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 조회수 : 1,29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8-11-21 09:39:34

「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해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안을 수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몸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기억만 없다


-『혼자가는 먼 집』(문학과 지성사,1992) 




오래된 벚꽃나무가

가을에도 이리 이뿔 줄이야


미인불패..라더니

봄에는 꽃으로

혹은, 봄 그늘로

혹은, 봄 그늘 아래 술자리로

마음 와그르르 무너지기 딱 좋은 생김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시인 또한 불패

사랑으로

사랑의 봄으로 

혹은, 사랑의 봄 그늘로도

혹은, 사랑의 봄 그늘아래 이별로도

마음 와르르 무너지는 가을햇살 아래 

어느 시인의 49제의 시로도

딱 좋은 고백이다





*허수경시인의 49제가 요근방이었습니다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1.22 6:12 PM

    그 예쁜 이파리가
    그이의 손에 담겨 쓰레기봉투로 가고 있나이다.

    보내고 사라지는 건 보낼 때 아작내고 보내야 하는 1인ㅎ

    아으 개밥!!!

  • 쑥과마눌
    '18.11.26 11:09 PM

    모든 것의 운명은 쓰레기봉투와 함께^^
    이뻐도 소용없음
    인생은 공평하니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0522 분홍이.ㅋㅋ 15 흠흠 2018.11.22 10,476 0
20521 유지하고 보존하기 힘든 시대 2 도도/道導 2018.11.22 839 0
20520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2 쑥과마눌 2018.11.21 1,291 0
20519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가 모두 다르다 2 도도/道導 2018.11.21 1,042 0
20518 겨울을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6 도도/道導 2018.11.19 1,418 0
20517 두 얼굴 1 고고 2018.11.18 1,221 1
20516 남원 교룡산성&선국사 (feat 최제우,김개남) 2 wrtour 2018.11.18 1,171 2
20515 남원 만복사지( feat 김시습 만복사 저포기) 5 wrtour 2018.11.17 999 0
20514 남원 광한루 4 wrtour 2018.11.17 1,500 1
20513 가을 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바라본다 2 도도/道導 2018.11.16 1,087 0
20512 숨은 고양이 찾기 2 띠띠 2018.11.15 1,849 2
20511 사랑, 그것 4 쑥과마눌 2018.11.14 1,295 2
20510 1박 2일 지들끼리 13 고고 2018.11.13 2,777 2
20509 삐용 12 띠띠 2018.11.12 2,174 3
20508 가을을 울안에 가두다 3 도도/道導 2018.11.12 1,007 1
20507 고령화 사회를 보는 듯... 4 도도/道導 2018.11.09 1,843 1
20506 견성이나 인성이나 2 고고 2018.11.08 1,668 2
20505 사전점검 앞둔 헬리오시티 정원 구경하세요 3 anny79 2018.11.08 4,092 0
20504 어떤 삶의 가능성 4 쑥과마눌 2018.11.08 1,301 1
20503 떠나는 마음과 보내는 마음이 가득한 피아골 4 도도/道導 2018.11.07 1,114 0
20502 청량산 청량사 5 wrtour 2018.11.06 1,874 2
20501 대안학교 춘천전인학교 을 소개합니다~ 나무꾼 2018.11.05 1,271 0
20500 빗장울이 떨어져도 아침에 만나는 풍광은 언제나 축복이다. 2 도도/道導 2018.11.05 958 1
20499 가을을 한 보따리 가져 옴 5 쑥과마눌 2018.11.04 1,348 0
20498 마루의 가을 16 우유 2018.11.03 2,25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