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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누나 프랑스 여행기 - 타짜의 건망증

| 조회수 : 3,74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6-04-23 03:18:00

 

저희의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읽은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희 중에 타짜가 한 명 있어요 .

본인은 ‘ 타짜 ’ 라 불리는 걸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나 , 어떡해요 . 이게 입에 착착 붙는걸 ㅋㅋ



 

 

( 꽃보다 타짜 )

 


2 년 전 , 크로아티아 여행시 비엔나 카지노에서 나름 짭짤한 결과를 얻었던 타짜는  

( 오해 없으시길 … 타짜는 “ 꾼 ” 은 아닙니다 . 

다만 , 기회가 왔을 때 게임을 즐길 만한 배포와 실력을 갖추었을 뿐입니다 ) 

자신은 외국 나가면 특히 승률이 좋다며 이번 여행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어요 . 

그도 그럴 것이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몬테카를로 카지노가  

이번 저희 여행 일정에 들어있었기 때문이죠 .


 

 

 

( 몬테카를로 카지노 . 타짜는 가슴 설레었다 …)



회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행 내내 복대 ( 판돈이 들었을 걸로 추정 ) 를 차고 다녔던 타짜 …

 



 

( 타짜의 성지순례 ㅋ )

 


암튼 , 우리의 타짜는 그간 저희 8 명이 여행 다닐 때마다  

남들 쉬는 시간에 본인의 장기를 살려서 얻은 가외 수입으로 일행에게 한 턱씩 쏘는 훈훈한 선행을 이어 왔습니다 .

 


그랬던 타 / 짜 / 가 !!!

이번 여행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저희에게 밥을 산 일이 있었으니 …

그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키톡에 올린 파리편에서 타짜가 핸펀 잃어버리고 다시 개선문으로 찾으러 간 일 , 기억하시나요 ?

미역국 언니 질질 끌고서 …

 

결국 찾아왔어요 . 개선문 꼭대기에서 누군가 주워다 사무실에 맡겼나봐요 .

 

 

 

( 타짜가 개선문에서 핸펀을 사용한 마지막 장면 )


 

마침 직원이 퇴근하려다 말고 , 타짜를 알아보더니 “ 니 핸펀 거죽이 무슨 색깔이냐 ?” 묻더래요 ㅋㅋ

그리고는 하는 말이 “ 니가 개선문에서 핸펀 잃어버렸다 찾은 두 번째 사람이다 ”

이 때까지만 해도 타짜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저희는 깨닫지 못했어요 .

 

 

두 번째 도시 리옹에서 하루 자고 안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

 

   

 

( 안시행 기차를 기다리며 즐거운 아침식사 )

 


리옹역 폴빵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

호텔에 뭘 가지러 잠깐 갔던 우리의 왕가슴 언니 ( 아니 , 맏언니 ) 가

( 자기 가슴사이즈 36 인걸 분명히 해달래요 ㅋㅋ ) 뭔가를 들고 옵니다 .

그러더니 타짜에게 물어요 .    “ 너 핸펀 어딨어 ?”


 

호텔 로비에 떨어져 있던 것을 직원이 주워서 맏언니에게 준 거래요 .

“ 아마도 니 친구 것 같다 ” 이러면서 …


 

이 때부터 저희는 타짜를 “ 관심 자매 ” 로 지정하고 ( 감히 입밖에 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 

돌아가며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


 

그리고 리옹을 거쳐 마르세유 호텔에 체크인 하던 날 .

자기 방 키를 받아들고 유유히 사라진 타짜의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그녀의 모자 .

네 , 이번 여행 위해서 거금 들여 구입했다는 패셔너블한 모자입니다 .

 

 


 

(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다시 돌아간 충성스런 모자 ..)

 


모자를 발견한 미역국 언니가 잽싸게 그것을 숨기더니 저희더러 함구하라고 합니다 .

호텔 체크인 후 저희는 바로 배를 타고 이프섬으로 향했는데 …

 


 

그제야 타짜가 자기 모자 없어진 걸 깨닫습니다 .

 

 

 

( 타짜는 이프섬서 모자 쓰고 이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 사진협찬 : 신실장 )

 



잠시 나라 잃은 표정이 얼굴에 스치더니 곧

“ 한 번 떠난 것에 맘 두지 않는다 !” 며 쿨하게 포기하더군요 . 저희는 모두 속으로 ㅋㅋㅋ

 

 

 

( 이프섬서 맨머리로 열심히 촬영 중인 타짜 )

 



다시 마르세유 항구로 돌아가는 배 안 .

4 시가 다가오는 시간이 되니 모두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

그 때 미역국 언니가 느닷없이 타짜에게

“ 오늘 점심 니가 사 !”

“ 내가 왜 ?”

“ 사라면 사 ! 점심 사는 이유를 모르면 커피까지 사 !”

 

이래서 타짜는 영문  모르고 점심을 사고 말았다는 … ㅎㅎㅎ

밥 다 먹고 미역국 언니가 모자를 슬그머니 꺼내어 돌려주자

집나간 자식 찾은 감격스런 표정을 잠시 짓더니만 …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해 졌어요 .




이후 우리 일행은 마르세유를 거쳐 프랑스 마지막 도시인 니스에 이르렀어요 .

이쯤에서 여행도 종반으로 치닫고 , 아마 저희도 경계가 느슨해졌나봐요 .



현재 스코어 타짜의 핸펀이 두 번 집을 나갔다가 다시 두 번 주인 찾아 돌아왔나요 ?

하지만 영어에 그런 표현이 있죠 . Third time is the charm. 우리말로 삼세판 정도 될까 ?

타짜의 핸펀은 기어코 세 번째 주인을 버리고 뛰쳐 나갑니다 .


 

니스에서 둘째 날 , 오전에 생폴드방스와 깐느 , 앙티브 구경을 하고 돌아온 날 .

전망대가 있는 니스 샤또 공원에 올라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


 


( 니스 전망대 )

 


 

저를 비롯하여 몇몇 분의 카톡이 울려요 . 저희 동네에 알고 지내는 다른 엄마로부터 온 카톡 .

모르는 프랑스 사람이 보냈다며 … 아마도 XX 자매님의 핸펀을 주운 것 같다는 .

그 때까지도 타짜는 자기 핸펀이 없어진줄 모르고 있었 …


 

 

 

( 핸펀이 집나간 줄도 모르고 열심히 폼잡고 촬영 중인 타짜 )

 



생폴드방스에서 사진찍다 남의 차 위에 놓고 온 핸드폰을 어떤 프랑스 사람들이 주워서 갖고 있나 봐요 .

 

 

 

( 아마도 핸펀을 잃어버리기 직전인 것으로 추정되는 …)

 


다행히 이 사람들도 저녁에 니스로 온다 해서 그 때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요 .

 

 

 

 

밤 늦은 시각 , 니스 구시가지 Place du Palais du Justice( 법원 ?) 앞에서 접선하는 타짜



 

니스 아가씨가 독일과 영국서 온 친구들을 데리고 생폴드방스에 갔다가 타짜의 폰을 주웠나봐요 .

밝고 착하고 예의 바른 젊은이들이었어요 .

나중에 보니 타짜의 핸펀에 이런 귀여운 사진이 남겨져 있더군요 .

 

 

 

 

고마워 ! 젊은이들 !!!!

 



이리하여 우리의 타짜는 핸드폰을 끝내 분실하지 않고 고이 집까지 가져왔다는 이야기입니다 .

그리고는 이런 말을 남겼어요 .

“ 나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았다 . 그 자리에 두고 왔을 뿐이다 ….” ( 뻔뻔하기는 )

 



< 총명탕 ( 聰明湯 ) 

治多忘久服能日誦千言

주로 잘 잊어버리는 증세를 치료하며 오래 먹으면 하루에 천단어를 외울 수 있다 .>

   

뭐 , 타짜가 수능시험 칠 것은 아니니 하루에 천 단어를 외울 필요는 없으나 우짰든 총명탕 복용이 시급하군요 . 

그동안 타짜가 딴 돈으로 얻어먹은 것이 있으니 , 우리끼리 모금이라도 해서 총명탕 한 재 지어줘야겠어요 .

 

P.S. 결국 우리의 타짜는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 

그 카지노는 정말로 영화에서나 보던 … 

쫙 빼입고 엄청 큰 판돈을 거는 큰손들만 게임하는 그런 곳이라 하더군요 ㅠ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Flurina
    '16.4.23 3:49 AM

    정말 재미있어요, 올려주시는 시리즈들 다~
    두고온 핸펀을 번번히 다시 찾았다니 이태리에서 된통 당하고 온 저로서는 정말 믿기지 않는데요@@
    계속 기다릴게요~^^

  • 2. 아녜스
    '16.4.23 8:58 AM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저도 성당언니들과 떠나고 싶어지네요.

  • 3. 그레이스
    '16.4.23 11:27 AM

    키톡에서 달려 왔어요.
    꼰누나님네 여행팀의 팀웍 심하게 부럽습니다.
    멋진 글과 사진이 미세 먼지에 시달리는 주말 아침에
    큰 힐링이 되네요.
    복받으실거예요.
    감사합니다.^*^

  • 4. 봄소풍
    '16.4.23 3:59 PM

    ㅎㅎ호.
    여행기가 끝날까봐 가슴 졸입니다 ..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 5. 찌니~~
    '16.4.23 4:51 PM

    애 재우며 읽어 내려가다 너무 웃겨 어깨가 들썩이는 바람에 애 깰뻔 했어요^^

  • 6.
    '16.4.23 11:34 PM

    하, 니스.
    해변 끝에서 끝까지 완주하겠노라
    거창한 꿈을 품고 갔다가
    영국인의 어쩌구만 걸었던 곳.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누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 7. mango tree
    '16.4.24 9:21 PM

    원글님 글 진짜 재밌게 쓰시네요.
    그렇게 정기적으로 같이 사이좋게 떠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부럽네요~~~

  • 8. 빛그림
    '16.4.25 9:42 AM

    이렇게 재밌는 글 읽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일행분들도 너무나 멋지신 분들이고
    이런 유쾌한 글을 유려하게 쓰시는 꼰누나님도
    진정 능력자세요!

    온니 글 솜씨~넘 멋지세용!

  • 9. 봄이오면
    '16.4.26 11:15 AM

    다시 역마살이 스믈 스믈 올라오게 만드시네요

  • 10. 푸른나무
    '16.4.26 1:44 PM

    총명탕....다 좋은데, 너무 써서 증상을 생각해서 몇번이고 먹어보려다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죠.
    여행기 잘 읽고 있어요.

  • 11. dieppe2013
    '16.4.29 2:39 PM

    저도 여기서 땡겼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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