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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렘넌트Remnant, 잔존자>― 그 깊은 의미.......

| 조회수 : 2,928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7-04 22:25:34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 소장하고 있던, 한국현대사 시리즈 중 제5권 <광복을 찾아서>

마지막 장에, 이 책을 마무리 지으면서 사학계의 원로이셨던 전 고려대 김성식

교수가 쓴 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구절이라, 그 부분만을

따로 메모했었는데 그대로 옮겨볼게요.

‘일제 강점기’ 35년여 간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민족을 배신하고 변절한 지식인들을

회고하며, 《바이블》에 기록된 특정 단어의 종교적인 의미를 빌어 지식인의

정체성과 그 시대적 소명을 다시 확인해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극히 종교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의미를 되새겨 볼만한 내용이라서 소개합니다.

 

 

    
 

 

『고난과 잔존자殘存者』........

 

영어에 <렘넌트Remnant>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보통 대자大字로 씌어 지기 일쑤인데

뜻은 ‘잔존자’ 또는 ‘남는 자’를 의미한다. 남는다고 하여서 몇 사람이 나가고 남는다는

뜻이 아니라, 좀 더 깊은 종교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다.

이스라엘 종교나 그리스도교에 있어서는 환란과 핍박 중에도, 또 모든 사람이 바알Baal

신神에 절한다 하여도 하느님의 뜻을 굽히지 않고 신앙에 변절하지 않는 사람이 남게

마련인데, 그 수는 지극히 ‘적은 수’라고 하였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 <잔존자>, 남는 자를 높이고 영광의 자리에 참여케 한다는 것이다.

주를 위해서 ‘남는 자’ 그는 구원의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고려대 교수, 김성식>

 

 


          야곱아, 나는 기어이 너희를 모두 모으리라.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을 반드시 모아들이리라.

                                                《구약, 미카서 2장:12절》: 가톨릭 성경

 

          Yes, I am going to gather all Jacob together,

          l will gather the remnant of lsrael,

          .......................

                                                《MICAH 2:12》

                                                   THE JERUSALEM BIBLE: 가톨릭 공인 영어성경

 

 


 

잔존자! .......

영어의 ‘Remnant’를 말하며 ‘나머지, 자투리, 우수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신학은 영역이 넓고 깊은 학문으로 저는 영성신학(靈性神學, Theology of Spirituality)

에는 관심이 있지만, 《성서신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 단어의 신학적인

의미와 배경에 대한 설명은 무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 성서의 ‘남은 자의 사상’에서 유래된 말로 모든 풍파風波와 시련과 박해와 함께 온갖

고통을 견디어내고 끝까지 ‘남아있는 자’, 즉 온 세상이 그리스도를 버려도 끝까지

그 곁에 ‘남아있는 자’ 를 말한다.

― 하느님은 그 백성인 이스라엘이 스스로 지은 죄악과 우상숭배 때문에 재앙과 멸망을

받게 되었을 때 과거 그들 조상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언약의 사람들을 남겨 두셨다.

이들 몇몇 ‘남은 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은 회복되었는데, 바로 이게 성서에 흐르고 있는

‘Remnant사상’이다.

― 성서는 미래를 위한 ‘후대’, 시대와 국가의 어두운 앞날을 책임지고 나아갈 ‘남은 자’,

‘흩어진 자’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이 ‘Remnant’이다.

(이상은 퍼온 글을 다시 간결하게 정리하고 보충한 것임)

 

 

이 시대의 진정한 <렘넌트> ―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새누리당에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밝힐 국정조사에 나설 것을

청원한 온라인 10만 명의 <서명지>를 전달. (2013년 6월 19일)

 

“시대의 선구자는 아무나 될 수 없지만, 시대의 방관자는 아무나 될 수 있다.

그 ‘아무나’에 속하지 말자.”     《무명씨》

 

 


지난 6월 28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대중 연설을 하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인(仁)한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논어 자한子罕 편 28장》

 

 

역사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상존하며 강물처럼 흐릅니다. 정의의 길에는

기존세력의 거센 반작용이 있고, 불의의 독주에는 항상 정의의 견제가 있어온

것이 역사의 과정이었으며 언제나 현재진행형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신비스러운 물리적 현상 가운데 ‘양극성의 원리’가 있다는데요,

자석의 양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어떤 일이든 자주 되풀이되다 보면, 그

반대 극성極性도 함께 나타나기 마련으로 아마도 균형을 이루고 ‘항상성’을 유지

하기위한 자연계의 법칙이요, 질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시대에서 시대로, 기회주의적 변절자들이 생겨나듯이 시대의

어둠을 뚫고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을 규탄해서 국민들을 깨워준 선지자적

한 <렘넌트>가 있었지요.

지난 대선 전부터 양심의 사자후를 토해냈던 전직 경찰대 교수 출신 지식인에게서

책에서만 읽었던 선비의 ‘파사현정破邪顯正’ 정신을 생생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평생 몸담아 왔던 국가조직에서 이탈해 대의를 따르는 <국가 공무원>이

이렇게 진리의 편에 서서 광야의 목소리로 진실을 외친 적이 있었던가요?

 

음지는 마다하고 햇볕이 잘 쪼이는 양지만 골라 찾아다니는, 기회주의 지식인들이

사회의 정기精氣를 흐려놓듯 이런 참된 지식인의 때에 맞는 용기 있는 행동은

‘빛과 소금처럼’ 한국사회의 부패와 부정한 선거운동을 막아주고,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큰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지금 지식인들에게는 <하여가何如歌>가 아닌 <단심가丹心歌>가 시대적 정신이자

요청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바이블》이 말하는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기성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대중이

새벽처럼 깨어나는 것입니다.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

고대 그리스 정신을 사모했던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아름답고 함축성 있는

시적인 말에서도 ‘렘넌트Remnant 사상’이 엿보입니다.

 

“겨울바람에 잎이 다 떨어져 나간 나무에 유일하게 붙어서

버티고 있는 나뭇잎이 고대 ‘그리스 정신’이고, 모자이크

벽화에서 다 붙어있는데 붙어있기를 홀로 거부하고 떨어져

나간 타일 한 조각이 고대 ‘그리스 정신’이다.”

 

 


<삼나무 숲>

 

나무 한 그루, 풀잎 한 잎이 ‘자연생태계’를 스스로 조성해가듯이, 사람 개개인들도

가정과 사회에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한 존재입니다. 삼나무 숲에서는 <칡넝쿨>

조차도 삼나무 결대로 곧게 뻗어 올라가겠지요.

그러나 숲속의 나무들처럼,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생태계가 혼탁하고 비틀려 있다면, 후세대의 ‘새내기’들도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굴절된 길을 따라서 자라게 될 것입니다.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풍경사랑
    '13.7.4 11:23 PM

    내 속의 많은 것들을 울리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풍경사랑
    '13.7.5 9:54 PM

    삼나무 숲에 대해서는... 인간의 나약함과 오만함과 이기심을 자연에 비유할 수는 없습니다. 삼나무는 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곧게 쭉쭉 뻗어 키가 크지만 바닷가의 오래 살아남은 소나무는 해풍을 많이 맞아 구부러지고 뒤틀려서 큽니다. 역경에 적응하고 이겨내는 강인함을 상징하지요. 곧은 것만이 진리는 아니고 곧은 삼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의 삶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상념이 들어요. 뒤틀린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도 제 나름의 자연스러운 삶을 사니까요. 램넌트는 오히려 자신 안의 고뇌와 때론 절망까지를 모두 온 몸으로 드러내는, 딱딱한 껍질이 뒤덮힌 해송같이 뒤틀린 나무모양을 더 닮지 않을까요? 그래서 소나무처럼 오래오래 살아남아 그 강한 정신과 행동으로 세상을 향해 단단하게 서 있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 바람처럼
    '13.7.5 11:25 PM

    풍경사랑 님 말씀도 일리가 있어요. 우리가 워낙 변칙과 비리에 뒤틀린 사회에서 살다
    보니 자연히 연상하게 되는 자연물이 삼나무였지요. 삼나무든 소나무든 대지 위에서
    온갖 역경어린 풍상을 겪으며 살아가는데 있어, 나무의 일생은 별 차이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늘 동경하게 되는 북유럽이나 서유럽 국가의 사회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이니, 가지가지 성품의 인간이 만들어내는 어둠이 없지는 않겠지요.

    그렇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선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화가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으며 후세대 ‘새내기’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어린 그들이 기성세대를 거울처럼 보고 자란다는 것은 당연하구요.
    그래서 한민족의 ‘이미지’가 잘 담겨 있는, 인고의 삶을 연상시키는 소나무도 좋겠지만
    약간 이국적인 기품이 있지만 곧게 뻗어 자라는 삼나무라면, 늘 치렁치렁~ 잡목의
    구부러진 줄기를 따라 비틀거리듯이 말려 올라가는 칡넝쿨이라도 직선으로 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한 가지 사물을 놓고 이렇게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댓글로 주고받는 게 좋아 보이네요.^^

  • 풍경사랑
    '13.7.6 11:41 PM

    덧글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보니 달을 보고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렘넌트란 종교적 단어에 표창원님을 연결시킨 님의 혜안은 새로운 발견입니다. 바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수히 공격받으면서 수많은 날 절망하고 외로워할 표창원님에게 님의 글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순교자로 만드는 건 아닐까 부담스러워 하실까요? 그분의 책을 사주고 글을 읽어 주고 가슴으로 동조해주면서 우리 시대의 정치적 렘넌트를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 바람처럼
    '13.7.9 12:15 AM

    경찰조직이라는 방대한 세계에서 이탈해, 국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부정’을 고발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정말 용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경찰에 평생을
    몸담아 왔기에 자신의 인간관계조차도 모두 포기해야 하는 아픔도 얼마나 컸을까요?
    그냥 양심을 가리고 눈만 질끈 한 번 감으면 되는데 말이지요.

    표창원 전 교수님이 가톨릭 신자이시던데 아마 신앙의 영향도 큰 힘이 됐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대의 ‘방관자’가 되지 않는 것이며,
    늘 깨어 있는 자로서 각자가 자신의 세계에서 렘넌트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저도
    표 전 교수님이 쓰신 책을 고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풍경사랑 님은 정연한 논조로 글을 참 잘 쓰시네요! ^^

  • 풍경사랑
    '13.7.9 6:09 AM

    과찬이십니다. 님의 글처럼 공부를 많이 한 흔적과 생각할 화두를 던지는 글이 참 좋습니다.

  • 2. 아델리나
    '13.7.5 11:00 AM

    쓰레기를 주우며 장터목을 오르내리는 외국인 부부에게 이런 힘든 등산을 왜 하는지를 물었다죠.
    휴지가 버려지 있는 곳에 두번째로 휴지를 버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휴지를 버리는것에 대해 부담감을 주고 싶다. 다큐3일에 나온 에피소드라는데 직접본건 아니지만 묵직한 감동을 전해준 말이었습니다. 악이 있는 곳에 또하나의 악을 보태는 것이 너무나 쉬운 세상.. 그런 세상속에서 표창원 교수님과 같은 분들이 있다는 건 아직도 세상이 희망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람처럼" 님 글 많이 좋아합니다. 음악에 관한 글들도요.. (수줍은 고백)

  • 바람처럼
    '13.7.5 10:40 PM

    아델리나 님(닉네임이 참 예쁜데요?!)이 말씀하시는 외국인 부부의 사례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땅에서도 어디에선가 그런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환경미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들을 통해
    서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기성 정치가들 덕분에 우리가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요?
    표창원 교수님이 희생을 각오하고 ‘선구先驅하는’ 정신에 많으신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델리나 님께서 제 글들을 좋아하신다니 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최근까지
    그동안 올린 ‘게시물’들을 틈틈이 다시 고쳐 쓰고 있었는데 내일쯤이면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봅니다. 늘 건강하셨으면 해요.^^

  • 3. 이플
    '13.7.5 11:50 AM

    ...삼나무 숲...정신까지
    서늘해지는 사진이네여...칡나무 덩쿨마저 삼나무를
    따라 곧게 올라간다....흠흠..!!

  • 바람처럼
    '13.7.6 12:20 AM

    도시의 공해와 소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길거리를 늘
    보시다가 삼나무 숲의 신선한 풍경이 주는 시원함과 청정한 기운을
    느끼셨나 봅니다!
    저는 산에서 칡넝쿨이 잡목 가지를 타고 구불거리며 자라는 걸 본적이
    있어요.^^

  • 4. 베르타
    '13.10.12 5:25 PM

    간만에 시간이 나서 돌아보다 발견한,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부러라도 바람처럼 님의 글을 찾아 읽으려고 댓글 답니다.

  • 바람처럼
    '13.10.13 10:16 AM

    새벽에 일찍 일어나 검색하다가 베르타 님의 댓글을 보게 되었어요.
    공직에 있으면서 자신의 안위를 일체 포기하고, ‘정의’의 편에 서신
    분을 보기가 참 드문 시대이지요.
    저뿐만 아니라 생각이 있으신 많은 국민들도 공감하리라 봅니다.

    예전에 메모했던 책의 한 구절에서 표창원 님이 연상돼, ‘게시물’을
    만들어 이렇게 올렸던 것인데요, 저로서도 의인義人의 한 전범을
    본 것처럼 생각됩니다.
    고래로부터 깨어 있는 자들은 ‘고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나 봅니다.

    자유게시판에는 사진을 올릴 수가 없어서 주로 줌인 줌아웃을 이용
    하고 있어요. 이 게시물을 베르타 님께서 읽어보시고 좋게 보아
    주셔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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