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문화사 시간에 아이들에게 음악에 얽힌 이야기 하나, 그리고 그 음악을 직접 들어보는 일과
화가 한 명을 소개하고 그림을 직접 보거나 동영상을 찾아서 보는 일을 해보자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 마음을 먹었으니 바로 실천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지난 주 부터 동물의 사육제에 얽힌 일화,그리고
어제는 왕벌의 비행에 얽힌 이야기를 읽고 그 자리에서 왕벌의 비행을 찾아 들었고 화가 이야기로는 안나라는
아이가 미술관에 갔다가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이야기듣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찾던 도중 400년 넘게
화장실에 못가고 있노라는 렘브란트를 만나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 덕분에 지혜나무님이 찾은 EBS의 동영상으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여러 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불이 지펴진 날이면 역시 그 화가의 그림을 더 보고 싶어지게 마련. 수요일 낮 조금은 길게
낮잠을 자고 나니 눈이 환해진 기분이라 첼로연주곡을 켜놓고 렘브란트의 젊은 날 얼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화상으로 남은 얼굴하면 역시 렘브란트와 고흐를 들 수 있겠지요?
그 중에서도 인생의 부침을 심하게 겪은 렘브란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한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다양한 얼굴로
표현될 수 있는가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요즘 매일 하루에 800자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훈련병 시절에만 쓰려고 했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아들에게 제 일상을 이야기하는 글쓰기를 제대할 때까지 계속해 볼 것,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손편지를 쓰면서
이제는 손으로보다 자판에서 더 생각이 무르익는 묘한 현상을 탈피하는 기회로 삼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음먹는 것과 끝까지 한다는 것은 역시 다른 일이지만 그렇게 마음먹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이미 궁극의 진리가 있다거나 이미 정해진 불변의 것이 있다고 믿지 않는 저로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확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의해서 변하고 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와 아들의 관계도 엄마와 딸의 관계도 이것이다라고 정해진 규칙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랍니다. 그런 경우 이번 기회가 아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정말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일방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자신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도 엄마라는
존재가 그저 나의 엄마만이 아니라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일에 기뻐하고 좌절하고 혹은 성장하는가를 볼 수 있는 조금은 색다른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늘 같은 형태의 수업이 아니라 일정 시간은 늘 새로운 것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 영화를 소개받거나 소설, 혹은 좋은 책을
소개받는 기회, 그리고 자신들이 감동을 느끼거나 알고 싶은 것을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는 기회도 나누고 싶고요.
그렇게 하는 일이 가끔은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쏟는다고 해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까 회의가 드는 때도
있지만 결국 제 자신에게 더 큰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알게 되더군요.
그렇다면 결국 당신 자신의 발견의 즐거움을 위한 노력아닌가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물론입니다
그런 즐거움이 없다면 일방적인 통행으로는 오래 가지 못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어려서부터 누나가
남동생을 위해서 자신의 학교를 희생하고 동생을 혹은 오빠를 위해서 공장에 다녔다 이런 글을 읽으면 마구
화가 나서 어쩔 수없이 씩씩대던 아이였던 일이 기억나네요.
자화상이 하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