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비밀을 풀어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음악회에 어제 다녀왔습니다.
디토의 공연이었는데요 그 곳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지용의 연주가 다른 소리를 압도하고 제 정신을 확 끌어당겨서
집에 와서 유투브에 검색해보니 그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고 다른 곡도 여러 곡 듣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고 처음 하고 싶은 일도 역시 그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니 역시 인상이 강력하긴 했구나 싶네요.
재미있는 것은 검색하다 보니 지용와 민제의 수상한 클래식이란 제목의 동영상이 보입니다. 아니 언젠가
성민제의 곡을 검색하다 만난 이름이네. 그 때는 더불베이스 곡을 들으려고 했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에겐 관심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그러니 보거나 들어도 그것이 내게 의미를 갖는 것은 내 마음이 작동하는 시점에서나
가능한 것이란 점이 다시 마음에 와닿는군요.
어제 음악회의 키워드는 바흐였지만 저는 피아노의 음색에 반해서 자꾸 피아노소리에 마음이 끌리는 겁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그리고 첼로의 어울림 그 중에서도 피아노가 내는 소리의 음역과 연주자의 즐거움이 제게
감염되는 기분, 옥의 티라면 객석의 청중들이 부시럭거리거나 활을 내려놓기도 전에 박수를 치거나 악장과 악장
사이에서도 박수를 치는 묘한 상황, 더구나 옆자리에 앉은 두 남녀의 친밀한 감정표현이 집인지 공적인 장소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황등이 불편했어도 그런 불편을 다 이겨내고 집중할 수 있는 소리와 만난 날,
마지막 곡은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비올라가 어울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현악으로 만들어내는 소리가
이어지는 사이에 세 명의 젊은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클래식 연주장의 보통의 분위기가 달라서 신선하더군요.
요즘 음악회에 갈 기회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오랫만에 듣게 된 음악이라 더 몰입하게 된 면도 있겠지만
한참을 에너지로 작용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어제의 기분을 살리는 화가는 누구일까, 생각할 것도 없이 고른 사람이 샤갈입니다.
역시 피아노로구나 느꼈던 감정이 오래 갈 것 같아요. 집안의 음반을 다시 뒤적이게 만드는 아침,
그동안 잠자고 있던 곡들이 빛을 받는 아침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잠들어 있던 것을 깨우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빚지면서 우리의 삶은 하루 하루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