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은 보미새끼들이 다 점령하는 바람에, 그리고 새끼냥이들에게도 수직공간을 좀 더 마련해 주려고 어렸을땐 떨어질까봐 못 올라가게 상자로 가득채워둔 곳을 정리했어요.
짙은주황색 장농위가 사실 이전 나비가 젤 좋아했던 자리였거든요. 장 위에 헝겊으로 된 여행가방을 올려놓았는데 아주 좋아했죠. 새끼들 일곱마리를 어려서 이 방에서 키울 때 어떻게나 올라가려고 말썽을 피우던지, 어린 녀석들이 엉켜서 뛰어놀면 정말 부딪히다 뼈라도 어떻게 되는거 아닌가 싶게 놀거든요. 흥분해서 뛰어놀다 떨어지면 큰 사고 날까봐 못 올라가게 했는데 이젠 다 커서 벌써 치워줬어야 하는데 게으르다보니..
오늘 마음먹고 공간을 만들어 줬어요. 새로운 건 모든게 신기한 냥이들이 신났습니다. 보미는 아침먹고 마실나가고 집 안엔 나비, '라' 그리고 '시'만 있어요. 여덟마리의 새끼냥이와 보미, 나비까지 모두 열마리가 북적대던 6월이었는데 이젠 썰렁하다고 까지 느껴지네요.
날렵한 '라'가 먼저 건너 가 있어요.
나비는 이곳을 7개월만에 다시 올라와 봅니다.
어디 더 올라갈데가 없나 눈 동그랗게 뜨고 찾는 '라'예요.
도도한 고양이 '라' 입니다.
나비가 다시 장롱위로 가려하는데 '라'가 떡 가로막고 있으니 못 올라가고 있어요. 나비는 왜 그런지 '라'를 불편해하고 무서워하는 듯 도 해요. 요 작은 녀석이 버릇없이 나비를 오다가다 때려줍니다. 그럴때 제가 야단을 치는데도 안 고쳐지네요. 몸은 나비가 훨씬 크죠. 오히려 나비보다 몸이 큰 '시'는 나비가 잘 골탕먹이죠.
중성화 되었지만, 암수가 막연히 느껴지는 걸까요.
'라'가 내려가고 드디어 나비 차지입니다. 똑 같이 저 끝에가서 앉아있네요.
탐색 다 마치고 셋이 태비 길냥이를 쳐다보고 있어요.
이 녀석이 꼬리가 반만 남은 태비길냥이 인데요. 너무 심하게 저를 따라다닙니다. 옆집 고양이 돌봐주러 가면 그 집 앞문 창문 할거없이 제가 있나 들여다보고 울어대요..다시 나올때까지. 꼬리가 반 만 있으니 입양이 쉽게 될지도 모르겠고요. 같은 부모밑에서 태어난 것 같은 색이 같고 몸집이 좀 큰 태비길냥이가 또 하나 있죠. 숫놈인거 같고 규칙적으로 먹이를 먹으러 오진 않아요. 보미와 비교해 볼때 아마도 부모쪽 아니면 그 윗대가 같은 혈통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보미새끼보다 나이는 더 된 것 같은데 몸은 너무 가벼워요.
실컷 먹고 놀고 거실 장농위에 올라가 주무시는 '시'예요. 몸은 큰데 아직 어린티가 나죠?
봉다리를 부스럭대니 또 뭔가 싶어 눈을 떴다 다시 잠을 청하는데요..저 오른 쪽 앞 다리를 베고 자는건 보미와 똑 같아요. 보미가 잘때 저렇게 잘 자거든요. 안 보고 닮는게 참 신기하죠.
아래는 어젯밤 또 왠일로 보미와 나비가 나란히 같이 의자에 앉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