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라 했다
언덕 너머 복숭아밭께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울긋불긋 복면을 한
나무들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바람이 한 번 불자
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후드득,
꽃의 무사들이 뛰어내려 나를 에워쌌다
나는 저 앞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
사정했으나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
나는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송찬호, 문학과지성사,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에서
간간히 소식을 전하는 남동생놈의 카톡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