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날은 항상 잠을 설친다.
한 두번 가는 것도 아닌데 잠을 푹 자고
가쁜하게 산행을 하면 좋으련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침 6시에 일어나겠끔 알람을 맞추어 놓았기때문에
따르릉 소리듣고 일어나도 되는데
새벽 4시에 눈이 떠져 말똥말똥 다시 잠이 오지않는다.
할 수 없이 일어나서 도시락 밥 취사누르고
물이랑 배낭에 넣을 거 몇가지 챙겨놓고는
다시 잠을 청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두꺼운 소설책을 펼쳐본다.
그리고 대여섯 페이지 넘겨보다 다행스레 잠이 들었다.
다행중 불행은 잠이 너무 깊이 들었다는 거.
아침 7시 강건너에서 이웃사람들과 만나 남덕유산 가기로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20분 전이다.
면도하면서 머리감고 바지입으며 아침 먹고
이빨 닦으면서 도시락 챙기고
매일 아침에 버리는거 2종 분리배출하기 까지 딱 20분 걸렸다.
포트2에 시동걸자마자 엔진에 채찍질하여 강을건너니
오분 지각.
우째 나는 항상 지각일까?
5월에 주왕산행 때도 집결지에 꼴찌도착,
4월 금원산행때도 집을 나서는데 왜이리 안오냐는
재촉전화를 받았다.
육십령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 9명은
505604
오십대 다섯 육십대 넷이다.
예상 산행시간은 7시간.
이번 산행은 코스가 길고 험하다하여
70은 모두 아웃.
육십령에서 남덕유정상까지 가는 산길은
절대 만만하게 볼게 아니다.
해발 700지점에서 7킬로 정도를 걸어 1507고지 정상까지가는데
한 두시간 평탄한 오솔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급경사 돌길이라
일행모두 온몸에 홍수가 난거 마냥 땀을 흘린다.
두어시간 가량 걷고 첫 고비인 할미봉을 지나자
604는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날씨가 너무 덥고 땀도 너무 많이 흘리는 바람에
초반 체력소모가 많아 무리하지 않기로한 것이다.
505라고 날씨가 너무 덥지않고
땀을 너무 많이 흘리지 않은 거는 아니지만
아직은 50이라는 체면때문에
<형님들은 그라먼 무리하지말고 먼저 내려가시오.
우리는 정상밟고 내려갈 거이니 먼저가서
막걸리나 한잔씩 하고 기다리시오오~>
하고 가던 길을 계속가는데 사기는 이미 바닥이라
몸은 위로 가고있지만
마음은 형님들을 따라 하산하고 있다.
제기랄 무신 꽃이 요로크롬 왕창 핀겨?
노루오줌도 지천이고...
요건 아예 이름모를 꽃이고...
이파리가 큼직하고 시원시원한데
델피늄처럼 꽃이 주렁주렁 달린 이건 또 무슨꽃인지...
온몸에 홍수를 몇번 체험하고나서
정상부근에 이르러
늦은 점심을 먹을 때가 되니
온산에 라일락향(?)이 넘친다.
이렇게 크고 높은 산을 향으로 채울려면
얼마나 많은 꽃을 피워야할까?
전망 좋은 곳에서 오늘 걸어온 능선을 되돌아 보니
긴세월을 걸어온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604가 하산하고 505가 등산화끈을 고쳐매었던
할미봉이 어디쯤이드라...
산행하면서 오늘처럼 많은 땀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정상에 올라 하늘을 보고 누워버렸다.
도대채 왜 올라온겨?
도로 내려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