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온 은경씨가 구해다 준 여러 권의 책, 그 중에서 유일하게 영어책이 한 권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스페인어 책이라서 마음을 다잡고 읽어야 할 것 같고, 일단 한의원 가는 길에 그 책을 챙겨서
갔는데 바로 어린이를 위한 고야였지요. 어린이 책이라고 얕볼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고 퀴즈를 통해서
그림의 조각을 맞추는 일에서는 상당한 눈썰미가 요구되는 정성들여 만든 책이더라고요.
덕분에 밤에 집에 와서 고야의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프라도에 갔을 때 실제로 고야의 작품들을
본 이후로 화집에서 만나면 오랜 친구를 대하듯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서 보게 되는 화가중의 한 명이지요.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다던 세속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나서 큰 병을 앓게 된 고야, 그리고 프랑스 군대가
쳐들어와서 몇 년간 전투가 지속된 사회를 경험한 것이 그를 크게 바꾸어 놓았고 그 이후 그는 유명세를 탐하는
화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깊이 바라보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화가가 되더군요.
오늘은 진정한 의미의 고야 작품을 만나기 이전 그의 초창기 그림들을 찾아서 보는 중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초상화속의 인물이 입은 옷이 마치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는
것이 눈길을 끄네요.
이 그림속의 인물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자연히 관심이 가는 그런 그림, 마치 우리들에게도 이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놀아보지 않겠는가 초대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저 혼자만의 느낌일까요?
당시의 학교 모습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선생님의 심정을 상하게 해서 매를 맞아야 하던 아이들이 있었겠지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싶은 장면을 잡아서 그린 화가의 소재 선택이라니!!
오래 전에 기세좋게 구해놓고 아직도 못 읽고 있는 고야에 관한 스페인어로 된 책이 있는데, 이제야 한 번
읽어볼까 발동이 걸리네요. 사람에게는 마음이 움직이는 시기란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고야의 그림을 한 번에 다 보기는 턱도 없는 일이니 오늘은 여기까지 보고 몇 차례에 걸쳐서 더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