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달 바쁘기도 했지만, 왜 그런지 노트북에서는 그림이나 글씨가 다 깨져서 한동안 올리지 못했습니다.
데스크탑은 최근들어 자주 쓰지않아서 선을 다 빼 놓고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 귀찮아서 연결할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그런데다가 카메라를 어디에 뒀는지 또 찾을 수가 없어 폰으로 찍은 사진들 뿐이네요.
지 지난 주 피오나를 아틀란타에 데려다 주고 왔습니다. 다녀와서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곳에 들어와 보니, 마지막 게시물에 새 답글이 달려있어서, 그 분께 쪽지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원래는 에이미가 데려다 주기로 했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상 제가 가게 됐어요. 전 여행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 녀석을 떼어놓고 오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되도록 피하려고 했거든요.
지난 사진은 나중에 다시 올리고, 아틀란타 다녀올 때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피오나가 최근 2달 사이 무섭게 자라더라구요. 어느날 들어가 보면 분명 남아있어야 할 사료가 다 없어졌어요. 다람쥐라면 어디 숨겨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많은 양이 없어지더라구요. 처음엔 내가 조금 줬나..의심을 했는데 매일 매일 그렇게 없어지는 걸 보고 또, 몸이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걸 보고 자라느라고 그렇게 먹는 걸 알았죠.
처음 제게 올때 보다 4배 정도 무거워졌어요. 나이는 지금 약 9개월이구요.
이미 류키미아 인 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떠나기 3일전 다시 피 검사를 했어요.
병원에서 피를 뽑는데 뒷다리 안 쪽에서 뽑아요. 수의사가 주사를 아주 잘 놓긴 하지만, 저럴때 정신없게 마구 만져줘서 정신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해 주죠.
피를 뽑고 문질러주고 있어요. 이 녀석은 이제 이 병원이 많이 익숙해서 별로 겁도 내지 않아요. 집에선 누가 와서 좀 들여다보면 숨어서 나오질 않거든요.
이곳에서 아틀란타 까지는 차로 약 13시간이죠.
비행기를 타면 빠르긴 한데, 대도시까지 차로 약 3시간을 운전해 가서 타야하고 또 새벽 2시에 집에서 떠나야해요. 안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에 심란한데, 캄캄한 밤 피오나를 데리고 떠난다 생각하니 너무 우울해서, 그리고 또 이것저것 가지고 갈 것 도 많아서 환한 대낮에 차로 떠나기로 했어요.
제가 사는곳은 워낙 작다보니 차 빌리는 곳도 한 곳 밖에 없는데다 값은 다른 곳의 두배나 됩니다. 그리고 또 마일리지를 적용해서 하루 초과 되는 거리만큼 더 받죠. 또 가지고 있는 차들도 썩 좋지도 않구요. 그래서 한시간 떨어진 곳에서 금요일 미리 차를 빌리러 갔어요. 날씨가 너무 맑고 좋아서 돌아 오는 길 사진을 찍었어요.
토요일 아침 마루입니다. 이 녀석은 발톱정리를 아주 열심히 하는데 어떨땐 저러다 발톱이 남아나지 않는게 아닐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힘을 줘서 물어 뜯어요. 마루는 이 동네에서 제일 큰 고양이가 됐어요. 이제 일년하고 3개월에 접어들었죠.
떠날때가 다가오니 왜 그렇게 못해준 것 만 생각이 나는지..
마음은 자주 들여다 보고 싶은데, 제가 하는 일도 있고 또 제 고양이 세마리들에..정말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엔 류키미아 양성에서 음성으로 돌아 설 확률도 있고, 또 아프기도 해서 아침 저녁 길게는 40-50분씩 놀아주기도 했는데 제가 바쁠땐, 아줌마가 바쁘니까 미안하지만 혼자놀라고 말하고 먹이만 주고 나올때도 있었죠. 먹이는 면역성을 길러줘야 하기 때문에 치킨도 항생제 없이 키운것, 그리고 유기농 달걀노른자를 줬는데요..사실 이렇게 먹이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같이 오래 시간을 보내주는 게 힘들었죠. 보미 새끼들은 정말 어려서부터 온 정성을 다해 키워서 제 품을 다 떠나가도 섭섭하긴 해도 못해줘서 미안하다..이런 건 없었거든요. 피오나는 평균 2년 밖에 못사는 류키미아에 걸린 고양이라 모든 게 안스러웠죠.
마루 이 녀석은 문이 닫혀있는데도 늘 그방이 궁금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피오나 방 문앞에 앉아있어요. 그리고 서로 닿지도 못하지만 장난을 칩니다.
그러다 방 청소를 좀 하거나 때로 같은 고양이 구경 좀 하라고 방문을 열어놓고 제가 지키고 앉아 있을 때가 있거든요. 그럼 마루는 몸이 움찔움찔 하면서 들어오고 싶어하면서도, 이제 제법 철이들어 제가 안된다고 하면 저렇게 문앞에서 보고만 있어요. 문과 마루사이에 틈이 있기에 나무를 댔어요. 혹시라도 마루와 장난치다 옮게될 가능성도 있어서요. 보통 류키미아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약 20% 정도는 옮을 확률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혹시 몰라 피오나 있는 문앞엔 오지 못하게 하느라 이런저런 걸 잔뜩 쌓아놨는데도 막무가내로 와서 틈을 만들고 방문앞에 앉아있어요. 나비도 궁금해서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나비는 기분이 나빠져서 마루 뒤에서 하악대니 마루가 긴장해 귀가 뒤로 젖혀졌죠. 나비는 옛날 보미 새끼들에게도 안 보면 될껄 굳이 방을 들여다 보고 저렇게 하악댔었거든요.
피오나와 마루는 잘 지냈을지도 모르겠어요. 둘이 서로 닿을 순 없었지만, 하악대지도 않고 늘 궁금해 하는 듯 보였거든요. 피오나가 아틀란타에선 다른 고양이 세마리와 서로 부딪히며, 장난치고 치고..그렇게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죠.
겉으로 보기엔 정말 너무 건강한 9개월 청소년고양이죠. 마지막 피검사 때 류키미아 양성임을 보여주는 선이 정말 매우 희미했거든요. 뼈로 전이 된게 확실한 검사를 추가로 하지 않았다면, 음성으로 돌아설 거란 희망을 걸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의사선생님 왈 피오나가 건강해서 바이러스 활동이 매우 약해져서 그렇다고 하네요.
건강하고 많이 먹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살이 배쪽으로 조금 찌는 것 같아 열심히 놀아주니 헐떡거립니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 고양이예요. 노는걸 밥 먹는것 보다 좋아하죠. 하루종일 혼자 있다 창 밖을 내다보거나 혼자 노니 제가 들어가면 너무 좋아합니다. 충분히 놀아주고 나오면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조금 일찍 나오거나 그러면 못나가게 제 주위를 뱅뱅 돌아요..
원래는 월요일에 떠나려고 했는데, 무슨일이 그렇게 많은지 화요일에 출발했어요. 피오나는 한번도 제 집안을 자유롭게 뛰어다니지 못해, 가기 전 침대방으로 데려왔어요. 사실 고양이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제가 그냥 미안해져서 그런거죠. 마루는 호기심에 피오나 곁을 안 떠납니다.
피오나와 마루가 뒷마당을 보고있어요. 이 녀석이 작년 11월 초..어미 길냥이가 2달 조금 안돼보이는 피오나를 제 집앞에 떨어뜨려 놓고 가 버리는 바람에, 이 녀석은 엄마를 찾아 제 뒷뜰 여기저기 울면서 헤매다녔죠. 그러다 지쳐 뒷마당 한 구석에 잠이 들은 걸 바로 저 창문에서 사진을 찍어 올린적이 있죠. 저 날 엄마찾아 헤매다 옆집으로 들어가 그 집 개에게 크게 물렸어요. 코에서 피도 나오고 그랬다고 해서 우리 모두 피오나가 죽은 걸로 만 알았는데 다음 날 또 제 문앞에 나타났어요.
밖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미어캣처럼 서 있는 마루예요.
거실에도 앉아있었구요. 밑에 있는 건 보미예요. 마루와 나비는 집 안에 들어 온 메뚜기를 잡느라고 난리였죠.
문 앞..어려서 늘 큰 길냥이 틈에 끼어 먹이를 먹으러 왔던 걸 기억이나 할까요. 어린 피오나는 털이 긴 까만 길냥이 까미를 그렇게 잘 쫒아다녔어요. 왜 그런지 까미는 또 피오나를 잘 데리고 다녔구요.
떠 나기 전 집 앞이예요.
피오나 만큼 차를 잘 타는 고양이가 없었는데요, 너무 먼길을 가야하다 보니 걱정이 돼서 전 날 베네드릴을 조금 먹여봤어요. 알러지가 있을지도 몰라서 미리 테스트 해보라고 의사가 그러더군요..그런데 입에 침을 무섭게 흘리면서 먹기를 거부해서 테스트 해보라는 양의 1/3밖엔 주질 못했죠. 그래서..그냥 떠날 생각이었는데 고속도로 접어들기 전에 그대로 가는 것 보다는 안정제를 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기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때와는 달리 좀 보채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죠. 안정제인데 보통 약효가 7-8시간 가고, 그래서 그런지 가는 내 내 얌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