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걱정병자들이 참 많아 보여요. 하늘이 무너질까 무서워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죠.
8년 전 촛불때, 많은 분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셨을텐데 그 때 몇몇분은 정말 수상할 정도로 (나쁜일이 아닌데도) 본인 신상을 숨기려 하시고 여러가지로 조심하시더라구요. 참 걱정도 많다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82에서 툭하면 일어나는 알바 논란도... 참 우스울 때가 많죠. 음모론자거나 과대망상증 환자들 집단인가 싶은 기분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거에요. 6~70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참...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이 일어나는 정권이더군요.
유지니맘님이 5명이 붙었다더라는 얘기 들었다 기타 등등 하신 말씀에 대해 과대망상증이냐라고.. 정말 순수하게 생각하실 분들 있으신 거 알아요. 그분들 보시라고 글 남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혹은 바로 주변에서 일어난 일만 쓸게요.
그들 입장의 잃어버린 10년 직후인 8년전 이명박 정권 초기에 일어난 일들이니 해묵은 지금은 아마 더할거에요.
저는 유지니맘님과 비교할 수 없이 영향력 없는 그냥 지나가다 자잘한 케이블 방송에 인터뷰 몇 번 한 아주 작은 촛불 관련 인터넷 카페 온라인 운영자나 하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원래 겁이 없는 낙관적인 성격이라, 뭐 딱히 두려울 게 없으니 제 명의 아이디로 활동하고 제 연락처도 공개되어 있었어요. 어느 날 카페 다른 운영자분 댁에 경찰이 임의동행 하려고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좀 있다 저희집 초인종도 울리더라구요. 이미 전화연락 받은 터라 무시했어요. 계속 무시하니 휴대폰으로 전화도 오던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오는건 다 안받았어요.
임의동행 요구시 대응 방안 등등 인터넷에서 다 찾아보고 마음 진정되고 몇시간 뒤 저녁에 1층에 내려가니 그때까지도 경찰이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제 얼굴은 이미 알고 있어서 아는 척 하면서 당장 조사 받으러 가재요. 이미 껌껌해진 저녁 시간이었거든요.
그래서 (민변에서 읽은 임의동행 대응방안에 따라) 시간 안된다고 못간다고 하니 당장 집으로 올라가서 컴퓨터, 애들 불어주던 풍선 등등 다 증거물로 압수해야한다고 으르렁대고... 기타 등등 계속 거부하니 남편 직장이 어디던데.. 까지 나오더라구요. 어쨌든 그 날 넘기고 시간 더 지난 뒤에 조사받으러 갔어요. 저는 다음 카페에서 활동했는데 네이버 카페(레몬테라스 같은 대형 카페)에 정말 자잘하게 올렸던 별 상관없는 아주 예전 잡담 글까지 다 찾아 출력해놓고 기다리더군요.
혹시나 안티이명박 카페나 재야 정치인 혹은 광우병 대책위 간부들하고 접점이 있을까 싶어 전화 통화 추적은 당연히 했더라구요. 저도 무슨 일로 통화했는지 누군지 기억 안나는 어느 번호를 놓고 이 사람하고 왜 통화했냐고.. 뭐 기타 등등 사상 검증은 당연하구요. 아... 촛불이랑 풍선은 누가 준 돈으로 샀느냐는 당연히 예상가능한 질문도 받았네요. 그런데 그 때 저는 그 사건으로 잠깐 언론에 주목을 받던 중이라 집에 찾아왔던 수사관들과는 달리 굉장히 정중한 태도의 수사관에게 조사 받은 게 그 정도에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훨씬 심했겠죠.
그러고 난 뒤에 촛불 시즌마다 한번씩 연락을 받는데...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가 와요. 집앞이니 나와서 인터뷰 좀 하라고... 전화번호는 그렇다 치고 우리집 어딘지 경찰도 아니고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리고 그 뒤에 제가 알게 된 사실은, 제가 경찰에 조사 받던 무렵, 제 주변에 비슷하게 인터뷰 몇 번 한 정도의 분들 중에는.. 남편이 대기업 대리급인데 갑자기 이사에게 (어마어마한 상사죠) 불려가 아내 단속 잘하라 소릴 들은 분이 계시더라구요. 과연 그 회사에서 일개 사원의 아내가 뭐하고 다니는지 조사한걸까요? 경찰에서 협조요청이 있었겠죠.
사업하는 남편 둔 분께선 세무조사도 받으셨어요. 회사 다니던 분 중엔 어느 날 출근하니 책상이 없더라..하는 분도 계셨어요. (한참 책상없이 버티니 다시 책상 주더라고...) 밥줄 협박은 사람을 위축시키는데 가장 위력적이죠. 그게 계기 중 하나가 되어 결국 그들 목적대로 우리 모임은 깨졌어요.
아마 저도 불러서 '우려를 표할' 이사님이 있는 직장에 다녔거나, 세무조사 나올 사업체를 운영중이었다면 그렇게 말 나오기 전에 조용히 접었을거에요. 그런 두려움이 없으니 내놓고 떠들고 버텼고, 경찰에서도 당혹스러워했죠. 비슷한 일 당하고 조용히 묻은 분들 많으시리라 봐요.
우리 모임에서도 그런 일 당한 분들 그 당시에 그런 이야기 내놓고 하지 않았어요. 조용히 안나오시더라구요. 시일이 오래 지났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죠. 유지니맘님도 꺼내놓고 말 못하는 사연들 많이 있을 겁니다. 촛불 나오는 분들 힘빼고 싶지 않으니 침묵하는 거죠.
이런 일들이 지난 후에 제가 깨달은 건, 귀족 노조, 빨갱이들 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는 평범한 아줌마들이 촛불 집회 현장에 나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이런 치졸한 일 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두려운 일이었을 거라는 거에요.
이런 글 쓰면 절 모르시는 분들은 허언증 환자 아닌가 하실 분도 계실테지만 82에 제 얼굴 아는 분도 많으시고, 최소한 제 얘긴 제가 드러내놓고 떠들고 경찰에서도 결국 인정해 아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저도 간간히 이건 정상적인 글로 보이는 데.. 이걸 알바로 모는 건 지나치다 싶은 경우도 있어요.
다만 이 번 유지니맘님 건은 과대망상증 환자라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그러니 조심스러워 하는 분들의 입장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 남기네요. 내역이 온라인으로 올라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먹잇감이 될지 빤히 예상되고 그게 걱정되어 현 시점에서 온라인 공개 반대하는 거에요. 여태까지 공개 안하신 것도 아니고 트집잡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굳이 먹잇감을 던져 줄 필요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