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포스팅에 이른바 ‘ 미역국 언니 ’ 로 자주 등장하는 분이 있죠 .
지난 번 크로아티아 여행 때 , 양념하여 볶은 미역을 진공포장 해 와서
물만 붓고 끓이면 미역국이 완성되는 아이디어로 칭송 받았던 분입니다 .
이 분 성 ( 姓 ) 이 ‘ 송 ’ 인데 ( 정확히는 남편 분이 송씨 ) 요즘 태양의 후예 보더니
자기네도 이른바 송 - 송 커플이라며 망발을 일삼고 다닙니다 ;;
( 깐느에서도 빛나던 송 - 송 커플 . 후훗 ~ 원조는 너님들 아님 )
‘ 오오홍홍홍홍홍 ~~’ 하는 하이톤의 웃음소리와
한국말도 불어처럼 들리게 하는 콧소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쏭여사 .
이 분은 평소에 남 모르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분입니다 .
이번 여행코스가 엄청난 무리수였던 데도 이 분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죠 .
그래도 남들이 생각 못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 꾀 ’ 들로 우리의 여행을 항상 즐겁게 하는 분입니다 .
또한 대포만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저희 일행의 예쁜 사진을 남겨주시는 고마운 분이기도 하죠 .
( 저희 일행의 사진사는 이 분 , 쏭여사와 맏언니 , 두 분입니다 .
아 ! 그리고 폰카메라로 모든 일정을 일거수 일투족 기록으로 남겨주는 천사표 언니도 추가요 .)
아무도 몰라줘서 그렇지 본인의 미적 감각이 탁월하다 여기는 쏭여사는
본격적으로 카메라와 렌즈를 장만하고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저희에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가 부쩍 늘기 시작했습니다 .
그 중에서도 깔맞춤에 관한 주문은 … 아 진짜 …
( 나름 마르세유 컨셉에 맞춰 깔맞춤 하고 나온 쏭여사 )
깔맞춤에 대한 쏭여사의 집착은
일요일날 할렘에서 교회 가기 위해 성장하고 나선 흑인 할머니들 뺨칠 정도입니다 .
( 길거리 소품이나 일행을 활용한 깔맞춤의 나쁜 예 )
또한 이 자리를 빌어서 속풀이 하건데 … 쏭여사는 우기기 대장입니다 .
말투가 굉장히 단호하여 , 설령 그 내용이 틀렸다 하더라도
옳은 말 한 상대가 왠지 틀린 듯한 느낌을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
가령 , 이번 여행에서도 …
파리에서 기차타고 리옹으로 이동하던 중 있었던 일입니다 .
창 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평야를 보고 있던 쏭여사가 우와 ~ 프랑스도 땅이 넓네 어쩌네 하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뉴저지주의 면적이 남한과 비슷하다는 문제의 발언을 합니다 .
다들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하나 , 정확히 아는 이가 없어 반론은 못하고 …
때마침 옆에서 듣고 있던 맏언니가 ( 알고 보면 평소 틀린 말을 별로 하지 않으나
뭔가 노인네라는 이유로 항상 억울하게 쏭여사한테 당하는 )
‘ 맞아 . 나도 비슷한 얘기 들었어 . 뉴저지가 남한하고 비슷하던지 ,
아니면 버겐 카운티가 서울하고 비슷하던지 둘 중 하나야 .’
이렇게 쏭여사 말을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
다들 뭔가 찜찜한 상황에서 불현듯 막내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
( 아니 , 파주에서 제주는 고사하고 해남이나 부산까지만 차로 가도 그게 몇 시간인가 ?)
용기를 내어 쏭여사에게 질문합니다 .
‘ 알렌데일 ( 뉴저지 북쪽에 있는 타운 중 하나 ) 에서
케이프 메이 ( 뉴저지 최남단 ) 까지 차로 가는데 몇 시간 걸려요 ?’
순간 , 쏭여사의 동공이 잠시 흔들리더니 이윽고 단호한 대답 “ 다 … 다섯 시간 !”
( 우리 휴가 갈 때 아무리 막혀도 그렇게는 걸리지 않음 )
막내의 대답 . “ 아니 , 왜 그 때만 천천히 가요 ?”
이후 쏭여사의 주장에 대한 일행의 이의제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
기차가 이동 중이라 끊겼다 이어졌다 하는 와이파이 신호를 붙잡고
신실장 스마트폰으로 검색 시작 .
그 결과 , 뉴저지 면적 8,729 mi². 남한면적 38,691 mi². 남한이 뉴저지보다 최소 4 배는 크네요 .
그러나 쏭여사 여기서 굴하지 않습니다 .
자기가 처음 미국 이민 왔을 때
한인사회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H 일보에서 분명히 읽은 내용이라며 ,
그걸 읽고는 ‘ 아 , 내가 살던 남한 땅과 비슷한 뉴저지에 시집와서 살게 됐구나 ’ 라고 생각했다는
그럴싸한 정황까지 들이밉니다 . 그러나 이미 숫자로 증명된 것을 어쩌리요 .
쏭여사와 더불어 H 일보의 신뢰도마저 추락하는 순간 .
하필 여행 초기에 돌이킬 수 없는 데미지를 입은 쏭여사는 이후 여행기간 내내
무슨 발언을 해도 남들이 콧방귀도 뀌지 않는 굴욕을 겪으며 찌그러져 있어야 했습니다 .
그러다 저희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여 인근 몬세라트로 가던 날 ,
또 이런 일이 있었어요 .
몬세라트행 기차는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역에서 약 1 시간 정도 걸리는데 …
이런 저런 잡담을 하다 지루해진 저희 일행은 , 침묵의 007 빵 게임을 시작합니다 .
그런데 쏭여사가 또 !!! 이상한 주장을 하는 겁니다 .
저희가 아는 007 빵 게임은 무작위로 아무나 지목하며 0-0-7- 빵 ( 양 옆사람 ‘ 으악 !’) 이런 식인데
쏭여사는 자꾸 0-0-7- 빵을 시계 ( 혹은 반시계 ) 방향으로 한사람씩 차례로
돌아가며 외쳐야 한다고 우기는 겁니다 . 대체 그건 어느 지역 방식인지 …
평소 같았으면 어느 정도 먹혔을지도 모르나 , 이미 H 일보의 굴욕이 있은 후라
들은 척도 안하고 우리 방식대로 게임진행 .
그 결과 쏭여사만 엄청나게 먼지 털듯 맞았다는 …
( 깨알같은 응징을 가하는 신실장과 타짜 , 때리는 시늉만 하는 천사표 언니 )
이윽고 도착한 몬세라트에서 검은 마리아상도 보고 ,
기암괴석을 배경으로 서 있는 멋진 수도원도 보고 , 기념촬영도 한 저희 일행 .
( 왠지 저 정기를 받으면 힘이 울끈불끈 솟을 것만 같은 몬세라트 바위산 )
잠시 시간이 남아 기념품샵에서 이것저것 쇼핑을 하고 하산하기로 했어요 .
그런데 기념품샵에서 계산하려던 쏭여사의 신용카드가 없어졌다는 거에요 .
카메라 배낭 앞주머니에 넣어 두었는데 없어졌다는 겁니다 .
제가 곁에서 보니 그 카메라 배낭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주머니도 많아서 잘 찾아보면 나올 듯도 한데 …
(문제의 카메라 배낭 , 쏭여사 뒷태는 뽀너스)
본인은 처음부터 분실했다고 확신을 하더군요 .
하산하는 케이블카 시간이 촉박하여 일단은 제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내려왔어요 .
( 눈물의 하강 중에도 카메라 셔터를 누른 대단한 쏭여사 )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역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쏭여사의 탄식이 시작됩니다 .
‘ 처음 그 앞주머니에 넣으면서도 여기 두면 잘 빠져서 넣으면 안될텐데 … 하는 생각을 했어 ’
하소연 받아주기 전문가인 우리의 천사표 언니 ( 세례명도 ‘ 안젤라 ’) 가 맞장구쳐 줍니다 .
‘ 그러게 … 뭔가 찜찜하면 꼭 일이 생기더라 .’
‘ 내가 미쳤지 . 왜 알면서도 거기 넣었는지 …’
‘ 알면서도 그렇게 될 때가 있어 . 나도 그럴 때 있어 .’
쏭여사가 배낭 앞주머니를 직접 열었다 닫았다 시연하면서 …
‘ 이거 봐 . 이게 이렇게 허술하다니까 . 여는 순간 툭 빠져나가게 돼 있어 .’
천사표 언니가 배낭을 건네 받아서 그걸 또 직접 해 봅니다 .
‘ 어머 , 이거 동전 튕겨나가는 것 봐 . 카드도 이렇게 빠졌겠네 … 쯧쯧 ’
‘ 정신 없이 사진 찍으면서 열고 닫고 하니까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니까 ’
‘ 괜찮아 . 신용카드 분실은 신고하면 바로 해결 돼 . 호텔 가면 바로 전화하자 .’
쏭여사 , 이번엔 카메라를 꺼내들고 몬세라트에서 찍은 사진들을 넘겨 보면서 .
‘ 사실 , 아까 성당 안에서 어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낌이 너무 이상하고 무서웠어 .
그래서 뭔 일이 나겠다 했어 ’
‘ 그래 ? 그게 어떤 사진이야 ?’
( 이거 ?)
카메라에서 문제의 사진을 찾던 쏭여사 .
‘ 어머 ! 어머 ! 그 사진만 없어 !!! 이게 웬일이야 !’
‘ 그럴 리가 있어 ? 잘 찾아봐 .’
‘ 아냐 ! 너무 이상해 . 내가 찍고도 이상해서 분명히 카메라에서 다시 봤는데 … 왜 그것만 없지 ?’
( 아니면 이거 ?)
분명히 찍었다던 사진이 카메라에 남아있지 않은 이상한 상황 .
쏭여사는 기차 안에서 간증이라도 할 기세입니다 .
다행히 다들 지쳐 잠들었거나 멀리 있었던 관계로 , 안젤라 언니만 계속해서
분실된 카드와 사라진 사진 얘기를 받아주며 바르셀로나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
그날 밤 . 숙소로 돌아가서 각자 씻고 짐 챙기고 분주한 가운데 …
금고에 넣어두고 갔던 쏭여사의 핸드백에서 카드가 떡 ~ 하니 나옵니다 .
‘ 어머 어머 어머 !!! 이게 여기 왜 있어 ! 아침에 분명히 가져갔는데 …’
천사같던 안젤라 언니 .
아까 기차 안에서 니 푸념 성의껏 받아주다 소모된 내 감정은 어케 할거냐며 …
버럭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리고 … 쏭여사의 신뢰도는 당분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