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식구가 함께하는 새로운 도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도쿄 특파원
1989년에 남편은 도쿄 특파원에 내정됐습니다.
특파원 중에서도 도쿄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코스였다고 하더라고요.
도쿄 가는 게 결정되자마자 남편은 바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카투사에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영어는 잘했지만,
일본어는 걸음마 수준이라 했거든요.
바로 외국어 학원에 초급과 고급을 동시에 등록해놓고
문법을 배우면서 회화를 하는 식으로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러던 중 또 다른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평민당 총재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정치를 해보면 어떠냐 제안하신 거예요.
기자인 남편을 무척 아끼셨는데,
그만큼 실력과 믿음이 있었다는 뜻이겠지요.
당시 저는 정치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어요.
제 반대로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겠지만
그때 남편은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당시“내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더라면 진작 유학을 했을 텐데 그럴 형편이 못 된 터에 회사에서 외국을 보내주는 기회를 놓치는 게 아까웠다”라고 하면서 제안을 거절했다고 해요.
도쿄 가서 넓은 세상 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에 더 흥미가 있었던 거겠지요.
저는 가족들이 일 때문에 헤어져 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겼어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고요.
더욱이 휴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서 아쉽지만 학교에 사직서를 내야 했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때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의 제목이었는데요.
그렇게 저희 세 식구는 조금이나마 넓은 세상을 경험했고
색다른 도전을 했어요.
국경을 넘은 3년간의 ‘도쿄 살이’는 다시 못올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출처] 숙희씨의 일기 #15 도쿄에 가다|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