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방학중에도 목요일 오전 수업을 하자는 사람들이 여럿이어서 방학 첫 수업을 했습니다. 물론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지만 온 사람들끼리 평소보다는 조금 여유있게 다른 이야기도 하면서 중국의 옛 역사 축의 시대가
오기 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지요.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과연 영어만의 문제인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 기본 지식이 없다면 해석을 해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게 되어 있는데요 오랫동안 뒤적이던 책들이
크게 도움이 되어 즐겁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은 집에 있는 아이들때문에 다 돌아가야 하는 분위기라서 저도 집으로 점심 먹으러 돌아오는데 우편함에
여러 장의 엽서가 보이더군요. 당연히 보람이가 어딘가 여행가서 제게 쓴 엽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라, 이상하다
일본안을 여행하는 도중에는 별로 엽서를 보내는 아이가 아닌데, 엽서를 꺼내보니 지난 한솔 뮤지움에 갔던
4명의 여학생이 각자 보내온 엽서였어요. 중학교 1학년 2학년 4명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엽서를 보내주었는데
순간 마음속에 정서적인 반응이 확 일어나면서 그 자리에 서서 한 번 두 번 읽어보았지요.
그 중 두 아이는 지난 번 일본 여행을 함께 하는 도중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본 기억도 있어서 그 때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 자리에서 선생님과 함께 보았더라면 하는 마음을 담기도 해서 그 시간을 되돌려 추억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듬뿍 받는 일이기도 하고
제게는 이미 사라진 마음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그 아이들이 내딛는 미래를 함께 꿈꾸기도 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일을 하면서 매년 새롭게 느끼고 매년 새롭게 방법을 고민하고, 이미 알고 있던 것 이외에도
무엇인가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누구와 이 책을 함께 나눌 것인가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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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쫑마마의 독일 친구가 한국에 왔다고 해서 함께 점심을 하기로 했지요. 자신의 친구를 선생님에게 소개하고 싶어하는 그 녀석의 마음을 아주 고맙게 받았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겐 이것도 역시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중학생인 녀석들이 커서 선생님, 지금 제가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를 한 번 같이
만나보실래요? 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겠구나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하게 되고요. 거꾸로의 경우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요?
가끔은 써프라이즈가 필요한 인생인가 하면서 즐겁게 보낸 목요일 낮, 보람이가 여기 저기서 보낸 엽서와 나란히
4장의 엽서를 늘어놓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엽서들이 더 늘어나서 가끔 다시 읽어보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