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극을 처음 보기 시작한 것이 7년전, 요시츠네라는 제목의 대하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일본역사에 대해서 그다지 잘 알지 못해서 스토리 위주로 보았고 사람 이름은 너무 많이 나오고
사건도 많아서 기억에 남는 큰 흐름을 제외하곤 많이 잊었지요. 그러다가 역사를 공부할 기회가 생겻고 그 때 본
이 대하드라마가 겐페이 갓센이란 유명한 전투를 둘러싼 이야기란 것, 드라마에서 나오는 두뇌회전이 빠르지만
천황, 상황, 법황을 다 거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자신의 의도대로 정국을 이끌어가려는 노회하나 인격적으로
반감이 느껴지던 하 ㄴ인물이 바로 고시라카화 법황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 알고 나니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사가 상당히 함축되어 있는 드라마로구나 시간내서 다시 한 번 보자 싶어서 여유 있을 때마다 보고 있는데
아니 처음에 나는 무엇을 본걸까 놀랄정도로 다양한 것이 보이더라고요.
이 곳 산주산겐도는 헤이케 모노가타리의 주인공 타이라노 기요모리가 자신을 공가 귀족에 버금가는 지위에
올려준 고시라카와 상황을 위해서 지어준 절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시라카와 상황은 나중에 기요모리와
결별하고 , 요시츠네와 요리토모 사이에서 저울질하다가 결국 요리토모를 선택하지만 결국 요리토모와도 사이가
갈라져서 절에서 여생을 쓸쓸하게 보냈다고 하네요.
산주산겐도가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기둥이 33개라서 붙여진 명칭이고 이 기둥을 못하나 쓰지 않고 연결한 것으로
유명하더라고요.
1001구의 불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곳은 내부 촬영이 금지라서 아쉽습니다. 1001구의 불상도 좋았지만
그 앞에 늘어선 관음상과 사천왕상들의 원래 명칭인 인도 산스크리트어와 일본에서 불리는 명칭을 대조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나누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여기서 자세히 보면서 보낸 시간덕분에 앞으로 만나는
절에서의 불상과 비교가 가능해서 여러 곳을 돌다보니 어떤 포즈가 닮았는지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가능해지고
같은 상을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주목해보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요시츠네에 등장하는 기요모리는 말년의 그라면 타이라노 기요모리라는 제목의 대하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젊은 시절부터의 기요모리가 주인공, 이렇게나 비중이 큰 인물인가 일본인에게 하고 놀랐지요.
그것만이 아니라 위인이 오는 집이라는 제목으로 컨셉은 현재의 일본인이 과거의 일본인을 불러들여서 딱 20분간
대화를 나누는 시트콤 형식의 역사물이 있는데요 거기서도 역시 기요모리를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산주산은 원래 관음보살의 자비를 상징하는 숫자라고도 하더군요. 그러나 과연 고시라카와 상황의 마음에 .
법황이 된 그에게 관음보살의 마음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이념을 받아들이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먼가, 멀기 때문에 인간인가, 멀기 때문에 이념에 더 집착하는 것일까 생각이 깊어지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이 절이 세워진 연도가 팻말에 씌여져 있네요.그 때는 타이라 가문이 영화의 절정에 들어서서 다이라가 아니면
사람이 아니란 말이 공공연히 돌기 시작하던 때라고 할 수 있지요. 그들 일문의 영화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수도에 쌓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떠나서 결국 전투에서 죽거나 포로로 잡히거나 바다에 빠져서
죽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던 무상감이라니, 요시츠네는 일본역사에 가까이 가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알면
좋은가 망서리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헤이케 모노가타리가 원작이더군요. 역사만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텍스트라고 할 수도 있거든요.
산주산겐도를 나와서 밖에서 본 모습입니다. 마침 전 날 밤 우연히 찾은 북 오프에서 국보를 모은 잡지
여러 권을 구했습니다. 미리 이모 저모를 본 다음 책을 들고와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글을 제대로
빠르게 읽을 수 없어서 구석구석 읽는 것은 무리였지요. 언젠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여러 권 구해서 들고 왔네요.
그 중에 겐지모노가타리를 비롯해 문학작품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만든 그림이 곁들인 동화도 있었습니다.
한 권이 우시와카마루란 제목인데요 우시와카가 바로 요시츠네가 어린 시절 불렸던 이름이지요. 요시츠네, 군신이라고도
불렸던 전략의 천재, 그러나 비운의 죽음을 맞아서일까요? 일본인들에겐 가마쿠라 바쿠후를 연 요리토모보다
심정적으로 더 사랑을 받는 인물이라고 하더니 이런 이야기로도 아이들에게까지 읽히는 모양이구나 싶더라고요.
산주산겐도부터 시작한 오늘의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지 오늘은 26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