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강은영씨로부터 받은 연락, 주은이의 바이올린 선생님이 오케스트라 출연을 하시는데
토요일 역사반 아이들을 초대해서 함께 보고 수업을 해도 되는가 하는 문의였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수업이라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그렇다면 서로 분담해서 연락하고 결정하자고 했지요. 오후 3시 어울림누리에서 하는
공연이라고 프로그램을 보내주셨는데 마술피리 서곡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3번
게다가 지휘자가 객원지휘인데 제대로 된 경력의 지휘자이네요. 살펴보니 광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그렇다면
교회의 오케스트라가 이렇게까지 연주가 가능한 것일까 반신반의하면서도 곡이 곡인지라 저도 가보고 싶어집니다.
토요일 낮시간 아이들중에서 일요일에 수업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요일은 어렵다는 아이들을
한 시간 일찍 오게 하고, 음악회 참석은 어렵다는 멤버들에겐 한 시간 늦게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를 본 다음 경준이네 차로 함께 음악회에 가는 길, 토요일 낮 시간의 음악회라는 것은 처음이네 갑자기
신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경준이 어머니 이 상미씨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지만 주목해서 지켜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여성이더라고요.
어느 것에도 쉽게 중독되지 않는다는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도 눈길을 끕니다.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 날이었답니다. 그녀와 재미있게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연주회가 시작될 시간
드디어 도착한 다른 멤버들과 만나서 연주회장에 들어갔습니다.
마술피리와 라흐마니노프를 잘 듣고 나서 쉬는 시간,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앞으로 교향곡이 한 곡 남았는데
도저히 5시까지 행복한 왕자에 도착할 것 같지 않아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5시나 되어야 교향곡 연주가 끝날
것 같더라고요. 아쉽지만 저먼저 간다고 혼자서 길을 나섰지요.
교향곡 연주는 어떨까 . 상상해보아도 소용없으니 집에서 베토벤 교향곡 음반을 골라서 들어보는 시간으로 하자고
마음을 달래고 밖에 나서니 마침 청소년 연대의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하고 있네요. 그 자리에 서서 조금 듣다가
원당역을 찾아서 가는 길, 조금 멀리 나왔다고 이 곳의 숲이 울창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참 바라보기도 하면서
해찰을 하는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
3명이 음악회장에 있으니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서 우선 수업중에 금요일에 구한 책 필로소피칼 저니라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쓴 철학사책중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편을 카피해서 이 반 아이들과는 처음으로 철학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요 예상외로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가서 즐거운 수업이 되었지요. 덕분에 멤버가 다 모여서
수업을 한 다음 이 다음 수업에 중국의 제자백가에 대해서 조사하는 과제에 덧붙여 사마천에 대한 조사도
함께 해보자고 권했습니다.
토요일 밤, 마음속에서 미진했던 음악회 덕분에? 다시 라흐마니노프부터 시작해서 베토벤의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오늘 아침까지도 음악듣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몸이 깨어나니 갑자기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아침이기도 하고요. 고른 화가는 에밀 놀데, 평소에 못보던 그림을 여러 점 찾아서 즐겁게 보고 있는 중입니다.
교회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그런 규모로 모이고 연습할 수 있는가 궁금해했더니 여러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네요. 문화센터도 운영하고 유쓰 오케스트라도 있다고요. 신앙이 없어서인지 서양 중세 읽기가 늘 곤혹스럽던
제가 요즘 마음을 바꾸어서 색다른 기분으로 중세 읽기에 돌입해서일까요? 그런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솟습니다.
그렇다고 음악이 연주되는 현장이 궁금해서 교회에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음악이 연주된다는 시간에 가능하면
들어보러 가고 싶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거부감없이 든다는 것이 제겐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아직 몸이 덜 깨어났을 시간에 음악속으로 여행하고 있는 이 시간, 역시 사람에겐 결핍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묘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