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오뒷세이아를 읽는 날,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리아스에 비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더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드문 드문 빠진 자리, 새롭게 만난 얼굴, 이렇게 섞여서 진행된 모임,
오뒷세이아 책 뒤의 호메로스의 세계에 관한 긴 글을 함께 돌아가면서 읽었지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긴 호흡의
글을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혼자서 읽은 글인데도 함께 돌아가면서
읽고 중간중간에 하고 싶은 말을 섞어서 하다보면 그 글이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10장으로 나뉘어서 설명한 글을 읽고 나니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 그리고는 바로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재미있게 생각한 것은 책에 관한 이야기가 평소의 그 사람을 반영하는 경우와 어라, 의외로구나
싶은 경우, 이렇게 구별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화요일에 이 진달래씨에게 빌린 책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들고온 워터하우스에 관한 글인데요, 책에 관한 감각이
독특해서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그녀를 알게 된 덕분에 저도 새롭게 소개받은 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네요. 라파엘 전파에 대해서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던 탓에 주목하지 않았던 화가인데 글을 읽어가면서 갑자기
제대로 한 번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마침 검색하다 보니 오뒷세이아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도 몇 점 있어서 오뒷세이아를 읽은 날 밤, 혼자서 after로 그의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도니스가 깨어나다 )
(아리아드네 )
오늘 들은 인상적인 이야기로는 바다를 추수하는 바다, 많은 것을 생산하고 먹을 것을 주는 바다로 기억하는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자란 조혜숙씨의 경험담이었습니다 .물을 무서워하고 물과는 가능하면 멀리 바라보는 것으로
족한 저로서는 참 뜻밖의 이야기였고 지중해는 그리스 사람들에게 어떤 바다였을까 상상하게 되더군요.
(아폴론과 다프네)
과연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을까, 나라면 그런 이야기에서 저는 물론 듣고 싶다는 쪽이었지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지요. 살아가는 문제에 정답은 없지만 제겐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기질적으로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결여되어 있어도
심정적으로는 그쪽의 너무 과하지 않은 에너지가 좋아보인다, 그런데 과연 적절한 균형이란 가능한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사이렌의 노래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갖는 시간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에코와 나르시서스)
신, 혹은 신들에 관한 이야기, 박수빈샘이 최근에 읽은 문명의배꼽 이야기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12신이 확립되는
과정, 기독교가 들어온 로마에서 그리스신을 어떻게 배제해갔는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를 자극하더군요. 요즘
이상하게 고대로의 여행이 계속 되면서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었나
자꾸 되돌아보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신들까지도 영역을 정하고 침범을 꺼리는 것에 흥미를 느낀 미숙씨는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경계를 정하고
타인의 침입을 꺼리는 그 과정을 깨는 것이 자신의 신앙과 연관되어 주목하게 되는 점이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말이 제겐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울타리를 어떻게 설정하고 그것을 가변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저도 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어서 아마 공명하는 지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돛대에 묶여서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있는 오뒷세우스, 이 장면을 아도르노는 계몽의 변증법에서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이렇게 상황을 지정해주는 것은 역시 신이었더군요. 그렇다면 오뒷세우스의 선택은 무엇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워터하우스는 키르케를 세 점이나 그렸네요., 물론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찾은 그림은 세 점이었습니다.
여신이 떠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는 오딧세우스를 저지하는 장면, 그것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는
문희씨, 그 대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구절을 지목한 혜숙씨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다보니 역시
혼자 읽을 때는 생각해보지 못하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페넬로페와 구혼자들을 그린 장면이네요. 저는 텔레마코스의 성장담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로 만들어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여유가 된다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그렇게까지 여유가 생길지 지금은 확실히 장담할 수 없지만 도서관서가에서 만난
그의 전집에 눈독을 들이고 나서는 몇 권의 책이 아른아른하더라고요. 그가 쓴 크레타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판도라가 상자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불길한 것이 튀어나와서 삶을 어렵게 한다고 해도
그대로 덮어두고 안전하게 사는 것만이 더 나은 선택일까, 판도라의 상자와는 무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일본의 우라야스 시 도서관 이야기를 어제까지 읽엇습니다 .물론 그런 시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최숙자씨가 빌려준 책으로 알게 된 곳인데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일, 더 이상은 곤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과 더불어 해보고 싶은 책읽기 모임이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우라야스, 알고 보니 디즈니랜드가 있는 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지난 가을 일본에 갔을 때
아이들이 디즈니 씨에 가는 날, 함께 가서 도서관을 구경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가을에 도쿄에 가면 가마쿠라가 아니라 바로 이 도시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 이 빠른 마음의
변화가 판도라 상자를 보면서 느낀 소감으로 이어지네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거지,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