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밤 전학이라는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커온 장소를 떠나온 아이가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었을 때 피아노를 만나고, 음악과 사랑에 빠진 한 소년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내성적으로 보이던 아이가 음악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존재가 눈부시게 변하는
놀라운 변신을 앞에서 보는 신기한 체험을 한 날, 잠깐 보려던 계획이 새벽 1시까지 이야기가 길어졌지요.
그 날 그 자리에서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인생의 어느 순간, 이것이 내 삶이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존재와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요. 한 번 생긴 이런 열망은 형태를
바꾸어가면서도 자신의 존재안에 남아서 삶을 이끄는 방향타가 되겠지요?
마침 저 자신도 음악이 좋다보니 아이와 어머니 이렇게 셋이서 하는 이야기가 한없이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들의 이야기를 별로 개입하지 않고 적절하게 반응하면서 대화하는 문희씨의 대화기법이었지요.
상담이 자신의 전문분야라고 해도 아들의 문제에서는 마음이 앞서 같은 마음으로 실천하기 어려우련만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하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지요.
그 날 밤 늦은 시간에 들어와서도 전혀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 놀랍더군요. 그래서 승민이와의 만남을 기억하면서 아이에게음악 선물을 보내기도 했지요. 그 때의 경험이 머릿속에서 남아서일까요? 오늘도 오전 수업 마치고 들어와서 할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다음 나가기 전에 그림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칸딘스키그림에 손이 가네요. 그림과 음악이 서로 만나는 지점으로 그의 그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입시때까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바라고 있지만 대학생이 되면 오히려 거꾸로 행복한 왕자의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부탁하는 입장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한 아이를 만나는 것은 한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것이란 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제 자신안에도 잠들어 있던 기운이 깨어나기도 하고 전혀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뜨기도 하고,늘 도망다니던 것에
부닥뜨리게 하는 힘을 얻기도 하는 다양한 겸험이 되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작곡가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저 자신도 궁금해서 기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말하자면 이것이 첫 만남인 셈이지만 이 기록이 이어지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떤 결과물이 만들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