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의 '빈 배처럼 텅 비어'를 읽고..
시로 쓰는 삶을 믿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읽는 삶을 믿는다고 한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서정 서정한 시를 쓴 사람이
개차반임을 알았을때 실망하기 보다는..
쓰레기처럼 말하고,
쓰레기처럼 행동하고,
쓰레기처럼 배설하는 저 인간의 심연에도
그리 아름답고 서정스러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이를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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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살아왔나
'보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중에서
독하디 독했던 최승자의 시도
불나방같았던 그녀의 청춘도
다 타버리고
시집 속 허다한 페이지속
시 하나 하나는
모두 다 빈 배처럼 텅 비어 있더라.
모질지 못해서
끊어 버리지 못해서
벌벌 떠는 겁쟁이여서
그녀의 이전 시들이
그리도 독하게 아프고, 아파서 독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시들에
찬사를 보냈던 나역시도
엄청시럽게 비겁하고 계산적이라서
잘한다 잘한다하며 최승자를 예찬했던거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