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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질 ^^

키세스 조회수 : 1,025
작성일 : 2004-03-02 10:22:19
여러분들은 결혼 전에 요리학원을 다닌다던지 요리공부 좀 하고 결혼하셨나요?

저는 별로 배운 것이 없었는데 평소 좀 까다로운 입맛 하나만 믿고 용감하게 결혼했답니다.

당연히 실수 많이 했죠. ^^

기억에 남는 걸로 몇 가지 적어보면...


수제비 사건

신혼 초에 신랑이 수제비를 끓여 달라길래 씩씩하게 밀가루 반죽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몰라서 어물어물 하다가 자신이 없어져 버렸어요.

맛으로 승부 못하니 비주얼로 승부해보자 싶어서

반죽을 밀어 하트모양 쿠키틀로 찍어서 하트수제비를 끓여 주었지요. ㅋㅋㅋ

저 귀엽지요? ^^;

맛은.... 없었습니다.

야들하고 보들한 맛이 없더군요. 쩝


다음은 시래기국 사건

이런 게 의외로 요리잡지에 안 나오더라구요.

저는 처녀 때 요리는 할 시간이 없었지만(연애한다고 바빴습니다.) 관심은 많아서 요리잡지

스크랩한 것이 꽤 많았거든요.

그래서 요리책은 딱 한권만 사고 의욕에 불타서 매일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신랑이 시래기국을 끓여달라고 하더군요.

멸치국물에 된장 풀고 마늘, 고춧가루 넣고 시래기 넣고 보르르 한번 끓여서 주니까 저항이

심하더군요. ^^;;

다음날 국물요리책 한권 더 사야했습니다. ㅋㅋ


다음은 무말랭이 사건

신혼인데 용감하게 무말랭이장아찌를 만들어 시댁에 갖다 드렸죠.

요리책 보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

잔뜩 만들어 시댁에 갖다드리고 솜씨 좋다고 칭찬받고, 며칠 뒤에 그것이 그만... 쉬어버렸

습니다. 흑흑

신랑 말을 들은 게 잘못이죠.

소독을 해야 된다기에 끓는 물에 살짝 헹궈냈더니...

무말랭이가 자기의 신분을 잊고 주제넘게 나물인줄 알았나봅니다. -_-

양쪽 집에서 한 항아리씩 버렸습니다.


그다음은 새우이야기

이건 사건이랄 건 없는데 제가 굽던, 삶던, 튀기던, 하여튼 익은 새우만 먹어봤거든요.

한참 새우구이 유행할 때 사다가 소금에 올려 맛있게 구워먹은 새우가 분홍새우더군요.

연한 회색 도는 새우, 대하 이런 건 새우 아니고 다른 종류로 알았어요. ^^;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몇 년 지나서야 그것이 분홍새우인줄을 알았지만 뭐 대숩니까?

맛있으면 그만이지 ㅎㅎ


작년 어느 날 싱싱한 분홍새우를 사다가 살짝 씻고 마지막에 진한 소금물에 담궜다 이지쿡

에 구웠습니다.

으음 맛있더군요. ^_^


우리 신랑은 특히 갑각류를 좋아해서, 새우, 대게, 바닷가재 이런 비싼 거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다행히 바닷가재 알레르기가 있어서 ㅋㅋ 가정경제에 파탄이 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

딸래미와 저는 알레르기가 없으니까 크면 둘이 가서 살짝 먹고 올려구요. ㅎㅎㅎ

우리 딸래미는 몸에 좋고 비싼 건 다 잘 먹는 아주 기특한 아이랍니다.


이런 세 식구니 한판 구운 걸 게눈 감추듯 먹고 모자라더군요.

그래서 남은 새우 다시 씻어 구워오니 신랑이 소파에 누워 쿨쿨 자고 있더군요.

당연히 깨웠지요.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딸래미도 ‘아빠! 아빠!’ 열심히 깨웠습니다.

그러니까 신랑이 ‘아빠는 다 먹었으니까 엄마랑 맛있게 먹어라.’ 그러고 다시 자더군요.


몇 번 더 깨워보다 신랑 꺼 몇 개 빼놓고 우리끼리 까서 먹었습니다.

우리 딸래미 정말 잘 먹대요.

주는 거 다 먹고 모자란다고 아빠 것까지 넘보길래 그냥 먹으라고 했습니다.

여섯 살짜리가 새우를 까서 냠냠냠 먹는 게 기특하고 귀엽기도 해서요.


갑자기 신랑이 벌떡 일어나더군요.

그러더니 ‘새우는?’하고 새우안부를 묻더군요.

그래서 새우가 벗어놓은 껍질을 가리켰더니, 절망적인 목소리로 ‘내꺼는?’하고 물었습니다.

딸래미를 보니 마지막 놈 껍질 까서 입에 넣고 있더군요.

좀 미안했습니다. -_-


신랑이 발을 동동 구르다 갑자기 전화로 달려가더니, 전화를 걸더군요.

“아버님!!!! * *랑 승희가 저 빼놓고 새우 다 먹어버렸어요!!!”

세상에 그렇다고 장인어른한테 일러주다니 @.@;;

한참 통화하더니 우리아빠가 하신 말씀을 전해주며 회심의 미소까지...

“아니!! *서방, 그런 못된 것들이 있나? 다음에 새우 사서 걔들 주지 말고 우리끼리 먹으

세!”^0^ 이러셨대요.

우리 신랑은 당연히 “네!!!” 그랬구요.

우리 신랑, 요즘도 새우만 보면 그 역사적인 날!!!^^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나 놀라고 서러웠는지를... ㅋㅋ

한번 사서 구워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싱싱한 것들이 안보이더군요.


우리 친정 부모님이 사위를 참 귀여워하시거든요.

우리 신랑 나이 사십이 내일모렌데 애교가 참 많아요.

친정 가면 차려주는 음식 폭폭 잘 먹고, 설거지 당번 도맡아하고, 친정엄마 안마까지 해드

린답니다.

아내의 부모님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저희 부모님이 그냥 좋대요.

어떨 때 보면 제가 무뚝뚝한 며느리 같고 신랑이 아들 같을 정도지요.

뜬금없이 이걸 왜 쓰는지 아시죠?

혹시 모를 검열에 대비해야죠. ㅋㅋ


며칠 전에 새우 사다 구워먹으면서 그때 얘기를 또 하기에 저는 여기다 일러줍니다. 호호호
IP : 211.176.xxx.15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꿀벌
    '04.3.2 10:56 AM (218.148.xxx.16)

    ㅎㅎ 정말 다정한 남편이시네요^^;;
    갑자기 울 낭군님 볼을 막 꼬집고 싶어져요
    어쩜 그리 숫기가 다들 없는지..(집안 식구들 모두~ㅋㅋ 울집 강쥐~ 쭈쭈만 활달하고)
    결혼하고 몇년지나면 진짜 가족같아 질까요?
    오히려 전 시엄니랑은 막 수다도 떨고 사랑한다는 말도 하는데....
    남자라 그런지 늘 서먹서먹하네요
    그래서 이런 글 보면 너무 부러워요^^
    울 낭군님이 울 아부지에게 제 범죄를 고자질하는날이 올까요??ㅋㅋ

  • 2. 아라레
    '04.3.2 11:47 AM (210.221.xxx.250)

    친정부모님께 애교많은 신랑... 참 좋네요.
    키세스님이 말뚝보고 절하게 할 정도로 잘해 주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ㅎ

  • 3. 키세스
    '04.3.2 12:16 PM (211.176.xxx.151)

    엥??? @.@
    내가 바라던 반응이 이게 아닌데...
    왕따되면 어쩌죠?
    먹을 거 밝히고 잘 삐진다고 쓰려니까 좀 미안해서 사족을 붙인거예요.
    너무 많이 붙였나?
    뱀이 아니라 쉰발이가 돼버렸네요. ㅋㅋㅋ
    제가 가끔 여기다 글 올리는 걸 알거든요.
    아이디를 바꾸고 비리를 잔뜩 올려버릴까나?

    꿀벌님^^
    님의 성격이 정말 다정하시네요.
    평소 부지런하고 밝은 거 느끼고 있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정말 대단하세요.
    아라레님^^
    우리신랑이 집에서 말발 안먹히는 막내라서 서럽게 자라서 그래요.
    친정 가면 맏사위라고 대접 잘 해주니까 좋아하는 거죠.
    결혼하기 전에 친정에서 반대가 정말 심했거든요.
    신랑은 아예 만나주지도 않고 저 구박 많이 받았어요.
    유부남 만나는 것도 아닌데 머리 깎일 뻔 했다니까요.
    친정 부모님들은 그거 미안해서 잘 해주시다가...
    이제는 세사람이 짝짜꿍이라서 그때 일 기억하는 사람은 저 뿐인듯 쪼끔은 황당하기까지...

  • 4. 깜찌기 펭
    '04.3.2 12:29 PM (220.89.xxx.54)

    키세스님댁에도 왕자한분 계시네요.ㅋㅋㅋ

    일주일전쯤.. 늦잠자서 짝지아침 못차려주고 쥬스먹여보냈거든요.
    퇴근해서 저랑 놀다,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더니,

    " 어머니~ 집에서 놀면서 아침밥도 안줘요~~ " --*

    그날부터 한 3일간 아침차려줬는지 엄마검사전화왔어요.
    애휴휴...

  • 5. 김혜경
    '04.3.2 12:56 PM (211.215.xxx.11)

    키세스님 고자질이 아니라, 자랑질이네요...ㅋㅋ
    자 바위 받으시어요~~

  • 6. 키세스
    '04.3.2 4:30 PM (211.176.xxx.151)

    펭님
    우리 신랑 왕자 맞아요. ㅋㅋㅋ
    진짜 왕자 맞는데 외모가 마당쇠이다 보니 아무도 인정을 안해주지요.
    그래도 왕자에 '자뻑'이랍니다. -_-

    샘님^^
    샘님 바위는 안받을랍니다.
    평소에 은근히 kimmy님 자랑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잊어버리셨군요. -_-
    제가 얼마나 부러워했다구요.
    바위 안 받고 샘님댁으로 스파이크 넣습니다. 이얍! ^0^

  • 7. 무우꽃
    '04.3.2 5:09 PM (210.118.xxx.196)

    얼라리 ~~
    본문도 그렇지만 리플로 치고 받으면셔 은근슬쩍 왕자님들 추켜세우기로 나가시는데 ...
    자꾸 이러시면 저도 공포의 상궁마마 시리즈 닭살 버전을 내보내는 수가 있습니다.
    [오늘익명]으로 올라가는 글을 우찌 감당하실려고 ..... ㅋㅋㅋㅋㅋ

  • 8. 키세스
    '04.3.2 5:20 PM (211.176.xxx.151)

    와아!!! 무시꽃님 ^^
    상궁마마 시리즈 기다리고 있겟습니다. ㅎㅎ
    빨리 올리셔요.~~

  • 9. 무우꽃
    '04.3.2 5:38 PM (210.118.xxx.196)

    으~~~ 이게 아닌데 ....

  • 10. candy
    '04.3.2 8:45 PM (220.125.xxx.248)

    재밌다!82cook!!!

  • 11. beawoman
    '04.3.3 12:17 AM (61.85.xxx.178)

    ㅎㅎㅎㅎ 키세님 승희도 있는데 왕자보다는 전하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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