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카톡에 올라오기 시작한 스페인 사진, 이 진달래씨가 식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잊지 않고
사진을 보내줍니다. 오늘이 두 번째 날, 오래 전 여행을 기억하면서 사진속의 수도교를 비롯한 다양한 경치와
그 안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두 아이도 보고 있지요. 그런데 오후에는 미국에 2달 동안 가 있는 지혜나무님이
아틀란타의 미술관에서 찍은 지혜사진이랑 지금 그 곳에서 진시되고 있는 진주 귀고리 소녀,(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니
침흘리면서 부러워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물론 이 작품은 특별전이라 사진찍기가 불가능, 대신 포스터를 찍어서
보냈더군요) 모네, 그리고 렘브란트의 젊은 시절 자화상을 전시 전체의 메인으로 찍은 포스터도 보여주었습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바쁜 날인데도 중간 중간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서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세상이 이렇게 동시성의 느낌을 맛보면서 살 수 있게 된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렇게 사진으로
촉발이 된 날이라 그런지 집에 오니 자연히 그림을 보고 싶기도 하고, 어딘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슴속이 들썩이는 느낌도 들고요.
혼자 보기 아까워서 보람이에게도 ,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도 사진을 퍼서 나르기도 했지요.
마침 보람이에게서는 어제 나고야 시립미술관에서 자원봉사해보고 싶어서 지원서를 써야 한다는 메세지와
더불어 무엇을 쓰면 좋을까 엄마의 아이디어를 빌려달라는 부탁이 와서 갑자기 마치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잔뜩 적어보내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그 중에서 한가지가 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습니다. 바로 일본어로 된 지원서가 날라와서 읽어보았습니다.
글속에서 보람이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세월의 다양한 마디가 아로새겨져 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그 세계와
인연을 맺고 싶은가가 잘 나타나 있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처음으로 미술관을 함께 갔던 시절부터의 여러가지
말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았기도 하고 그 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변해서 함께 보게 된 그림들도 있고 미술관에
함께 가도 다른 취향으로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각자 원하는 방으로 들어가기도 하면서 조율해온 세월이
거기에 있기도 하더라고요.
낮시간의 사진들로 인해 촉발된 감정으로 그림을 보면서 글랜 굴드의 피아노 연주에 귀기울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과 더불어 음악을 듣는 이 순간의 즐거움이 하루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마지막 4중주 영화를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피아노 소리에 잡혀서 역시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