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전을 보러 갔던 날, 국립 박물관에서 미국 미술 300년전을 2월 5일부터 전시한다는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볼까 고민하다가 금요일, 오뒷세이아를 미리 읽은 덕분에 캘리님과 시간을 맞추어서 볼 수 있었지요.
그녀와는 그림 보러 가면 호흡이 맞아서 어하고 말하면 아하고 돌아오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촬영과 도슨트 설명으로 번잡한 곳을 벗어나서 3실부터 그림을 보았는데요, 마지막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
곳의 현대화가 역시 좋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어서 이 한 점으로도 좋다고 그 앞을 서성이게 만든 작품
오늘은 그 작품이 바로 로버트 마더웰의 그림이었지요. 물론 그 이외에도 많았지만 한 점만 고르고 마음에 품고
오라면 단연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니지만 인상이 비슷한 상당히 큰 캔버스에 그려진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이고
이 곳 저 곳에서 그의 그림을 여러 점 보았고, 좋아하는 화가이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끌린 날이 없어서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보고 또 보고 그래도 돌아나올 때는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지요.
그렇게 해서 생긴 관심은 오랫동안 그를 혹은 그녀를 좋아하고 찾아보고, 어디선가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게
만드는 힘을 키우게 되기도 합니다.
미국 그림의 초기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래서 봐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은 그런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변하면서 한 나라의 역사와 그림의 역사가 겹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이 그림 앞에서 이응노와 서세욱을 떠올리기도 하고, 먹의 맛을 그는 과연 보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재미있는 발상의 시간이기도 했지요.
그의 그림을 보면서 고른 음악은 글렌 굴드의 바흐 변주곡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다양한 변주가 재미있고 이왕이면 변주곡중에서 바흐의 곡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겹쳐서 고른 곡
미술관에 가거나 박물관에 갔다 오면 그 시간의 집중도 좋지만 역시 후속으로 무엇인가 즐거운 기대로 찾아보게
하는 after가 길게 가는 전시가 정말 좋은 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 전시도 역시 그런 점에서
아주 긴 after가 될 것 같아요.
5월까지 전시가 이어지니까 토요일 저녁에
함께 역사 공부하는 아이들과 미국사의 변천도 살펴 볼 겸 어느 날 함께 가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모든 작품이 다 좋은 전시란 상상하기 어렵지요. 물론
이번 전시에서도 패스해도 좋다고 느낀 작품도 있었지만 역시 후기 작품들은 좋구나, 한 번 두 번 혹은 더 여러 번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만난 말하자면 첫 대면인 화가들도 여럿
있었는데 강렬한 기운에 반갑다 속으로 인사하는 화가들도 있었답니다.
사이버상에 올라온 마더웰 작품만 해도 아직도 한참 더 보고 싶은지라 오늘은 여기서 그치고, 조금 더 나누어서
여러 차례 보고 싶다고 느낄 정도네요. 이런 날, 사이버 세상이란 얼마나 대단한 보물창고인가 저절로
감탄하는 마음이 흘러 넘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