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를 손에서 놓은지 30년이 지난 어느 날, 제자에게서 받은 연락, 선생님 독일어 공부 함께 해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언제적 독일어인데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해야 맞지만 전화의 상대가 정민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 들어갈때까지 함께 공부해서 너무나 친밀한 관계인데다가 보람이가 엄마 정민이가
딸이면 좋겠지? 이런 농담을 할 정도로 좋아하는 분야도 비슷한 아이라서 거절이 어려웠습니다.
그것이 한참 전의 일이로군요. 독일어는 왜? 교환학생 가기 전인지 갔다 와서 인지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정민이의 독일 생활과 관련되어 시작한 독일어, 막상 시작은 둘이서 했지만 사정이 생겨서 정작
정민이와의 독일어 공부는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뒤를 이어서 아직 4학년이던 의행이가 독일로 고등학교때 유학가고 싶다고 독일어를 하고 싶다고 해서
또 함께 하게 되었지요. 물론 잘해서 함께 하는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영어와 일어를 공부한 방식으로
어느 언어나 누군가가 함께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면 아주 천천히 함께 해보는 말하자면 방식을 아는 그 힘으로
돕는 것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하다보면
조금씩 느는 실력이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합류한 제자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하게 된 유빈이, 그 녀석은 성악이 전공이라 독일어를 제대로
발음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 언어에 관심도 있어서요. 그러다가 정민이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요새도
독일어 하세요? 그래, 그랬더니 바로 다음 수요일 날 합류를 했지요. 아직 독일에서의 대학원이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시험을 칠 일은 없으니 공부하겠다고요.
그렇게 만난 지난 수요일 첫 날에 제안을 했습니다. 수업끝나고 리코더 함께 연습하면 어떨까 하고요.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정민이가 오래 전 남동생이 배우던 리코더가 있을 것이라고 찾아서 들고 오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진도를 나간 다음 셋이서 4곡을 연습했는데 역시 어린 시절 피아노를 오래 친 정민이, 기타, 피아노
거기에 성악이 전공인 유빈이 소리를 맞추니 처음에는 불협화음이었지만 바로 바로 교정이 되어 화음을 맞추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리코더에서 샵이나 플랫을 표현할 수 있는 줄 몰랐다고 유빈이는 놀라면서 여행다니면서
리코더를 들고 가면 좋겠다고 의욕이 대단합니다.
정민이가 9월에 떠나기 전까지 이왕이면 직접 독일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영상 자료를 찾아서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독일어와 만날 수 있을까 더
고민해보자는 말에 선뜻 영상을 찾아오겠다고 하네요. 둘 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로.
거기다가 끝나면 2부로 나누어서 리코더로 곡을 연습할 수 있다니 수요일의 독일어 시간이 기다려질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그런 마음을 담아서 고른 화가는 프란츠 마르크입니다.
그가 표현하는 독특한 말, 처음 만나던 순간의 놀라움을 떠올려 봅니다. 말을 이런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도대체 이 화가는 누구야? 관심이 생겨서 한참을 관심갖고 찾아보던 시절도 떠오르고요.
그런데 오늘 밤 갑자기 그의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역시 두 제자와 보낸 시간의 흥이 남아서
마음을 자극한 덕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