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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얘기예요..ㅠㅠ
실제로 저희 언니와 저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던 어린 날을 보냈고
엄마를 웃게 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었죠..(물론 그걸로 엄마는 변하지 않았지만요..)
엄마와 살 부비고 좋았던 기억은 거의 없고 그저 무관심 혹은 야단치던 엄마로 밖에 기억이 없네요.
굳이 나누자면 언니에게는 늘 공격적으로 대했고, 저는 학습효과로 그저 순한 척 하고 있어서 저에겐 무관심했구요. 엄마여서 기대고 싶고 보고 싶고 든든하고 이런 거 전혀 없고 저희가 불안할 때 더 불안하게 만들고 더 다그치는 그런 엄마예요. 나이들고 보니 엄마는 에고이스트+불안장애 쯤이 아닐까..싶은 생각까지 드네요.
2주 전 일이었어요..
제가 지방에 살고 있기도 하고 워낙 자식 일은 무관심+귀찮아 하는 엄마인 걸 알기에 두 아이 낳고 6,3살 키우는 동안 저 아파도 애들이 아파도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가도 단 한번 엄마께 손을 빌린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큰 아이가 목감기인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 임파선염이 왔다고 그리곤 동네 병원에서 받은 항생제 먹던 이틀새 상황이 심각해졌어요. 아이 목과 턱 경계선이 없어질 정도로 무섭게 부어오르더라구요. 고열에 끓구요..
안되겠다 싶어서 새벽에 남편 회사도 부탁드려 하루 휴가를 내서 6시 못되서 서울로 출발했어요. 그 전날 임파선염에 대해 인터넷 검색해보니 안좋은 얘기가 너무나 많아서 잠을 못이룬 채로 올라가면서 엄마께 전화를 드렸지요. 워낙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시기 때문에 혹시나 아침 일찍 나가실까 싶어서 전화해서 큰 아이가 많이 아파서 입원을 하게 될 지도 모르니 둘째를 잠깐 봐주셔 달라고 부탁했어요. 만약 상황이 괜찮아도 오늘은 약속 있으셔도 취소해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잠깐 말이 없으시더니 오늘 설악산에 놀러가기로 했는데..하면서 말끝을 흐리시더라구요. 그 의미인즉슨 그럼 시어머님께 말씀드릴께요, 를 기다리신 거죠..시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봐주실 형편도 안되고 걱정 끼치기 싫어서 오늘만 좀 부탁드리겠다 했어요. 알겠다고 끊으셨죠..
병원에 있는 동안은 우선 둘째를 데리고 있다가 결과 보고 입원하게 되면 친정에 들를 생각이었어요..
그날..10시간 넘게 검사 받고 결과 보고 링거 맞고 또 검사 받고 결과 보고를 반복..다행히 입원은 안해도 되지만 경과를 봐야 한다고 의사들도 많이 부었다면서 좀 지켜보자 하더라구요..그런데 아이가 많이 아프니 할머니집도 싫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께 전화드려 죄송하다고 아이가 집에서 쉬고 싶어하니 그냥 내려가겠다고 그러고는 집에 왔어요..그리고는 이틀 후 아이가 열이 떨어지고 부기도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아서 걱정하실까 싶어 전화드리니 언니네 집에 무슨 큰 일이 있었더라구요.. 그래서 언니네 부부가 집을 갑자기 비우게 되고 아이들만 있게 되었다나봐요. 언니네와 엄마는 10분 거리에 살거든요. 언니가 엄마께 부탁드렸는데 엄마는 결국 가지 않으셨더군요. 그런데다가 아이들한테 언니한테 안좋은 일이 생겻다면서 더 불안하게 만들고 막내는 언니가 올때까지 엉엉 울고 있었다는 얘기를 엄마와 전화 끊고 언니에게서 들었어요.
그러면서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너희 올라온 날도 그 새벽에 전화해서 언니한테 저희 둘째를 맡아달라고 그러더라고... 언니네 아이 셋이구요. 아직 모유먹는 둘째를 언니랑 엄마 둘이 보기도 힘들 상황인데 엄마는 언니한테 맡기고 당신은 놀러가려고 했다더라구요. 언니가 엄마가 봐주시라고 하니 역정내며 끊었다고..
그 얘기들으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그동안 단 한번 부탁한 적도 없었고 다른 사람이 아픈 것도 아닌 손녀가 아팠던 건데 다른 일도 아니고 당신 놀러가자고 그랬다는 게..참 어이가 없었어요..
바로 전화해봤자 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좋은 투로 말을 못할 것 같아서 며칠 지나고 다른 일이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용건 얘기하고 그냥 좋은 말투로..그날 엄마 왜 그랬냐고..언니 안그래도 힘들거고 그 날 하루 못놀러간다고 해서 큰 일도 아닌데 꼭 그랬어야 했냐고 했어요. 저는 단지 그냥 서운하단 얘길 하고 싶었고 엄마도 그냥 좀 말투라도 미안해하실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엄마가 바로 그러시더군요.. 지나간 얘길 뭐하러 다시 끄집어내느냐, oo(저희 큰애) 그래서 별일 없지 않았냐 안아프다며, 그럴 수도 있는 걸 가지고 왜 따지고 드느냐 면서 너무나 당당하시더라구요..그때부터 저도 모르게 목소리는 커지고 화가 올라오고..휴....
저희 엄마 저희 어렸을 때도 백화점 쇼핑가면 엄마것만 잔뜩 사가지고 오고 그 쇼핑백들 중에 혹시 내꺼 있나 지켜보면 아무것도 없엇던..그런 엄마 였어요. 몰랐던 건 아닌데.. 너무나 당당한 그 모습에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그런데 정말..그게 그럴 수 있는 일이니 제가 이해하고 넘어갔어야 하는 문제일까요..?
이제는 저도 헷갈려요. 워낙 엄마만을 위해 살아온(그렇다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전업주부에 집안 상황 안좋은데도 매년 유럽여행에 취미생활에 놀러다니시는..그런 분) 엄마이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당신이 어른으로서 책임을 지시기보다는 너네가 잘못해서 그런거야.식으로 죄책감을 유발시켰던 분.
이번일은 그냥 지나갈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때부터의 모든일들이 한꺼번에 지나가면서 가슴에 불덩이 하나가 들어앉았네요..
엄마가 격앙된 목소리로 하던 말이 잊혀지질 않네요. 늬언니랑 너랑 아주 작당을 하고 엄마를 잡아 죽이려고 그런다는..네가 옛날에 얼마나 별의별 꼴을 다 보였는지 아느냐는..그거 다 읊어봐? 하던 그 말들...목소리...
참고로 저희 언니랑 저랑 정말 순하게 공부 잘했엇어요. 대학도 다 무난히 잘 갔고 남편들도 잘 만났구요. 뭐 하나 큰 관문을 지날 때마다 엄마 도움을 받아본 적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그게 아이를 낳고 보니 곪았던 상처들이 언니도 저도 하나씩 올라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것 보다..힘들때 기댈 곳이 아무데도 없다는 게 좀 힘이 드네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잠시 기댈 수 있는 곳, 그런 순간이 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엄마가 아니란 게 좀 마음이 그래요..
글이 너무 길었지요..마음을 어떻게 좀 풀어보려고 이렇게 써봅니다..
저 위로 좀 해주세요..아니면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어떻게 이런 감정을 다스리셨는지도 궁금하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야심한 밤
'11.6.25 1:38 AM (182.209.xxx.164)이 시간까지 저도 왜 이러고 잠못 자고 있는지.....
원글님, 어차피 님의 상처는 사춘기 앓듯 휘몰아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트라우마에 대한 자각이 알을 깨고 나오듯 일어나는거에요. 누구나요.
저도 마찬가지로 쉽지않은 심리적 고통이 있답니다. 그런데, 서서히 벗어나고 있어요.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의 폭풍들을 어느순간 딱!! 멈추면 도움이 되더군요.
쉽게 말하자면, 남의 일 다루듯 나의 상황을 느긋이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고 해야할까요.
남편,아이 문제였다면 어렵겠지만, 그래도 부모 형제 간의 문제는 그게 가능해요. 어느정도.2. 원글이
'11.6.25 1:43 AM (116.121.xxx.18)맞아요..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그 방법이 가장 지혜로운 것 같아요.
전에는 엄마에게 무언가를 부탁해볼 생각한 적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실제로 그런 적도 없었는데..막상 아이가 많이 아프고 그런 상황에서 남보다 못한 엄마 모습에..안그래도 닫힌 마음이 더 굳게 닫히네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3. 우울한 밤
'11.6.25 1:51 AM (118.221.xxx.43)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도 상황은 다르지만 그 기분이 잘 알아요.
아이 낳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정말 엄마한테 받은게 없더라구요.
왜 그렇게 우울했고, 끊임없이 힘들었는지 몰랐는데 육아서를 읽고 깨달았어요.
자존감도 낮고 부모한테 사랑을 못 받고 크니 이렇게 된 것을요.
저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친정엄마랑 1년 넘게 연락을 안 하고 살아요.
마음 한켠은 무겁지만, 대신 우울증이 사라졌어요. 고민의 반이 사라지고,
아이한테도 여유있게 대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저 책도 많이 읽어보고 심리상담도 받아보고 그랬는데,
내 안에 있는 아이를 제가 돌봐줘야한다고 하더라구요.
가장 좋은건 엄마한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야한다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아직도 엄마는 내가 연락을 안 한다는 것에만
배신감을 느끼지 왜 그런지는 전혀 모르시고 계세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이 말만 반복하고 계시겠죠. 상처 받은 일 몇번 얘기 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셨어요. 미안했다는 얘기는 꿈도 꾸지 말아야죠.
너무나 서글프지만, 그냥 이대로 내가 내적으로 더 강해질 때까지 연락을
안 하고 살 수 밖에 없어요. 엄마를 보면 상처가 자꾸가 생각나고 힘이드니까요.
저 다섯살 때 엄마, 아빠가 여동생만 데리고 여행간적이 있어요.
절 어디에 맡겨두고 간게 아니고, 그냥 집에 두고 갔어요.
앞 집 슈퍼에 얘기 해두었으니 먹고 싶은거 있음 넉으라구요.
조금 자라서 셋이 찍은 사진에 왜 내가 없냐고 물어보니
애를 하나만 데리고 오라고해서 나만 놓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옛날에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 어린아이가
하루종일 혼자가 뭘 하고 놀았을지... 어떤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을지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혼자 울었네요.
제 아이가 이제 일곱살이예요. 나는 일곱살인 아이도 혼자 두고 집앞 쓰레기도
못버리러 가는데 우리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을까요.4. 윗님...
'11.6.25 2:05 AM (182.209.xxx.164)잠 자야 하는데, 윗님 이야기 때문에 더 힘들어 졌네요.ㅠ.ㅠ
에고..... 우리 부모세대들은 어찌 그리 #%*&@.@ 했을까요..??
그 어린아이가 참 대견합니다. 무서운것도 잘 참아냈네요.
우리 같이 흉 좀 보고 다~ 풀어 버립시다. 우리들은 잘못 한거 없어. 그쵸?5. ...
'11.6.25 2:20 AM (222.106.xxx.124)주변에는 다 엄마랑 사이좋은 사람들만 있는데, 간혹 82에 보면 동병상련의 이야기가 나와요.
저는 어릴 때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단편적인 것들만 기억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 의심되서 찾아간 정신과 의사앞에서 대성통곡을 해버렸었어요.
내 아이에게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우울증 약을 털어넣습니다.
친정엄마는 모르죠. 기껏 돈 들여 키워놨더니 연락도 안하는 천하의 몹쓸년으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만 전해들었습니다.
그냥 나는 부모복이 없었던 거에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대신 내 아이에게 자상한 엄마가 되기 위해, 항상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있어요.6. 1
'11.6.25 2:35 AM (115.20.xxx.151)4살 2살 아이를 둔 엄마에요. 두 아이가 모두 수족구에 걸렸어요. 둘째는 좀 아팠던 아이라 열이 굉장히 무섭거든요. 큰애가 먼저 수족구에 걸렸는데 둘째를 격리시키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댈 곳이 없더군요. 시어머니는 큰애 아픈거보면서도 정 아프고 힘들면 전화해라 였고.. 친정엄마는 오라고 해봤자... 불만이 너무 많아요. 그걸 제가 들어주기가 너무 힘이들어요. 저 역시 맨날 힘들다고 하거든요. 가끔 신랑한테 미안해요. 지겨울거 같아서요. 엄마의 나쁜점 욕하면서도 제 모습에서도 너무 잘 보여요. 그게 정말 무서워요. 우리 아이들한테는 늘 상냥하고 긍정적인 그러면서도 든든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요.
7. 우울한
'11.6.25 6:53 AM (175.115.xxx.3)밤님........글 읽으니 제가 가슴이 다 아픕니다. 다섯살 짜리를 혼자 두고 여행을.......
8. 저도
'11.6.25 8:24 AM (180.224.xxx.18)그런날들이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마흔이되도록 그어린시절들의 상처에서 허우적데고있지요
얼마전 이곳에서 어떤분이 독이되는부모라는책을 권하셔서 당장사서 앍었거든요
내용은 미국사람이쓴거라서 우리와 정서가 조금 안맞을수도있는데요
전체적으로 느낌은 상처받으며 자란 어린아이들이 겪는 심리적인것이나 신체적인 반응들은
저와 많이 닮았더군요
그책에서 치유의방법과정에서 꼭해야된는과정이 있었는데요 바로 가해자(부모)와대면하는거였어요 대부분 피해자들이 이부분을 못해겠다고 한데요 왜냐면 지금까지 잘참고 살았는데 문제를
일으키는것이 힘든거지요
하지만 전어제 그과정을했어요
조용한 커피숍에 불러내서 그책에서 가르쳐준것처럼 조용히 침착하게 제가 받았던 상처들을
얘기했어요 물론 쉬운결정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아이를 위해서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저도모르는순간에 제가 받았던 방식데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있더라고요
저는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되고 있었던거지요
저는 모든분들께 감히 저처럼하라고 말씀들릴순없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언젠가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건 사랑하는 사람을위서건
전 저와제가사랑하는 아이를위해서 결정을 내린거지요
말하기전에는 엄청떨리고 내가 이런말을하면 이사람이 변하겠지?
분명 너무나 미안해할거야라느 기대했지요
하지만 그건 제생각이구요 그사람은 다지나간일 어쩌라구라는식의 태도예요
그래도 해야해요 그사람이 알아듣건말건 그건 그사람이구 내안의 어린애를 위해서 저는 다얘기했어요
그책에도 나와있어요 상대방이 변할거라는 기대는 하지말라구요
이과정은 저를위한과정이지 상대방을 위한게 아니거든요
참고로 전 그사람에게 말하기전에 제가 어렸을때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고 존경했는지를 얘기하고
본격적인 얘기는 그다음에했어요
살짝 충격받는것같더라구요
부모되는거 쉬운일 아니잖아요
우리 많이 노력하며 우리아이들은 그런상처없는 건강한아이들로키우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