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읽다 남기고 간 조선일보 인터넷기사를 보다가, 인터넷 조선일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할일도 없고, 무료하고, 집안일은 잔뜩 쌓아놓고...
그러다가 어떤 글을 읽었는데, 어쩜 제 마음을 읽은것 같은지...
글을 쓴 분에게 양해을 구하지 않았지만, 제가 이곳으로 퍼다 나릅니다.
다만, 글쓰신 분의 이름과 정확한 출처를 밝히면 어쩜 면죄부를 얻지 않을까요..
-조선닷컴 커뮤너티의 '한현우의 글세상'에서 이지현님께서 남기신 글. (05-04라 적혀있음)
"고립된 노동"
제가 아는 분 중에 바느질 솜씨가 탁월한 분이 계십니다.
전에는 고급 주단집에서 한복 바느질도 하셨고, 가계가 안정되고 남편도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자 아침부터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바느질일을
탐탁치 않게 여겨 그만두셨다지요.
하지만 이미 그 솜씨가 소문이 나 있던 터라, 아는 사람들이 한복감을 가지고
집으로 찾아들 오시니까 주단집 일을 그만 두신 후에도 10여년을 바느질을
하셨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 분께서 미싱과 오바로크 미싱을 내다
버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정용이 아니라 공업용이라 다른 이웃에서 선뜻
가져다 쓸 수도 없는 그것을 고물아저씨가 수거해 가셨어요.
다들 궁금해 하면서 한 마디씩 했습니다.
"그 솜씨 아까와서 어쩌나... 한 번씩 일하면 좋잖아... 수공비도 적잖다면서..."
"요즘 수선집이 인기라는데, 재봉틀 돌릴줄 만 알면 손바닥 만한 가게 얻어서
너도나도 시작하던데, 솜씨가 아깝네,,,,,"
이런 저런 말이 오고가고 있는데, 주인공이신 그 솜씨좋은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더 이상은 정말 못하겠어. 진짜 하기 싫어.... 지루하고, 심심하고,
저거 있으면 또 붙들고 앉아있게 될 것 같아서 아예 내다 버리는 거야."
비록 한 말씀이었지만, 제 가슴에 와락 쏟아붓는 것 같았습니다.
맞아...... 얼마나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었으면......
저도 하루 종일 티도 안나고 생색도 안나는 집안일을 하다가
문득 심심할 때가 있습니다.
심심한 것과는 또 다른 맞아요, 참 고독하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래서 수화기를 들고 익숙한 번호를 눌러서 통화를 시도하는데,
그것도 상대방과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섣불리 얘기를 시작했다가
"지금 회의 들어가려고 하던 참이거든" 내지는 "야, 우리 작은 애가 똥 쌌나보다,
그것부터 치워야 겠다" 하는 대답을 들으면 얼마나 겸연쩍고 속상한지,
오히려 전화를 하기 전보다 더 견디기 힘들어 진답니다.
전에 여성학을 배울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것이 생각납니다.
다들 자기 부엌에 갖혀서 다들 똑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삽화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구요.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가사노동의 공동화, 내지는 사회화였습니다.
이를 테면, 공산국가에서 하듯이 밥공장, 탁아소 등등이 가사노동을 해결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품앗이로 가사를 돕는 젊은 주부들이 있다는 기사도 본 것 같군요. 반찬을 잘 하는 주부는 한 가지 반찬을 많이 해서 이 집 저 집 돌리고, 아이를 잘 보는 주부는 이웃의 아이들을 모아서 봐 주고,
사실, 내 일하는 것을 알아주고 그 과정에 동참해 주는 그 누군가(동료라고 할까요)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아닐까요. 바로 며칠 전에 비싸서 도저히 사 먹을 수 없던 그 수박이 오늘은 값이 많이 내려서 사 왔다는 얘기가 내 남편에게도 또 다른 먼 동네 사는 절친한 친구에게도 다 시시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함께 시장바구니 들고 가서 수박이 비싸네, 맛있겠네, 했던 아줌마들 사이에선 진짜 생생한 정보가 될 수 있거든요.
이런 의사소통을 싸잡아서 아줌마들 수다라고 해 버리면, 이 세상에 어떤 노동보다도 고립된 가사노동을 하는 아줌마들은 진짜 외롭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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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도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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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노동-일부 내용을 펐습니다
고립된 노동 조회수 : 899
작성일 : 2004-04-04 03:35:58
IP : 68.162.xxx.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키세스
'04.4.4 4:16 PM (211.176.xxx.151)맞아요, ^^
저도 동감입니다.
그래서 여기 82쿡을 돌파구로 여기시는 분도 많으시구요.
외로워 하지 마세요. ^^2. plumtea
'04.4.5 12:26 PM (211.44.xxx.49)저도 요즘 한참 이 문제로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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