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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연옥편을 함께 읽다

| 조회수 : 1,17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9-07 10:38:35

프란츠 리스트의 곡 중에 단테 소나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행복한 왕자의 음악회에서였습니다.

 

창연이라고 장래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연습중인 남학생이 친 곡으로 만난 단테, 그 때만 해도 어라, 단테라는

 

제목의 곡이 있구나 처음 듣는 곡인데 이상하게 매료되네 정도로 끝났지요. 그 곡을 일부러 찾아서 듣고

 

더구나 단테라는 제목의 심포니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곡도 듣고, 미제레레를 찾아서 듣기도 하는 일들이

 

벌어질 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지요. 게다가 이탈리아어, 거의 알아듣지 못해도 한 자리에 앉아서 귀기울이며

 

아, 처음에 이 작품이 나왔을 땐 라틴어가 아닌 당대의 피렌체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시를 낭송했을 사람들

 

낭송을 들으면서 나는 죽어서 지옥, 연옥, 천국 어디로 가는 존재일까 두려움속에서도 미약한 희망을 품고

 

이야기속으로 넘나들었을 오래 전 사람들의 마음을 더듬어보기도 하는 묘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이 모든 사연의 발단에는 역시 금요일의 행복한 고전읽기 모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요약된 신곡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옥편의 재미에 비해 연옥, 천국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서 결국 천국은

 

조금 읽다가 그만 둔 흔적이 책속에 남아있었습니다. 어떻게 기억하느냐고요?  줄이 한 군데도 그어지지 않았다면

 

거기서부터는 읽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여도 좋을 만큼 저는 책을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여기 저기 밑줄을

 

긋기도 하고 마음속의 반응을 못쓰는 글씨로 잔뜩 메모를 하기도 하는 못 말리는 버릇을 갖고 있어서요. 가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읽다보면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립게 느껴지는 시간도 있답니다.

 

연옥편을 읽고 이야기나누러 모인 사람들, 아직 빈자리가 눈에 보이는 동안에는 연옥이란 개념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이란 책이 너무나 많은 곳에서 인용이 되는데

 

정작 책을 읽어보지 못한 관계로 연옥의 탄생에 관한 간단한 소개글과 연옥이란 개념이 단테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 힌두교에서의 죽음 이후의 세계,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명계에 관한 이야기들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가 하는 짤막한 소개글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신화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갖기 시작한 것이

 

작년, 지금까지 여러가지 신화를 읽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 줄로 이어져서 아하 그래서를 연발하게 되는 중이네요.

 

 

지옥편만 읽고 이야기할 때에 비해서 연옥편까지 읽고나니 작가 단테와 등장인물인 단테를 비교하는 것도

 

같은 죄라도 어떤 사람은 지옥에 어떤 사람은 연옥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 그것에 대한 대답이

 

오고 갔고, 당시 피렌체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중에  단테는 어떤 심정으로 이 글을 썼을까, 오래 전 살았던

 

인간 단테는 이 작품으로 미루어보아서 어떤 사람이었을꼬 서로 추측을 주고 받기도 했지요. 과연 연옥의

 

7가지 죄에 해당하는 것에 우리들 각자는 어떤 범주의 것에 해당하는 것일까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에 들어갈 만한 것들을 다시 카테고리로 만들어서 글을 써보는 방식도 재미있는

 

발상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 인간의 욕망이 과연 나쁘기만 한 건가 하는 의문, 카테고리로 나누어서 소개할

 

만큼 각각의 죄는 분리된 것인가 하는 이야기도 주고 받았습니다.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 교황청과 신성로마제국의 관계,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반도에 있는 나라들과의

 

관계등을 잘 모르면 지옥편보다 오히려 더 연옥편에 몰입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겠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제 경우는 당시의 역사에 대해서 소설로 역사책으로 여러 차례 접한 시기여서 조금 더 재미있는 책읽기가

 

가능했습니다. 물론 세세한 상황은 거의 다 잊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릿한 기억이 실타래가 되어

 

미남 왕 필립 4세시대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페데리코 2세 시대의 시칠리아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연옥편을 읽으면서 보조 책으로 도움을 받은 것의 으뜸은 역시 단테 신곡 강의입니다. 그 책에서 앞으로의 제

 

인생에 품고 가야 할 한 구절을 만났는데요 what  i did가 아니라 what i was였는가를 깨닫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반성이라고, 그것을 새기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가는 것, 그 안에 희망이 있다는 구절을 발견한 순간의 놀라움이

 

지금도 떠오르네요. 흔히 반성한다고 하면 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으로 끝나기 쉽지만 그것으로 과연 무엇이

 

변하는가 의문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의 울림이 그토록 컸지 않을까 싶네요.

 

 

9월 마지막 주에 함께 읽는 천국편이 끝나면 바로 그 다음 10월 첫 주에 장미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소설이라

 

1권 2권 나누어서 읽기 복잡하니 미리 미리 읽고 10월 첫 주에 함께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라고요, 그 시간 함께 못한 이야기는 리플로 달아서 풍성한 이야기의 장으로

 

만들어주신다면 더 좋겠지요?

단테 소나타 함께 들어보라고 올려 놓습니다.천국편을 읽으면서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피렌체의 역사를 다루는 책, 중세에 관한 책들을 참고하면 좋겠다 싶어서여러 권의 책을 늘어놓고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늘 반성하는 것중의 하나는 이렇게 이 책 저 책 들이대면서소개하면 듣는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지만 멈추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누군가에게 새로운 문을 여는 순간이 될 수 도 있지 않나 하면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저 또한 다른 사람들이 열어준 (가끔은 그들이 열어준 것보다 과도하게 진도를 나가서 문제이긴 하지만 )

 

여러개의 비밀의 문이 있어서 하루 하루의 삶이 더 풍성하다고 늘 고마워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연옥편에 연관이 없는 모네 그림은 왜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네요. 미국에서의 2개월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혜나무님이 제게 준 선물이 바로 지베르니의 모네였습니다. 그 책으로 인해 다시 지베르니와 만나고

 

읽다보니 그림을 저절로 찾아서 나누고 싶어지는 그런 선순환이 재미있지 않나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orning
    '13.9.7 2:19 PM

    intotheself님, 늘 올려주시는 그림과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작권의 문제가 우리 나라에서도 점점 인식이 되어 가고 있는데, 올려주시는 (인용하시는) 그림의 작가와 제목이라도 붙여주셔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갑니다.

  • 2. 보티블루
    '13.9.7 8:36 PM

    낫가리가 참 멋지네요. 좋은 그림 좋은 글 잘 읽고있습니다.
    저도 늘 그림출처랑 제목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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