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하고 읽으세요.
글과 사진이 너무 길어요.
날씨가 정말 많이 무더워졌습니다.
저희집은 에어컨도 없고 작은 선풍기 한대가 전부인데 아직 선풍기도 켜지 않았어요.
낮에 혼자 있는 집에서 선풍기를 벌써 틀지는 못하고 그냥 너무 더울땐 찬물 샤워로
버티고 있습니다.
삐용이 소식도 오랫만에 올리네요. 82에 자주 들락거려도 그동안 삐용이 글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병원다녀온 후로 시간도 참 빨리 지났고요.
오늘도 글과 사진을 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올리게 되었어요.ㅎㅎ
삐용이는 그후로 늘 그렇듯 여전히 잘 지냅니다.
지금도 나무틀 속에 들어가서 고개 빼고 뒷발 빼고 늘어지게 자고 있어요.
사진 정리를 좀 하고 있었더니 그새 깨서 열심히 세수 중이네요.
자고 먹고 놀고 세탁기 위로 올라가고 세탁기 속으로 들어가서 놀고 그래요.
근데 왜 저렇게 앞발로 미꾸라지 잡는 포즈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욕실 청소할때마다 세탁조 구석도 닦아내서 그곳도 깨끗할텐데..
가끔 삐용이가 놀면서 저렇게앞발로 또랑 (죄송해요. 사투리 좀 쓸게요.ㅎㅎ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는 포즈를 취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ㅎㅎ
실컷 놀다가 나무틀에서 또 열심히 잠도 자고요.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털이 금새 자랐어요.
이 사진이 아마 6월 14일 이후 정도에 찍은 사진인 걸로 아는데 보름정도 되어서
벌써 이리 털이 자라다니..
일주일 걸린 가위컷의 정성 따위는 버려진지 오래된 거 같아요.
잠잘때 포즈는 너무도 다양하고 표정도 다양하지만 가끔 사진에서 표현되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표정도 있는데 이 사진도 실제 모습을 다 담지 못한 아쉬운 사진이네요.
실제는 더 귀여웠는데.ㅎㅎ
푹 잠에 취해있어도 사진 찍으려고 사진기를 켜면 귀신같이 깨어서는 슬며시 쳐다보곤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잠들때도 많고 아님 일어나서 고양이자세 기지개를 펴기도 하고요.
앞발 앞으로 쭉 뻗고 엉덩이는 최대한 뒤로 쑥 빼는 고양이자세를 고양이가 직접 해보일때
그 유연함이란.ㅎㅎ
이쯤해서 그만 찍으려고 했더니 아직까지 남아있는 발바닥 솜털이 너무 뽀송해보여서.
몽실몽실 말랑말랑 하게 보이는 앞발은 장난칠때면 야무지게 발톱을 내보이는데
저 솜뭉치같은 곳에 발톱이 숨어있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요.
어느 어느날에는 평소에는 늘 닫아두던 현관문 바로 옆 창문을 깨끗히 닦아냈어요.
그곳이 복도 바로 앞이고 어느 창문이나 그렇듯 먼지가 바로 들어와서
그 창문도 창틀이며 먼지가 까맣게 내려앉아 있었는데 평상시에는 복도 바로 옆이라
외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바로 볼수도 있어서 아예 열어놓지 않는 창문인데
더워지는 여름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열어볼까 싶어 청소를 했더랬지요.
창문틀 닦는데 삐용이가 자꾸 올라와서 왔다갔다 하는바람에 걸리적 거리기도하고
후다닥 창문틀을 닦고 바람좀 들어오라고 방범창 밖에 있는 방충망을 좀 열어뒀어요.
10분 열어뒀나 바람도 시원찮고해서 창문을 닫고 남편이랑 TV를 보는데
삐용이가 안보이더라고요. 남편이랑 낮에 있었던 걸 보니 아마 일요일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그 어느 어느날 즈음에는 작은방의 컴퓨터 책상 뒤의 좁은 틈에 앉아서 나오지 않고 놀기를
즐겨하던 터라 또 그 구석에서 온몸에 먼지 샤워를 하면서 노는가보다 하고 기다렸어요.
삐용이 어딨지? 삐용아~ 삐용이 안보이네~ 삐용이 어딨어? 하면서 계속 찾으면
삐용이는 귀찮아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엄마가 찾는게 불안해서 그런지 살며시 나와서
슬쩍 얼굴을 비추곤 해요. 제가 일부러 살짝 피해서 안보인다고 자꾸 불러대면
제가 보일정도로만 조금씩 나와서 얼굴을 쑥 내밀어요.
또 제가 옆으로 숨어가면서 안보인다고 계속 찾아대면 자꾸 조금씩 나오면서
자기 여기 있다고 모습을 나타내죠.ㅎㅎ
한번에 우다다 하고 나올때도 있지만요.
평상시엔 저렇게 제가 찾아대면 얼굴을 쏘옥 비추는데 소식이 없더라고요.
아..그러면 또 욕실 세탁기 속에서 놀고 있나보다 하고 남편에게 세탁기좀 보고 오라고 했더니
욕실로 간 남편이 없다고 그래요.
여기저기 구석구석 살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몇번 글쓴적 있지만 저희 집은 가구, 가전이 거의 없는 집이라 숨을 곳이 없기 때문에
이쯤이면 뭔가 이상한 거였죠.
혹시나 하고 남편이 현관문 옆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글쎄 현관문 앞에 삐용이가 앉아 있더래요.
세상에 창문틀 청소하고 잠깐 열어놓은 그 사이에 방범창 사이로 몸을 빼서
열려진 방충망 사이로 나간 모양이에요.
호기심 많은 삐용이는 겁도 많아서 밖은 무지 궁금한데 일부러 데리고 나가면 발버둥을 치는 것이
요샌 자꾸 현관문 열리면 바깥 세상을 궁금해 하는 거 같아요.
다행이도 그렇게 가출을 해놓고는 멀리가지 않고 현관문 근처에 앉아 있었으니..
삐용이가 나가고 한 10분 넘게 거의 20-30분 정도 삐용이가 밖에 있는 줄 몰랐었으니까요.
욘석 황당한건 그리 가출해놓고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면 울기라도 해야 하잖아요?
울지도 않고 얌전히 현관문 앞에 앉아 있는 건 뭔지.
여튼 삐용이의 가출담이었고요.
삐용이가 애지중지하며 엄청 좋아하던 주황색 털뭉치는 삐용이 때문에 털이 다 빠지고 더이상
쓸모가 없어서 버리고 허전해하는 삐용이를 위해 새로운 털뭉치를 사왔었어요.
사와서 바로 후회했죠.
욘석이 자꾸 털을 뜯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깜빡하고 사오다니.
새로운 털뭉치를 주자마자 으르렁 대면서 아주 신나게 놀았어요.
엄마꺼야~ 엄마줘~ 하면 앙칼지게 으르렁대고 하악거리면서
앞발로 털뭉치를 감싸고 챙기고요. 아주 웃겨요
놀다 지쳐도 엄마가 털뭉치 뺏어 갈까봐
야무지게도 앞발로 털뭉치를 지키네요. 실제로 보면 아주 기가막히고 그러면서도 귀여워요.ㅎㅎ
그런데 생애 첫 주황 털뭉치만큼은 아니었는지 며칠은 잘 반응하고 그러더니
요샌 그냥 흥미가 많이 떨어진 듯 해요.
그래도 삐용이의 침과 먼지가 새하얗던 털뭉치를 회색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가위컷 털이 들쑥날쑥 열심히 자라고
천방지축 삐용이의 앞발, 뒷발이 새까매지면 욕실 데려다가 발바닥 씻기는데
지가 드럽게 해놓고 승질은 엄마한테 내는 못된 삐용이가 남긴 앞발자욱.
자고 자고 머리 올리고 자고
그러다 깨서 TV쳐다볼때 삐용이의 뒤통수는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에요.
아..저 작고 동글동글한 머리통은 어디서 온걸까요.ㅎㅎ
삐용이는 엄마인 제가 삐용이를 항상 이뻐해주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제가 가끔 삐용이한테 장난치고 약오르게 하면 저한테 아~~~~~~~~앙 하면서 짜증과 억울함이
섞인 울음으로 저한테 달려들어요.ㅎㅎ
근데 똑같은 행동은 아빠가 하면 같이 권투,권투 하는 자세는 할 지언정 그 짜증과 억울함이 섞인
아~~~~~~~~~앙 소리는 안내요.
삐용이.....엄마와 아빠를 차별하네요. 욘석.
가끔은 엄마와 아빠가 무방비로 있는 틈을 타서 걸어가는 엄마 아빠 뒷발을 슬쩍 치고 도망가기도 하고요.
그러다 눈치챈 제가 휙 뒤돌아보면 달려오면서 앞발 들고 슬쩍 치려던 자세를 급 바꿔서
옆으로 잽싸게 도망가기도 해요. 정말 어찌나 웃기는지...
지난주쯤엔 한달이 되기 며칠 안돼는 사이에 털이 너무 자라서 또다시 가위컷을 해줘볼까 하고
꼬리랑 등쪽 조금 가위컷을 한 상태에요. 보이시죠?
꼬리랑 등에 좀 희멀건..ㅎㅎ 그 뒤로는 갈색 털이 금새 저렇게 자라 있어요.
처음 가위컷때보다는 좀더 능숙해져서 삐용이가 자고 있는 사이 많이 자르긴 했는데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더랬어요. 이렇게 잘때 조금씩 가위컷을 하면서 지내면 되지 않을까와
많이 짧아지긴 해도 기본 3일은 걸려야 하고 그마저도 배는 손도 못 댈게 뻔하고
매번 가위컷의 수고로움과 힘듦을 견뎌낼 수 있을까
되든 안되든 미용기를 일단 사보는 건 어떨까. 하고요.
정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가위컷 저정도로 하고 미용기를 샀답니다.
택배 상자 오자마자 급 관심인 비용이.
이제 남은 등과 배는 저 미용기로 이쁘게 밀어줄께...했지만
미용기가 처음인지라 떨리고 조심스러워서 첫 미용 작품도 매끈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등은 수월하게 밀었고
남편 퇴근하고서 둘이 붙잡고 배랑 발등을 미는데
아무래도 가만있질 못하고 발버둥 대는 삐용이 때문에 조심 스러워서
아주 매끈하게 밀수가 없더라고요.
발도 다른 분들은 어그를 신겨 주시던데 저는 이 더운 여름날 긴 장화를 신겨야 했고요.
그것도 짝짝이로.
근데 미용기로 미니까 정말 금새 밀더군요.
처음이라 매끈하지 못하고 듬성듬성 털이 나와 있는 부분도 많긴 하지만
전체 미용한 시간은 30분 정도.
아...이래서 미용기를 살 수 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이 미용기로 앞으로 한참은 미용을 시킬 수 있을 것이고
시골에 있는 강아지도 털을 밀어줄 계획을 가지고 있답니다. ㅎㅎ
어때요. 앞발에 신겨진 긴 장화와 듬성듬성한 목과
뭐 좀 그렇긴 해도 미용기 제대로 산거 맞죠? ㅎㅎ
또 어느 어느날 낮잠 자는 삐용이를 찍었는데 욘석 눈뜨고 자네요. ㅎㅎ
삐용이 배꼽~
탯줄이 있던 곳은 털이 안나고 저리 매끈한게 이것마저도 신기해요.
삐용이 늘어진 뱃살 좀 보세요. 아니 아직 한살도 안됀 녀석이 흘러내리는 뱃살이라니.
이거 너무 심각한 거 아닌가 싶어 검색해보니 고양이들 보통 이정도 한다고 그러는데
정말 앉으면 이렇게 뱃살이 흘러 내릴 정도 맞아요?
털 밀어놨더니 너무 리얼해서.ㅎ
아...그런데 이미지 초과래요. 사진이 많긴 너무 많았네요
2편으로 올려서 사진 몇개 마저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