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요즘 눈을 바로 쓰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마음이 울적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울적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없어서 마루에 나가서 원하는 음악을 골라 틀어놓고 편하게 누워서
눈이 살아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연주를 듣습니다. 오늘은 브람스로 하루를 열었는데요, 오늘 아침 아이들과
맹자를 읽는 날이라 바로 일어나서 조금 더 읽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음악으로 충만한 시간, 그 기분을 살려서
그림을 보고 싶어집니다.
이성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아는 것과
마음이 그것을 거스르고 다른 것을 원할 때 중심을 잡아가면서 사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그래도 역시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몸이 점점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빠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자, 노화를 스스로 멈출 수 없을 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마티스가 표현한 이카루스의 추락, 묘하게
이중적인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컷 아웃 작품입니다.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보람이, 그 아이가 제게 진로를 상의해 왔을 때 사실 처음에는 당황했습니다. 그 때 제 안의 보수성이라고 할까
딸의 선택에 대해서 바로 긍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선택한
길이니 준비해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긴 인생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시도도 못해보고 늘 아쉬움을
달고 사는 인생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가보고 싶었던 길을 시도도 못하고
덮어 두었던 것에 대한 미련과 보람이를 통한 대리만족이란 부분도 있었던 것일까 요즘도 자꾸 돌아보게 되더군요.
정해진 공간안의 물고기와 이카루스 사이에
중간은 어디일까 묘하게 마티스 그림을 보면서 생각이 뻗어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