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도 오고 눈으로도 오고>
고마운 두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한 엄마가 목도리를 떴습니다. 둘 다 노란색이 아닌 이유를 듣다가 가슴이 저릿해졌습니다. 충분히 우리편인 거 알지만 노란색이면 그 분이 두르기 부담스러울까봐 하얀색으로 떴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jtbc를 대신하는 손석희 앵커입니다. 그이가 세월호 문제에서 얼마나 진정성있고 뚝심있는 언론인인 줄 뻔히 알면서 그래서 너무나 고마운 사람으로 생각났을 거면서도 그런 배려와 걱정을 먼저 하는 게 세월호 엄마들입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세월호 문제에 공감한다는 노란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대낮에 따귀 테러를 당하는 광기의 시간이었으니 천일이 넘는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이 견뎌야 했을 고통의 무게가 어떠했을지,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합니다.
아이가 어떤 날은 비로 오고 어떤 날은 눈으로 오는 것 같다고 한 엄마가 말해주었습니다. 세월호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도 꼭 노란색으로만 오는 것 은 아닐테지요. 하얀색으로도 오고 빨강색으로도 오고 보라색으로도 오겠지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할 뿐. 보이지 않지만 그런 간절한 마음들이 있는 한 결코 꺽이지 않을 시간들을 우리는 보고 있고 또 믿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
엄마들의 뜨개질을 곁눈질하다가 뜨개의 길로 들어선 한 사내가 뜨개질에 몰두하는 광경을 우연히 목격했습니다. 노란 목도리를 선물 받을 주인공입니다. 목도리를 떠준 엄마는 그를 가리켜 가장 가까운 이웃, 맘 편한 이웃 같다며 ‘곁에서 언제나 노란 리본을 보여주시는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딱이다 싶었습니다. 그 사내에게 노란 목도리 사연을 미리 귀띔했더니 자신이 받은 것 중 가장 큰 상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습니다. 상 받으러 곧 오겠지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얼굴을 조금 가렸습니다. 흠. 뜨개질하는 남자, 섹시합니다. 이 남자가 드디어는 섹시함까지 겸비하는군요. 축하한다, 제동아^^
봄이 가까웠는데도 하얀 목도리와 노란 목도리를 풀지 않은 두 남자를 혹시 본다면, 엄마들의 간절하고 다정한 마음들을 아직 목에 두르고 있는 거라 생각해 주시길요. 그렇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라 여겨주시길요.
‘그 사람에게 ’사연을 액자로 만드는 이번 뜨개 전시회의 예술감독 정은실 작가는 ‘아무도 몰라주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실 중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실로 꿰맸어요. 정성을 다하고 싶어서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웃치유자들의 한땀한땀 재능과 정성으로 세월호 엄마들의 속마음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이번주 토요일 오픈합니다.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 ‘그리움을 만지다’>
일시 : 2017. 2.11(토)~2.19(일), 9일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장소 : 시민청 갤러리 (서울시청 지하 1층)
전시기간 중 엄마들과의 이야기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2.11(토) 2.12(일) 2.17(금) 2.18(토) 2.19(일) 오후 3시
문의 : 치유공간 이웃 (031-4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