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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졸업반 여대생인데 고민좀 들어주실래요?
여기는 왠지 푸념을 들어주실 것 같아서요
이번주에 막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은.. 많이 망쳤구요..
제가 싫어하는 전공과목을 심하게 망쳤어요..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 아니 사실 열심히 안했죠.. 그 과목이 너무 싫어서..
그 교수님은 맨날 수업준비를 하나도 안해오십니다. 그런데도 안짤립니다. 재단에 백이 있나봐요. 교재도 정말 이상한, 92년도 출판된 자기가 만든 교재 쓰시구요. 실무교재인데 너무하는것 아닌가요..
혼자 공부하기도 힘들게 내용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부실한 교재인데 강의마저 혼자서 중얼거리십니다..
강의기술이 없으신게 아니에요..
수업이 시작되면 교재의 첫문장 한문장 딱 읽으시고 거기서부터는 전혀 관계없는 딴 얘기로 흘러가십니다.. 어디 신문에서 이것저것 읽으신 세상이야기들을 하시는데 정말 수업대충 때우려는 거 티나서 짜증이 납니다.
내가 왜 이수업을 듣고있어야 하는지... 이 수업을 듣고있는 나 자신도 한심하고..
이러면서도 저는 이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해야 합니다.
성적을 낮추어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왔는데 어떻게든 나 혼자 잘하면 되겠지 싶어서 참고 다니지만.. 현실은 아닌것 같아요.
수업은 형편없고.. 교수님들은 월급만 받으려고 하는것 같고.. 동기들은 맨날 술만 마시고 그리고 아무도 자기속에 있는 이야기를 안해요. 맨날 연애하거나 나이트에서 논이야기..불법알바해서 돈좀 많이 벌었단 이야기.. 제일 큰 문제는 제자신이 열정이 없어지고 나태해지고.. 이미 무엇인가 이룰 기회가 지나갔다고 생각하게 되는 패배주의 입니다.
내가 자꾸 나태해지고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미래가 없을걸 혼자 바보같은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자신이 우습습니다. 꿈도 없구요..
그렇다고 다른 학교에 갈 용기도 없고 이미 나이가 많은데다.. 등록금이며 생활비에 사실 용기가 안나서 그렇게 하루하루 낭비를 하다보니 4학년이 되었습니다.. 한심하죠..
왜 저는 하고싶은것이 없는지 일단 그게 제일 짜증나고..
사실 제가 어려서 그런지 자꾸 내가 조금만 좋은 환경이었다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고등학교때까지는 공부도 잘 했고 뭐든지 내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 아니 한번 대학을 잘못 오면서 인생이 꼬였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게 더 저를 괴롭게 합니다..
물론 알아요. 환경을 극복해온 사람들이 진짜 승리하는 사람들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다 시련이 있었다지요..
그렇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나보다 행복해보이는 사람들때문에 자꾸 짜증이 나고 제가 못나보입니다..
좋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같은 여자인 제가 봐도 정말 예쁘게 해서 다니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정말 여자도 아닌것 같아요. 내 스스로가 덜 부지런해서 안예뻐보이는거다 하지만 사실 예뻐보이는 친구들 전부 부유해보이는게 전 더 부럽습니다.
그 친구들은 딱 보면 여유로워 보여요. 예쁜 얼굴에 좋은 피부, 좋은옷. 가방, 구두. 그리고 공부도 잘하던데요. 방학때도 인턴, 어학연수. 교환학생... 빈틈없이 착착 걸림돌없이 인생이 굴러가는 것 같아 정말 부러워요.. 그런 애들은 남자친구들도 비슷하게 잘 사귀데요.. 끼리끼리 노느건가요.
어쩜 이미 난 뭘해도 경쟁이 안될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럴때마다 정말 비참해저요.
차라리 어렸을때부터 장사나 배울걸 하는 생각도 드는데 부모님보면 장사도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이런생각은 하면 안되는거겠지만 극단적으로는.. 어차피 부족한 집에서 태어난거 예쁘게라도 태어났더라면 술집이나 나가서 돈부족하지않게 살지 않을까.. 그럼 좀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못난 상상도 해봤습니다. 사실 제 주위에 실제 그런 친구 언니들도 있거든요..
일단 공부는 열심히하고.. 취업도 해야하는데 사실 잘하는것도 없고 그냥 힘들기만 하네요.. 집떠나 기숙사에서 맨날 사는것도 너무외롭구요.
혼내주세요 정신좀 차리게..
1. 허겅
'11.4.29 5:33 PM (121.137.xxx.164)글을 후루룩 읽었어요. 미안해요...
급히 나가야 해서요....
한창 이쁜 나이인데 우울해 한다니... 제 마음이 아프네요.
남과 비교하지 말아요. 어디든 우월한 그룹(능력이건 태생이건 환경이건)있답니다.
비교해 버릇하면 항상 좀 아쉽고 부족한 내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감을 잃는 순간, 반짝임이 없는 보석이 되는 거예요.
제삼자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봐 보는 건 어때요?
야... 000. 음. 이런 건 괜찮은데 이런 부분은 부족하구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만큼 장점이 강하면 장점 보강.
아니면 부족한 부분을 평균적 수준으로 보강.
지금 그 나이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답니다.
나중에 다시 적을 게요~2. z
'11.4.29 5:48 PM (211.218.xxx.140)^^::
저도 딱 님 나이에..님같은 생각하며 허송세월했는데요..
학교는 서울대건 나발이건..그지같은 교수는 어디나 있어요..그러니까 교수 핑계데면서 공부 안하진 마시구요.
지금 님에게 중요한건 님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아내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끊임없이 열심히 하는거에요..남핑계나..부자인 애들 부러워 하기엔 님 나이나 님 삶이 너무너무 소중하거든요..
어치피 나이적으나 많으나 돈 많은 애들...타고나게 똑똑하거나 이쁜애들은 있기 마련이구요..남과 비교하면서 인생 비교하면..뭐 비교대상이 이건희거나 김태희거나 이러면 아무리 돈 많고 이뻐도..충족되거나 행복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주어진 공부 열심히 하되,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해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보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고민해야 해요.
그때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 중 하나니까요.
그러니까..오늘이 님 삶에서 가장 젊은 나이니까..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살도록 하세요.^^
나이들면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에요.3. *^^*
'11.4.29 5:58 PM (112.151.xxx.196)요즘도 고등학교 국어책에 "청춘예찬"이란 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 젊을때 열정과 패기와 번민과 사회첫걸음을 떼는 현실세계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 4년동안 집떠나서 기숫사 생활하며 공부하느라 살짝 지쳐서 그런것 같아요.
저도 80년대의 민주화 투쟁의 시대적 물결속에 대학을 다닌 사람으로, 그 당시에도 넉넉하고 돈많아 아무 적정없는 학생도 많았고, 나처럼 등록금을 걱정해야하던 어려운 학생도 있었지요.
가고싶은 대학에 못가고 가고싶은 과에도 못가고... 우울했어요.
그래도 남들은 부러워하는 약학과에 다녔지만 정말 싫었었고 그나마도 장학금땜에 눈에 불을켜고 공부해야했었지요.
지금도 가지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원망이 없진않지만, 그래봤자 인생 낭비하는거예요.
어떤길로 가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자기자신에게 미안하고 부끄럽지않게 살아야해요.
이쁘고 잘나가는 친구들, 너무 부러워 말아요.
내 몫이 아니다 생각하고 내상황에서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이 "반드시" 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눈물과 땀을 흘렸고, 다른 형제들까지 돌보느라 요즘도 분주하지만 전 지금 행복합니다.
물론 돈도 많고 아주 여유로운 생활을 합니다.
감히 내 것이 될 것 같지않던 일들이 생기더군요.
아무리 힘들어도 술집으로 가지 마세요.
자신에게 떳떳한 길로 가세요.
젊다는 것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거예요.
전 아직 열정은 있는데 이제 기력이없네요.
님 앞에 펼쳐질 놀라운 세계는 님이 만드는거예요.
세상에 절대 공짜없습니다.
만고에 진리입니다.4. 음
'11.4.29 6:04 PM (218.102.xxx.180)예전에 여러번 글 남겼던 학생 아닌가요?
졸업반씩이나 되었는데 학교 낮춰와서 나랑 수준 안맞는 애들이랑 학교 다닌다..이런 생각 제발 버리세요.
게다가 그리 낮춰간 학교에서 성적조차 나쁘면 그거 아무도 안알아주죠.
교수가 잘 가르치던 못가르치던 어차피 성적은 상대평가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갈리는 거에요.
물론 교수님과 잘 맞으면 동기부여가 되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상대평가의 성적은 학생 본인 책임이라는 거죠. 중고등학교에서도 이상하고 능력없는 교사들 다 겪어봤잖아요.
원글님이 그렇게 한심하게 생각하는 동기들 보다도 성적 나쁘게 받는 거, 정말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5. .
'11.4.29 9:40 PM (211.33.xxx.141)일기님덕분에 40년전 나를 뒤돌아 봤네요.아름다워요. 원글님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6. 허겅
'11.4.29 10:12 PM (121.137.xxx.164)원글님.
윗분들이 주옥같은 댓글들을 남겨 주셨네요.
원글님은 복이 있는 거예요. ^^
술집은 무슨... 떽! 그거 영혼 파는 일이라고 봐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알던 후배가 캐디를...
학비 번다고 나갔는데 휴학을 계... 속 하더니
어느날 연락 왔어요. 만나자고.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더라구요.
같이 하자고 하는 걸 정신 차리라고 했는데
결국 복학 안했어요.
부러워 마세요.
그리고 쉽게 얻는 것은 그 댓가가 아주 커요. 마음은 편할까요?
웃음팔고 몸 판 돈으로 명품가방 시리즈로 사서 들고 다니면 행복할까요?
힘들게 얻어서 온전히 맘편히 누리세요.
지금 몸 건강하고 고민할 건강한 자아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졸업 전에 도서관 이용해서 책 많이 접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학교 교수님, 뉴스, 신문, 책, 주변인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 한번쯤 생각하고 들어 보세요.
똘똘한 사람은 환경에서 거듭나요.
대신 힘들죠. 하루하루 그런 순간이 다가올 때
아이고... 지쳤다.. 하면서 주저 앉지만 않으면 돼요.
그러니 가다 멈추다 할 지라도 포기하지는 마세요.7. 일기
'11.4.30 6:20 PM (112.152.xxx.146)원글님, 메일 주소 적었어요. 이제 지우셔도 됩니다. ^^
하나씩 하나씩 해서 몇 번, 보내 드릴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교훈 담긴 그런 내용 아니고, 불평도 많아요.
원글님과 비슷한 처지에서 고군분투한 여대생의 블로그 같은 걸 보신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어떤 방향에서건 원글님의 삶을(가능성을) 생각해 보고 자극을 받을 요인이 되었으면 해서
이런 요상한 제안을 한 것이니^^;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