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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40대 가장의 글] 나는 내가 아닙니다...

신랑 조회수 : 1,976
작성일 : 2011-07-25 16:40:14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내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아내의 남편입니다.

명세서만 적힌 돈 없는 월급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내 능력 부족으로
당신을 고생시킨다고 말하며 겸연쩍어하는
아내의 무능력한 남편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가사일을 도우며
내 피곤함을 감춥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남편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없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요것 조것 조잘대는 막내의 물음에
만사를 제쳐놓고 대답부터 해야하고 이제는
중학생이 된 큰놈들 때문에
뉴스볼륨도 숨죽이며 들어야 합니다.


막내의 눈 높이에 맞춰 놀이 동산도 가고
큰놈들 학교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도 찾고
답사도 가야합니다.


내 늘어진 어깨에 매달린 무거운 아이들..
유치원비, 학원비가 나를 옥죄어 와서
교복도 얻어 입히며 외식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생일날 케이크하나 꽃한송이
챙겨주지 못하고..
초코파이에 쓰다만 몽땅 초에 촛불을 켜고.
박수만 크게 치는 아빠..
나는 그들을 위해 사는 아빠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어머님 앞에서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어머님의 불효자식입니다.

시골에 홀로 두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장거리 전화 한 통화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불쌍한 아들입니다.


가까이 모시지 못하면서도 생활비도
제대로 못 부쳐드리는 불효자식입니다.
그 옛날 기름진 텃밭이 무성한
잡초밭으로 변해 기력 쇠하신
당신 모습을 느끼며 주말 한번 찾아 뵙는것도
가족 눈치 먼저 살펴야 하는 나는
당신 얼굴 주름살만 늘게하는 어머님의
못난 아들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40대 직장 (중견) 노동자입니다.

월급 받고 사는 죄목으로 마음에도 없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도 삼켜야합니다.


정의에 분노하는 젊은이들 감싸안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고개 끄떡이다가 고래 싸움에
내 작은 새우 등 터질까 염려하며
목소리 낮추고 움츠리며 사는
고개 숙인 40대 남자..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집에서는 직장 일을 걱정하고
직장에서는 가족 일을 염려하며..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엉거주춤, 어정쩡, 유야무야한 모습.
마이너스 통장은 한계로 치닫고 월급날은
저 만큼 먼데 돈 쓸 곳은 늘어만 갑니다.

포장마차 속에서 한 잔 술을 걸치다가
뒷호주머니 카드만 많은 지갑 속의 없는
돈을 헤아리는 내 모습을 봅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가장이 아닌 남편,
나는 어깨 무거운 아빠,
나는 어머님의 불효 자식.
나는 고개 숙인 40대 직장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껴안을 수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어도
그들이 있음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더욱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행복입니다.


나는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나일 때보다 더
행복한 줄 아는 40대 입니다.





----------------------------------------------------------------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싶은 하루 입니다.

살아계실때 얼굴 한번더 비춰드리고 연락한통 더해드리는..

그게 바로 효도인데 너무 늦게 깨닳았습니다..
IP : 220.84.xxx.171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7.25 4:42 PM (220.73.xxx.119)

    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 하고
    子欲養而親不待 자식이 부모를 공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안네.

  • 2. 신랑
    '11.7.25 4:43 PM (220.84.xxx.171)

    저 글을 처음 읽고 잘 울지 않던 내가 펑펑울었습니다.
    제 처지와 너무 비슷해서요..
    대한민국 대부분 남자들이 이렇습니다.
    이런걸 이해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 3.
    '11.7.25 4:56 PM (121.151.xxx.216)

    남자들이 저리 힘들다면 여자들은요
    남자들이 저러는것 보면 엄살이다 싶네요
    여자들은 일하고 거기에 가정도 떠맞고있지요
    그래도 언제나 집안일은 아이들은 여자몫이지요

  • 4.
    '11.7.25 5:03 PM (112.168.xxx.63)

    왜 여자에겐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남자는 이렇게 불쌍한 척 하는지...

  • 5. .
    '11.7.25 5:04 PM (125.146.xxx.242)

    남편들의 수고로움 돈벌이의 고단함
    저도 직장 다니며 동료 직원들 보며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데 참..... 부인 입장에서 쓰면 서로 처지나 심정이 비슷하지 않을 까요?

    내 이름은 잊어버리고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내옷하나 화장품하나 살 여유없이 아이와 남편이 먼저고
    시댁엔 너무나 당연한 용돈이 내 부모님께 드릴땐 계산하게되고 주저하게 만드는 힘의 원인은 뭔지....
    시집에 못하면 죽일ㄴ이고 친정에 못하는건 이유가 있어서 일거라 넘어가게되고

    마지막 문구가 답이 아닐까 싶네요.
    서로에게 필요하고 힘이 되는게 가족이고 그게 사는거죠.

    역지사지
    서로 서로 보둠고 살아야죠.

  • 6. ㅎㅎ
    '11.7.25 5:10 PM (60.34.xxx.92)

    나는 내가 아닙니다 여자버전이 나오면
    그것도 그렇게 절절히 이해해주실지...
    대한민국 여자로 사는거 얼마나 서글프고 전쟁같은지.

  • 7. 결론은
    '11.7.25 5:20 PM (211.208.xxx.201)

    서로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야할것을...

    우리 자식들도 결혼시키지 말고 혼자살라고 합시다.

  • 8. 이런글
    '11.7.25 5:29 PM (180.67.xxx.23)

    에 그러면 여자는...이런말은 오늘은 안하고 싶네요.
    정말 내 남편인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축 쳐진 어깨 어쩌다 술한잔 걸치고 오면 늘어나는 헛소리와 쓴웃음.. 이땅의 남편들 이렇게 힘드는구나.. 나는 내가 아닌데 울 남편도 그러니 도대체
    누가 행복하게 사는걸까요..

  • 9. 참..
    '11.7.25 7:13 PM (14.52.xxx.60)

    엄살도..
    남자는 돈벌걱정만 하면 되지요.
    아내와 바꿔서 며칠만 살아보시지.

  • 10. ..
    '11.7.25 7:17 PM (121.146.xxx.157)

    날 화가나 하고선..내가 뭐라 그랬다고,,
    바쁜사람들에게 전화해 술약속 잡고는..먼저 퇴근해버리는
    남편이 미워서
    이글
    동조 못합니다.

  • 11.
    '11.7.25 7:23 PM (121.50.xxx.20)

    그렇게 힘들면서 왜! 월급봉투도 작다면서 왜!
    애는 셋이나 나서 모두 고생을 하는건가요?
    맞벌이하는 여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해도 이런말 안합니다.

  • 12. 존심
    '11.7.25 8:05 PM (211.236.xxx.238)

    훗님
    그래도 그들은 너무 사랑해서 그렇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지하게 조심했는데...
    낙태는 실정법위반이고...

  • 13. 정말
    '11.7.26 11:31 AM (180.71.xxx.163)

    가슴 짠한 글입니다.
    여자들도 힘들지만
    밖에 나가 돈벌어오는 남자들이 훨씬 더 힘든거 같아요.
    전 전업주부보다는 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맞벌이 하는 주부들은 훨씬 더 힘들구요.
    아무리 집에서 힘들다한들
    다른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언제 짤릴까 전전긍긍하거나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보다는 덜 힘들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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