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 수업에 이어서 피아노 레슨을 받는 날입니다. 이상하게 피아노 연습할 시간을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하는
관계로 레슨받으러 가서 미리 조금 연습을 하고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져서
조금이라도 낮잠으로 피로를 풀어야 하는 날이지요. 그런데 카카오톡으로 너무나 기쁜 소식이 날라와서 그만
잠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내용은 일본으로 대학진학을하게 된 남선이가 게이오에 붙고나서 그래도 국립대학에도
응시를 하느라 두 곳에 원서를 넣고 우선 히토츠바시 대학시험을 치룬 결과가 합격이라고요. 도쿄 대학 하나 남았어도 두 곳이나 붙었으니 일단 고민은 해결이 된 것이니까요.
이 아이의 합격이 잠이 달아날 정도로 기쁜 것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으로 그 아이를 소개받았을 때만 해도 일본어를 잘하는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아이가
원하는 대학은 국내대학, 그것도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어서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대학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어로 대화를 해보고 놀라고 말았지요. 전혀 배우지 않고 에니메이션을 본 것만으로도 이런 정도의 실력이 가능한가?
학교 공부에 크게 몰두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혹시 이런 능력이면 일본으로 대학을 가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보람이의 회사 동료들중 아직 졸업전인 대학생들 ( 그 나라 시스템으로는 4학년 1학기에 이미 취직이 결정) 이
한국에 놀러와서 집에서 잔 적이 있었던 시기에 재워준 공을 보아서 이 아이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중 한 학생이 히토츠바시 대학교 학생이었는데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해보더니 이 정도의 언어능력이면 대학교
수업에 전혀 무리가 없겠다고 하면서 정말로 놀라던 기색이 완연하더라고요.
물론 아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말을 해놓고 보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아이가 일본으로
대학에 가겠다는 결정을 했을 경우 만에 하나 실패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그 때 실질적으로 아무
힘이 되어주지도 못하면서 그런 권유를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하는 걱정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더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고민하다가 다시 한국에 있는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속으로 한시름 놓았답니다.
그러다가 겨울방학이 되자 다시 마음이 변해서 일본대학을 목표로 수정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양재동에 있는
학원에서 준비를 시작한 아이가 어느 정도 실력으로 적응을 하는가 걱정을 하긴 했지만 이제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저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기다리는 수밖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게이오 소식, 그리고 오늘 히토츠바시 소식을
들은 것이지요. 3월 18일 발표하는 도쿄 대학은 붙으면 보너스이고 아니면 그만이라고 해도 정식으로 채 일년도
공부하지 않고 이런 결과를 낸 남선이의 저력이 놀랍습니다.
보람이의 경우, 남선이의 경우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만 일본어를 했어도 상당한 실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누가
시켜서 한 공부가 아니었다는 점, 보람이는 퀼트와의 인연으로, 남선이는 애니메이션과의 인연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온 셈인데요. 그러고보면 자신의 안에서 솟아나는 좋아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깨가 가벼워지고, 마음도 덩달아 행복해져서 잠이 달아난 낮시간, 역시 모네의 그림에 손이 가네요. 사립대학교의
만만치 않던 등록금에서 국립대학교의 등록금으로 상황이 변하자 남선이 엄마왈, 거하게 한 턱을 쑈겠다고 하지만
먹지 않아도 배부른 마음을 알려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