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타령 시: 손 샘

[손 샘]

   1. 밭 뙈기 꾸불텅 엎드린 길
      막대기 휘적여 배암 쫓던 가시내
      풀 섶 옹그마니 포개 숨은 도토리알
      비료 포대 반나마 찰랑 말랑
      하늘이 떫떠름 먹솜 이불 깔 참
      엄니, 부르는 소리 귓청이 떨어질라 그랬네

    2. 절구통 다글다글 껍질 타 살맹이만
       작두샘 퍼 올려 물갈이만 너댓새
       맷돌에 곱게 빻아 무명차두 담아 쥐고
       바락바락 주물러 하룻밤 가라앉혀
       희뿌연 전분만 가마솥에 뭉근 고아
       넓적 네모난 판에 옴싹 굳히곤 했었네

    3. 손바닥 위 뚜벅뚜벅 내킨대로 썰어
        마늘, 파, 실고추, 야채 모양껏 다넣고
        간장에 통깨, 참기름도 넉넉히
        양푼에 쓸어담고 키질하듯 뒤섞어
        간 하나만 냉큼 혓바닥에 얹으면
        목구멍 미끄럼 타고 달음박질 치던 맛
        생각만으로 저절로 꼬,올,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