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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미켈란젤로를 보다

| 조회수 : 991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7-09 14:00:31

 

화요일 첫 교시, 오늘은 미켈란젤로를 읽는 날입니다 . 화요 모임에서는 처음 번역을 맡는 소영씨가

 

바쁜 와중에도 커피를 내려와서 일종의 뇌물이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사람들앞에서 번역을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긴장을 하게 되겠지요? 사실 한 번 지나고 나면 별 일이 아니지만

 

처음이 문제가 되는 법이니까요.

 

미켈란젤로와의 인연,제겐 다양한 스토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요.  어느 해를 시작하는 무렵

 

몸이 아파서 힘이 들다가 그에 관한 평전을 읽다보니 몸이 갑자기 치유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거나, 그의 작품을

 

보러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날들의 이야기, 잘 촬영된 광장 사진에 반해서 그 곳을 꼭 보려고 물어물어 갔으니

 

가보니 대낮이라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서 실망하고 그렇다면 저녁에 하고 마음 먹었지만 역시 그럴 만큼 시간을

 

못내서 결국  저녁의 광장을 못 봐서 서운해하던 날의 추억, 밀라노에서 말년의 피에타를 보던 날, 더 이상

 

무엇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움직여서 오전에 본 피에타로 인해 그 날 오후는 감각이 마비된

 

느낌이 들어 힘이 들던 묘한 경험. 피렌체에서 그가 살던 집이 박물관으로 변해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다니던 중

 

그 장소를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애를 먹다가 드디어 우연히 발견하고 감격해서 그 안에서 돌고 또 돌던 시간들

 

 

 

로렌초 데 메디치의 팔라초에 갔을 때에도 이 곳이 메디치 궁이란 사실보다는 오히려 미켈란젤로가 이 곳에서

 

살 때의 모습을 상상하던 시간, 그리고 그가 메디치 가문을 위해서 만든 도서관과 도서관으로 올라가던 계단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일러서 개장을 하지 않아서 안타까워 하던 날의 기분, 이런 것들이 여행과 더불어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제 안에서  남아 있어서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도판에서 볼 때마다 다시 얼굴을 내미는 것이

 

재미있네요.

 

그러고 보니 그런 식의 친밀한 기억이 가장 진한 두 사람을 꼽으라면 제겐 미켈란젤로, 그리고 마티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마티스의 경우 그가 생애 마지막 무렵 장식한 작은 예배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고

 

싶다고 ,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가 프랑스 남부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그녀들이 운전하는 차로 그 곳까지 가서 그 안에서 앉아 있을 때 인생의 한 막이 내리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운에 사로잡혔었지요. 그 날이 마침 생일날, 해마다 연말에 여행을 다녀서 생일을 여러 나라에서

 

맞이했지만 그 날이 가장 인상적인 날이었습니다, 마침 옆에 보람이가 있던 날이라, 생일 선물로 마티스의

 

스테인드 글라스 엽서를 사달라고 해서 여러 해 동안 방안에 두고 보고 또 보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바티칸에서 본 피에타, 유리 철장에 갇힌 피에타는 그렇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피에타를 찍은 흑백 사진집을 보았을 때  아니 이럴 수가 실물보다 훨씬 강렬한 느낌에 여러 번 사진집을

 

뒤적였지요. 그 때만 해도 한 번도 사진집을 사 본 경험이 없었던 저는 과연 집에 와서도 이런 기분으로 이 사진집을

 

보게 될까 의문이 생겨서 그냥 두고 나왔지요.그런데 한국에 와서도 이상하게 사진속의 인상이 사라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썼는데 글을 읽고 정각심님이 마침 로마로 출장가는 남편에게 부탁해보겠노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설마 거기까지 가서 구해오실 것인가 반신반의했었는데 선물로 받았던 날의 놀라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이후 정말 여러 사람들이 사진집을 돌려보았고 볼 때마다 그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되더라고요.

 

미켈란젤로를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안의 말문이 확 열려버린 기분입니다. 참 신기하지요?

 

수면에 가라앉아 사라져버린 것같아도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말의 향연이라니,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도 좋지 않은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오전 수업의 혼자 하는 after를 즐기고 있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뭉크샤탐
    '13.7.9 10:27 PM

    저도 눈으로 본 피에타보다 사진첩의 피에타가 훨씬 더 강렬합니다

  • intotheself
    '13.7.10 3:41 PM

    그렇지요?

    실제로 요즘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것은 현실보다 오히려 사진속의 정물이, 사람이

    숲이 더 정돈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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