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승의 날, 아주 귀한 두 권의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한 권은 본이로부터 받은 바로 이 책 르네 마그리뜨를 어린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책이었지요.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서 시시하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화가를 느끼고 보고 싶게 만들 수 있는 동화작가에 대해서 부러움을 느끼고 갑자기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든 책이었답니다.
다른 한 권은 본이의 엄마 이 진달래씨로부터 받은 서양 미술의 위대한 그림들이란 제목의 아주 두꺼운
원서였는데요 아무래도 글을 잘 읽게 되지 않으니 차라리 행복한 왕자에 두고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들고 왔노라고요. 사실 언젠가 미술관에서 구했을 법한 귀한 책을 이렇게 선뜻 주기가
쉽지 않으련만 그녀만의 방식으로 제게 깊은 감동을 주었답니다.
요즘 이상할 정도로 바쁘기도 하고 , 덜 먹어서 그런지 에너지도 모자라고, 마음속에서 고여서 하고 싶은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글을 쓰고 싶으련만 그런 기운이 솟아나지 않아서 한동안 무엇을 쓴다는 것이 거짓말처럼
어렵게 느껴지던 시간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마그리뜨 책을 읽던 날부터 갑자기 그림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해서 간송미술관에 다녀오고 나니 스르르 마음속의 매듭이 풀리는 기분이 드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라고 소개되어도 저는 아직 달리의 그림을 편한 마음으로 보기 어려운데 이상하게도 마그리뜨
그림은 덜 불편하게라는 말은 어폐가 있고 차라리 더 즐겁게 본다고 하는 편이 맞을까요?
이번 주 금요일 고전읽기 시간에 로마사를 시작합니다. 한동안 그리스에 몰두하다가 로마사를 읽기 시작하니 언제
그랬던가 싶게 관심이 다시 로마로 향해서 짬이 날때마다 로마사속으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이름이
등장하는지 처음에는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지만 참고서적을 여러 권 읽다보니 이제는 상당히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네요. 서로 다른 인물에 대한 해석도 재미있고 그렇다면 나는 이 사건을 혹은 이 관점을 이 인물을 어떻게
보고 싶은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고요.
그림과 더불어 ,음악회에 가고 싶은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듣고 있는 시간, 역시 일상의 감각을
되찾아가는구나 실감이 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