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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로 태어난 여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우처럼 살긴 힘들겠죠?

천상웅녀 조회수 : 2,604
작성일 : 2011-04-28 09:29:17
남편과 몇 달째 주말 부부예요.
타지역으로 파견 근무 중이거든요.

오늘이 남편 생일이예요.
남편이 집에 없지만 남편 생일 미역국은 끓여 놓으려고 했는데
저의 늦은 귀가, 두 아이들 뒤치닥거리를 하다 잠들어 어젯밤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에야 출근 준비하며
국거리 손질해서 저녁에 미역국 끓이고 팥밥 하려고 준비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느라 무지 바빴어요.
아이들 등원 준비도 시키면서.

그러다 남편의 전화가 있었는데 아이가 남편이랑 짧게 통화하고
저는 바쁘다고 나중에 통화하자 그러고 그냥 짧은 통화도 못했지요.

그러다 조금전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오늘 남편한테 생일 축하의 말 한마디 안했다는 사실을.
왜 아침에 남편이 전화했는지 언뜻 알 것 같은거예요.
아침에 바빠서 축하한다는 말도 못했네... 생일 축하한다고 문자 보냈더니
엎드려 절 받는 기분도 괜찮네//// 라는 답을 보내주네요.

으이구...
생일 미역국 준비를 하면서 진작 남편한테는 생일 축하 한마디 챙길 정신머리 없는 저를 어쩌면 좋아요.
전 정말 뼈속까지 곰인가 봐요.
아마 제가 여우과 여인이였다면
남편도 없는 생일날 미역국 따위는 제쳐두고
전화로 충분히 축하의 뜻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
손발은 고생하고 얼굴은 안서는 이 무슨 사태인지.

곰과 여우의 차이 보다는 제가 센스가 없는 걸까요? ㅎㅎ




IP : 210.102.xxx.9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4.28 9:33 AM (112.151.xxx.37)

    곰도 그냥 곰이 아닌 불곰.

  • 2. 여우같은 곰
    '11.4.28 9:34 AM (121.134.xxx.45)

    바쁜 님의 생활이 그려지는 듯해요.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그래도 속 깊은 정을 갖고 계시잖아요. 다시 한 번 전화해서 아침에 국과 밥 준비해서 생일 축하할 준비하느라 너무 바빠서 정작 중요한 말은 깜빡해서 내가 더 속상하다고 말하세요. 말 안해도 알아주겠지 ...하는 건 나만의 생각이라고 해요. 그때 그때 표현하며 사세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적답니다.

  • 3. ㅋㅋ
    '11.4.28 9:34 AM (211.206.xxx.110)

    불곰 맞다는...여우는 승질나서 체질상 못하겠고..곰이긴 한데 승질 와르륵 내는 불곰..

  • 4. ?
    '11.4.28 9:36 AM (121.130.xxx.42)

    아 진짜 왜 남편도 없는데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셨대요??
    솔직히 말하세요!!!
    원글님이 미역국 드시고 싶어서 끓이신거죠?

    타지에 있는 남편이 혼자 맞는 생일이 짠하셨다면
    차라리 케잌과 꽃다발 배달을 하시지..
    남편이 케잌 좋아하면 지금이라도 케잌 배달 되나 알아보세요.
    아니면 먹을 수도 없는 꽃이라도.
    쓸데 없는데 돈쓴다고 뭐라할 수도 있지만 몸이 떨어져 있으니
    그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세요.
    아.. 그리고 케잌은 사무실로 배달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동료들과 나눠먹게.
    뚜@@@ 파**** 같이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배달 가능할 것 같아요.
    남편 직장 있는 곳 가까운 제과점 검색하셔서요.
    배달 되나 물어보세요. 배달 어렵다하면 퀵비 지불하겠다고 하시구요.

  • 5. 여우같은 곰
    '11.4.28 9:37 AM (121.134.xxx.45)

    다시 한 번 씁니다. 예전에 남편과 싸우고 냉전중일 때 하필이면 남편 생일이었어요. 아침도 대충 차려줬는데 남편이 은근히 서운해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낮에 남편 사무실에 인절미 배달시켰어요. 사람들과 생일떡 나눠먹으라고. 그랬더니 좋았나봐요. 그렇게 서로 또 풀렸었어요. 낮에 남편 사무실로 깜짝 선물 배달해보세요. 남자들 입 벌어집니다.

  • 6. 미역국 얘기하니깐
    '11.4.28 9:40 AM (220.95.xxx.145)

    미역국이 먹고 잡네...ㅋㅋ

  • 7. 천상웅녀
    '11.4.28 9:42 AM (210.102.xxx.9)

    저 정말 불곰인가봐요.

    남편 파견지 주소를 모른다는.
    그리고 거기 안다고 해서 배달해 줄 제과점이 주변에 없을 것 같은 시골이예요.
    오늘 아침 갑자기 떡이 배달될 지도 모르겠구요.

    인절미 정말 땡기는데...

    ps... 남편 문자가 추가로 왔어요. 업체가 자기 생일은 제일 잘 챙긴다고.
    그래서 제가 역시 난 갑 체질인가보다... 라는 쓰잘데기 없는 문자를 보냈네요.
    이 남자 이런 거에 대범했는데
    같이 있어도 조용히 보냈을 생일인데 약간 섭섭한 기운을 막 풍기네요.

    회사명은 아니까 다음 지도 들어가 봐야겠어요.

  • 8. 그리고,
    '11.4.28 9:56 AM (110.92.xxx.222)

    남자분들 파견나가면 (게다가 외진곳이라면) 무척 외로워하고 힘들어해요.
    친구남편 선배는 결국 자살했다더라구요. 다른 문제가있었는지 몰라도,
    부인,자식은 서울에서있고 혼자 오랫동안 외진시골에 파견있었대요.
    남편분도 젊을때는 대범했는지몰라도, 나이들면서 더 감성적이되고, 이런 특별한상황에
    더더욱 그러신듯해요. 자주 전화도 하고 간식거리도 자주 택배로 부치고,
    가족이 늘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걸 느끼게해주세요.

    참고로 친정아버지도 1시간반정도 걸리는 지방으로 가서 숙식하셨었는데 (50대에)
    엄마한테 아침,점심,저녁으로 전화하시더라구요. ㅠㅠ
    첨엔 그러시더니 결국엔 일이 좀 일찍끝나시는 날엔 아예 집으로 오시더라는,,
    다음날 새벽같이 가셔야하는데도요..

  • 9. ?
    '11.4.28 9:59 AM (121.130.xxx.42)

    우리나라는 배달민족입니다.
    다 됩니다.
    돈 쓰세요.
    아무리 시골이라도 가까운 읍에는 분명 파리***이나 뚜레** 있을 거예요.
    얼른 수배하셔서요. 퀵비 지불하고 배달부탁하세요.
    업주한테 사정설명 잘하시면 좀 더 신경써서 배달해줄거예요.

  • 10. ^^
    '11.4.28 10:01 AM (183.106.xxx.61)

    저두 한 곰인데..
    요즘은 좀 고쳐볼까 합니다..
    립서비스만 조금만 하면 되는데..그게 안되어서 몸도 마음도 고생이니..ㅠㅠ

  • 11. 여자
    '11.4.28 10:07 AM (58.120.xxx.243)

    라면 어쩔수 없이 여우로 변신해야합니다..하세요.
    아니면 화끈하게..몸으로라도 때우세요.이주 오실때..
    19금이겠지만..남자들 의외로 좋아합니다.여우짓하세요.당장..
    문자라도 보내세요.오면..내가 죽여줄께~~~~~

  • 12. ?
    '11.4.28 10:08 AM (121.130.xxx.42)

    그리고 제과점도 없을 것 같다는 시골이라니
    이왕이면 빵 좀 넉넉히 배달시키시면 어떨까요?
    빵 안좋아하는 남자들도 군대가면 초코파이에 목숨 걸잖아요.
    동료분들이 좋아할 겁니다. 덩달아 남편 사기도 오르고요.
    오늘 이벤트 급조한 티 내지말고 미리 깜짝파티 준비한 척 하세요.

  • 13.
    '11.4.28 10:08 AM (121.167.xxx.244)

    근데 진짜 미역국 왜 끓이신 거예요?;;;;;;;;;

  • 14. 남편분이..
    '11.4.28 10:14 AM (183.99.xxx.254)

    서운하셨을거예요.
    입장 바꿔 생각해서 님이라도 서운하실거잖아요^^

    어제 저녁이라도 집안일 마무리 해놓으시고 미리 축하전화 한통
    하시지 그러셨어요... 안보이니 애틋함을 가득 담은듯....

    지금이라도 꽃이랑 케잌이라도 남편분께 보내세요...
    많이 좋아하실겁니다..

  • 15. ..
    '11.4.28 10:20 AM (121.148.xxx.128)

    파견 근무실때는( 특히 곰과인 경우 면전에서 하는것은 영 뭐하지만)매개체를
    통해서 꼬리 아홉달린 여우로 변신하는 것도 효과가 엄청납니다.
    닥 한번만 큰맘 먹고 해보세요.

  • 16. 천상웅녀
    '11.4.28 10:25 AM (210.102.xxx.9)

    ㅎㅎㅎ
    이런 지대한 관심 정말 오랫만이예요.

    부랴부랴 검색해서
    쑥설기랑 영양찰떡으로 동네 떡방앗간 수배해서 주문했습니다.

    우리 남편 이런거 대게 쑥스러워 하는데
    정문에서 배송 받아서 어디 숨겨 놓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관심과 힌트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역국...
    제가 워낙 미역국 좋아하기도 하지만
    시어머님의 전화도 있었어요. 아범 없어도 미역국은 끓여 먹어라~~하셨어요.
    미신이지만 생일날 미역국 정도는 먹어야 생일자의 일신이 편하다고 믿으시는.
    저도 거기에 동의하구요. 집에서 대접 받으면 밖에서도 대접 받겠지...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저 정말 이대로 곰으로도 모자라 불곰으로 살다 죽을 뻔 했는데
    여우 마누라 한번 되어 봅니다.

  • 17. ?.ㅡ
    '11.4.28 10:30 AM (1.227.xxx.170)

    남편이 단세포형이라 별로 여우짓 안 해도 되요.
    남편 미우면 엄청 싫어하는 미역국과 카레를 만들어요.ㅋㅋ
    그럼 남편은 본인한테 불만이 있다는 걸 알더라고요. ㅎㅎ

  • 18. ?
    '11.4.28 10:30 AM (121.130.xxx.42)

    원글님 후기 꼬옥 올리세요.
    전국의 불곰들이 좀 배우게요.ㅋㅋ

    그리고 남편분께 직접 전달하면 숨겨놓을지도 모르니
    배달하시는 분이 사무실 여직원에게 ***씨 생일떡 배달왔다고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떡 상자에 "축 *** 생일 사랑하는 아내가 " 라고 크게 써 붙여서 배달해달라고 부탁하세요.

  • 19. 여우같은 곰
    '11.4.28 10:51 AM (121.134.xxx.45)

    잘 하셨네요^^ 남편분 쑥스러워 하면서도 좋아서 입이 아마 귀에 걸릴거예요. 그렇게 외지에 멀리 떨어져 있는데, 가능하시다면 오늘 밤 택시 대절을 해서라도 휘리리 다녀오세요. 야시시한 슬립 하나 사가지고...음화화화. 왜 제가 더 재밌죠?

  • 20. 천상웅녀
    '11.4.28 11:26 AM (210.102.xxx.9)

    이 퐝당 시츄에이션을 아무래도 보고를 해야겠어요.
    너무 퐝당해서 정말 올릴 수 없었지만
    저녁 쯤 후기 올리라는 분들 있으실까봐 미리 보고합니다.

    제가 위에서 그 회사 동네 떡방아간을 수배해서 떡을 주문하고 배송도 부탁드렸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공장이 크니까
    남문에서 만나야 할지, 정문에서 만나야 할지...라는 떡집 아저씨의 접선 장소 문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미리 말했더니
    부서 사람들 벌써 다 이쪽으로 올라오고 자기 팀들 딸랑 3명 남았는데
    그 떡을 다 어떻게 할 거냐며... 자기가 취소한다고, 안되면 그 자리에서 택배로 보낸다고 연락처 달라고... 난리난리 떨어서
    결국 그 떡 우리집으로 택배 보내달라고 전화드리고 택배비 보냈네요.

    울 남편은 제가 곰이라서 좋아했나 봐요.
    제가 곰인줄 알았는데 여우처럼 재주 부리니까
    막 미워하네요.
    갑자기 왜 이러냐고... 우린 할 말 다 이야기하는 쿨한 사이 아니냐고 하네요. 살짝 당황했나 봐요.

    생일 떡이 졸지에 옆 아파트로 이사 온지 일주일 된 우리집 이사떡이 되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떡으로 주문한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렇습니다.

    저 그냥 이 모냥으로 살다 죽어야겠습니다.

  • 21. ?
    '11.4.28 12:15 PM (121.130.xxx.42)

    ㅋㅋㅋㅋㅋㅋㅋ 걍 곰은 곰으로서의 매력을 뽐내며 살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봅니다.
    근데 남편분이 받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침마다 한개씩 꺼내드시면 참 좋은데..
    남편분이 곰이 재주 넘을까봐 겁나서 앞으론 이런 투정 못부리실 듯 합니다. ㅋㅋ

  • 22. 미역국
    '11.4.28 2:22 PM (72.213.xxx.138)

    미역국을 왜 끓였냐는 질문이 많아서 제가 대신 답할려고 로그인 했어요^^
    외국에 살다보니 엄마가 해마다 제 생일때 마다 미역국을 끓였다고 말씀하세요.
    멀리 있지만 건강하고 늘 잊지 않고 있다는 메세지...제겐 엄마가 날 아직도 사랑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러니까 저도 이젠 결혼 5년차이고 엄마가 제 생일을 챙겨주지 않음에 전혀 섭섭함이 없는데요,
    어릴때 할머니가 바쁘신 부모님 대신으로 엄마 노릇을 하셔서 사실 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가끔 한국으로 통화를 하다보면 엄마가 니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였다고 말씀하시면
    아~ 그래도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주시는 구나 ~ 하는 직접적인 느낌이 온다고 할까요?
    그게 가까이 같이 살때는 못 느끼고 별다른 음식이 아닌 것 같은데요, 멀리 떨어져서 있을때
    누가 내 생일을 기억해 주고 챙겨준다는 걸 들으면 그 느낌이 달라요.
    마치 오랜 친구가 참, 엇그제 내 꿈에 니가 나왔더라~ 같은 무의식적인 소속감같은 친근함이 확
    느껴지는 기분이랄까요?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도 날 기억하고 생각하고 챙겨주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져요. 원글님, 미역국 끓이신 거 잘 하셨어요! 남편분이 은근히 좋아하실 거에요^^

  • 23. 우하하
    '11.4.28 3:27 PM (61.73.xxx.104)

    남편분도 곰과~히히. 손뼉치고 웃었네요. ㅋㅋ 부창부수라고(원글님 농담인 거 아시죠? 하하)
    윗님말씀처럼 정말 남아계신 직원분들도 냉동해두었다 꺼내먹도록 골고루 나눠주면 좋을텐데
    하긴 남자분이라 그런 거까지 신경이 안 가실라나~
    저도 좀 그런 센스가 떨어지는 편인데 곰과라기보단 핑핑 돌아가는 머리(생활적인 면에선 특히 잔머리 쓰는 게 은근 도움됨)가 좀 딸리는 게 아닐까요?
    제가 미련 떨다가 아ㅡ 이럴걸 저럴걸 하고 후회하는 편이라 종종 그런 생각합니다.
    암튼 불곰~원글님. 그래도 우리 쫌 노력해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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