니가 쭉 걸어. 그래야 자지."
하며 꿋꿋히 날 걸렸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무시하고 4층까지 구보행군을 시키기까지...

집에 돌아와 씻고 입가심으로 보리차를 마시고 나자
깜빡깜빡 졸음이 쏟아진다. 흐응... 이럴땐 엄마젖 물고 자면 딱인데.
엄마가슴팍을 더듬으니 헉! 없다. 없다! 없다..!!
푹신했던 엄마가슴은 어데 가고 탄력도 예전같지가 않다.
옷을 들추니 웬 흰천으로 꽁꽁 싸매어 놓아 내 찌찌가 보이지도 않는게 아닌가. ○_○;;

일단 상실감과 허전함에 몸부림을 치며 울어보았다.
할머니랑 엄마는 궁둥이만 토닥거려 줄 뿐 정작 가슴은 내놓으려 하질 않는다.
어...? 어...? 근데, 더 울어야 하는데... 더 치대야 하는데...
넘 피곤하고 졸립다. 눈이 점점 무거워 진다...
마지막으로 감겨지는 눈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건
승리의 미소를 띄우며 할머니와 눈짓을 주고 받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4월 10일

아, 정말 미치겠다. 왜 이 화창한 봄날에 맨날 집에서 누워만 있는거냐구.
할머니랑 소파가 일체화가 되어 있는 모습은 정말 화가 난다.
사람이 활기차게 돌아다녀야지 맨날 누워만 있음 되겠냐고요오...
일단 눕질 못하게 쿳션빼기, 머리 끄들리기등을 한다.

"야아~ 와서 얘 좀 봐라. 당췌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보네."

엄마는 컴을 하다 득달같이 달려와서 또한번 빼액 소리를 지르더니
내 손엘 먹을 걸 쥐어준다. 흠.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갈... 어린 아기가 나다. -ㅅ-

다 먹고 나서 잠시 잊었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려 하자
서둘러 옷을 입히더니 또 산책을 나가잰다.
평소에도 이렇게 좀 하지, 왜 여기 와서 이렇게 산책을 자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깥바람을 쐴 수 있다는건 무척이나 좋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가.
요새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것 같다.
먹고, 배부르고 산책까지 갔다오는 건 생생한데 그 다음부턴
흐릿하고 피곤한 정신이 내 가녀린 몸을 짓누른다.

엄마젖을 맘껏 빨고 싶어서 울음이 목안에 가득 찰때면
내 입엔 울음대신 다른 먹을거리가 들어있고 엄마품이 아니라
할머니품에서 잠을 드는 날이 많다.
음... 도대체 나에게 무슨짓을 저지르는 거야?
자꾸 졸립다.... 엄마 찌찌를 못본지도 벌써 삼일째다.


4월 11일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자꾸 부아가 치민다.
끌고 다니던 달팽이가 또르륵 소리내는것도
푹신한 공이 굴러다니는 것도, 지붕차도 다 짜증난다.
뭔가 2%부족해. 뱃속은 가득하지만 내 가슴속을 휑하니 뚫고 지나가는
이 허전함과 섭섭함은 뭐란 말인가.

엄마는 소파에 앉아서 십자수를 하고 있다. 일단 다가가서
엄마가 갖고 있던 것을 휙 잡아채서 패대기를 쳐보았다.
엄마가 소리 지르기 바로 직전, 나는 내 기분이 지금 무지 안좋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지붕차랑 목마를 넘어뜨리고 달팽이도 집어던지고
온 바닥을 뒹굴며 버둥댔다.

어때, 이쯤하면 내가 심난하다는 걸 알겠지.
어서 젖을 내놓으란 말야.

엄마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할머니랑 이모가 나와서 보고있다.
옳지! 최후의 필살기.
벽쪽으로 굴러가서 내 온몸을 디밀기 시작했다.

"야, 얘 왜 이러니? 대단하네. 뗑깡도 저런 뗑깡은 첨 본다."
"냅둬. 저런다고 벽이 무너지나. 쟤 지금 탁본찍는 거야. 탁본.
야야, 얼굴도 찍었으면 뒤로 돌아서  엉덩이도 찍지 그러냐?"

-_-;; 엄마는 정말 강적이다.
결국 눈물콧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씻겨주고 달래주는건 할머니다.
그래... 내가 할머닐 봐서 참는다.

어제 내 손을 씻겨준다며 날 들어올리다가 할머니는 허리를 삐끗하셨댄다.
병원에 갔던 엄마가 들어와서 그 말을 듣더니 바로 나에게
"얏! 너 땜에 울 엄마 다쳤잖아?!" 한다. 아, 정말 서럽다.
젖도 안주면서 별소리를 다한다.
이럴땐 평소 가소로와서 탁탁 치기만 했던 아빠의 젖꼭지마저 그리웁다...ㅠ.ㅠ

IP : 220.118.xxx.186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현석마미
    '04.4.12 11:58 PM (132.194.xxx.207)

    ㅎㅎㅎ
    전 첨에 제가 난독증이 있나??!! 했어요..
    아라레님이 나이가 분명 있으실껀데...아직 엄마 젖을?!?! 하면서요...
    다시 제목을 보니 혜원이의 일기네요...
    너무 재밌어요..^^
    정말 애들 생각이 그렇겠죠??
    울 아들은 젖을 넘 어릴때 떼서인지...
    집착이 없어요...서운~~

  • 2. xingxing
    '04.4.13 12:03 AM (222.97.xxx.196)

    하하하,,,저희 집도 아라레님 집 풍경이랑 흡사하답니다.
    둘째가 16개월 다 되어가는데 일주일 전부터 끊으려고...
    이제 거의 성공에 접어든 것 같은데,
    밤에 재울 때는 많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새벽에 깨서 눈도 안 뜨고 '찌찌, 찌찌...'하던 애가
    요며칠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답니다.
    '빨대, 빨대...'
    오늘은 그런대로 수월하게 재웠네요~

  • 3. 김혜경
    '04.4.13 12:04 AM (211.212.xxx.103)

    흐흐...더 계속 되는 거죠??

  • 4. 싱아
    '04.4.13 12:05 AM (221.155.xxx.63)

    매번 느끼지만 아라레님은 어찌 그리 글을 잘 쓰시는지요?
    정말 혜원이 맘을 그대로 ,,,,,,,
    글 잘쓰는것도 큰복이죠......
    부러버~~~~~

  • 5. 깜찌기 펭
    '04.4.13 12:09 AM (220.81.xxx.237)

    혜원아.. 쫌만 고생해봐. 엄마가 포기하고 쭈쭈줄꺼야. ㅎㅎ

  • 6. 아침편지
    '04.4.13 12:14 AM (211.177.xxx.157)

    혜원이 화이팅~!!!

  • 7. jasmine
    '04.4.13 12:15 AM (218.238.xxx.70)

    저두 무식하게 둘다 20개월에 그짓거리들을 하고 끊었답니다.
    일주일 걸리데요......아라레, 홧팅!!!!!!

  • 8. 푸우
    '04.4.13 12:44 AM (218.52.xxx.78)

    성공이 눈앞에 보입니다,,
    좀만 더 고생하세요,,~~!!

  • 9. 키세스
    '04.4.13 12:55 AM (211.176.xxx.151)

    으아아악~~ 펭님 ^^;;; 우째 그런 말을... ㅋㅋ

    아라레님 ^^
    내 손엘 먹을 걸 쥐어준다. 흠.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갈... 어린 아기가 나다. -ㅅ-
    이거 읽다가 뒤집어졌습니다.
    애들은 어찌 그리 먹을 거에 약한지 떼쓰다가도 맛있게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걸 보면... 쩝
    우리 딸래미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랍니다. ^^;
    이제 어머니 허리는 좀 괜찮으신가보죠? ^^

  • 10. 김새봄
    '04.4.13 1:17 AM (221.138.xxx.124)

    내가 미쵸.....근데 전 울 애들이 불쌍해요.
    엄마젖이 부실해 못먹은 불쌍한 울 애덜..이불이나 덮어주고 와야지.

  • 11. 피글렛
    '04.4.13 2:24 AM (194.80.xxx.10)

    '평소 가소로와서 탁탁 치기만 했던 아빠의 젖꼭지마저 그리웁다...'
    여기도 압권입니다...

  • 12. june
    '04.4.13 3:51 AM (64.136.xxx.227)

    푸하하!!!

  • 13. 꾸득꾸득
    '04.4.13 7:51 AM (220.94.xxx.21)

    탁본,,,,하,,,무섭다.....

  • 14. asuwish
    '04.4.13 8:34 AM (66.25.xxx.33)

    '레모네이드처럼'이라는 만화 아세요? 바람의 나라 그린 김진님 작품인데... 전 어덜트 베이비는 못봤지만 아라레님 올린글 읽으면 이 만화 생각나요. 표독이가 어찌나 귀여웠던지 보고 보고 또 보고. 세상에 그게 벌써 이십년이 되가네..^^;

  • 15. 꽃게
    '04.4.13 8:43 AM (211.252.xxx.1)

    탁본....압권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 16. 아라레
    '04.4.13 9:24 AM (220.118.xxx.186)

    표독이 알죠. ^^ 고딩때 친구가 표독이만 그려서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준 적 있을 정도로
    너무 귀여워 했죠. 표독이가 결심하고 가출했을 때 식구들이 표독이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몰라
    자꾸 잘못된 방송 보내니까 참다못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 기억나요. ㅋㅋ

  • 17. 깡총깡총
    '04.4.13 10:06 AM (211.216.xxx.157)

    흐흐흐 눈물겨운 혜원이의 젖떼기군요^^
    혜원아 힘내!! 며칠만 더 참아다오!

  • 18. 홍차새댁
    '04.4.13 10:09 AM (221.164.xxx.64)

    눈물까정 나요..^^

  • 19. 지성원
    '04.4.13 10:20 AM (61.84.xxx.145)

    아이 진짜 재밌다.
    혜원아 너에게 또 새로운 삶이 찾아오는구나. 잘 견뎌야한단다.
    아라레님 글읽으면 실컷 웃다보니,
    전 둘다 젓병이라 이런 추억이 저에겐 없네요.
    아흑! 슬퍼라 난 엄마도 아니야.. 흑 흑

  • 20. 바다사자
    '04.4.13 2:44 PM (211.212.xxx.146)

    넘 재미있어요....
    아라레님,혜원 홧팅!!

  • 21. 코코샤넬
    '04.4.13 5:15 PM (220.118.xxx.33)

    호호 조금만 더 참아보세요^^

  • 22. 쭈니맘
    '04.4.13 5:32 PM (210.122.xxx.57)

    킬킬킬킬~~
    탁본!!!! 푸후후후..
    넘 재미잇게 봤네요..
    아이 젖떼기 무지 힘드시죠..??
    그래도 혜원인 착하네요..많이 보채지도 않고...
    빨리 떼시길~~기원합니당~~~

  • 23. 호야맘
    '04.4.13 5:51 PM (203.224.xxx.2)

    아라레님~~
    혜원이의 젖떼기 연재(?) 잘 읽고 있습니다!
    힘드시지요?
    정말루... 고지가 앞에 보이네요!! 홧팅!!!

  • 24. 봄나물
    '04.4.13 7:04 PM (211.49.xxx.15)

    저희 유민이도 지금 13개월인데 젖만 찾아서 아주~ 골치랍니다.
    밥은 영 안먹어요.
    저도 아라레님 같은 날 멀지 않았는데 걱정이네용 ^^

  • 25. 하늘
    '04.4.14 4:04 AM (218.155.xxx.154)

    아라레님 약 많이 드시고 계신가요?
    약을 길게 드시면 가슴이 작아진다는 전설이.... 하루 종일 젖을 물리시지 않고 많이 아프시지 않으시다면 약을 줄이시거나 그만 드시고 식혜로 대체하심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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