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인이라면 거의 상식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한 옛말이 있지요.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숙어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에 비해 사용의 빈도수가 떨어지는,
좀 생소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 오묘한 의미는 우리에게 호소하는 바가 무척 크지요.
이 이야기의 출처는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편에 나오며, 한 현명한 노인과
그의 소유인 말馬에 얽힌, 인간의 길흉화복에 관한 교훈적인 내용을 근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인 힘이 개입된 사건에서, 좋든
싫든 늘 따라오게 마련인 ‘명암明暗의 드라마’, 우리는 그걸 운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상의 삶에 오랜 연륜이 있어 스스로 체득했거나, 깨어있는 의식의 소유자
라면 운명에 의한 자신의 기쁨과 슬픔, 또한 개인적 욕망이나 감정에 흔들림 없이
자기를 조율하게 되지요. 우리는 옛 교훈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경험 이전에 직관을
통해 사물을 통찰하는 <예지叡智>를 길러 자중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옹塞翁은 ‘변방에 사는 노인’ 이라는 뜻입니다.
중국 접경지역인 변방에 한 (현명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인에게는
애지중지하며 키워오던 뛰어난 말 한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말이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땅으로 도망을 가버리게 된, 뜻밖의 일이 생기게 되었지요. 그 사연을 전해
들은 이웃사람들이 찾아와서, 깊은 상심에 빠져있을 노인을 위로하게 됩니다.
그러자, 노인은 어찌된 일인지 슬픈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이웃들에게 말하기를,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웃사람들은
어리둥절했겠지요.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나자 노인의 잃어버렸던 말이 잘생긴 준마를 한 마리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귀중한 말 한필이 저절로 생겼으니, 노인의 말대로 슬펐던 일이
오히려 복이 되어 돌아왔던 것입니다.
다시 이웃의 사람들이 노인에게 와서, 이런 경사스러운 일이 또 있느냐며 부러움과
함께 기쁨에 들뜬 말들을 늘어놓았지요.
그러자 노인은 이번에도 다시 말하기를,
“이것이 장차 어찌 화 禍 가 되지 않겠소이까.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지요.” 하며 전처럼 별스럽지 않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노인에게는 ‘말 타기’ 를 퍽 좋아하는 장성한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말을 타던 중 그만 말에서 떨어져 <넓적다리뼈>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하게 되었던 거에요.
“꽈당!” ........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우환이 생기게 되자, 이웃사람들이 다시 노인을 찾아와서
이번에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몰려온 이웃집 사람들에게서 위로의 말을 듣고 난 후, 노인은 다시 이렇게 말을 했지요.
“이런 일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는가, 아마 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 ”
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하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습니다.
만일 젊은 어머니께서 아들이 불구가 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으셨다면 늘 이런 그늘진
얼굴로 노심초사勞心焦思, 자식의 일생을 지켜보겠지요.
평생 한 쪽 다리를 절면서 살아가야 하는, <장애자>가 되고 말았으니까 말입니다.
그 후, 노인의 아들이 그런 불행한 일을 겪은 지 일 년이 되었을 때 북방의 오랑캐 족이
전쟁을 일으켜서 쳐들어오게 됩니다. 그러자 마을의 청년들이 모두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아가 싸우게 되었는데 대부분 전사하게 되지요.
그러나 불구가 된 아들만은 다리를 쓸 수가 없어서, 전쟁에 나가지 못했던 이유로 마을의
청년들 가운데 죽음을 면하고 살아남게 되었던 것입니다.
노인의 말처럼 불행했던 일이 “복으로 바뀌어”,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지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회남자淮南子는 이렇게 매듭짓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데 그 변화가 이를 데 없고 그 깊이를 측량할 수가 없다.”
※ 원글은 <회남자淮南子: 이석호 옮김>의 내용을 각색하고 보충해서 올린 것입니다.
<명암明暗의 드라마......>
빛과 어둠, 절망과 희망은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 둘 사이의 가운데에 놓여서
이리저리 쏠리며, 갈등과 번민, 그리고 투쟁 속에 극복하며 살아가는 운명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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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ning through losing. 잃는 것을 통해서 얻는다.”
“잃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달리 얻는 것이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에머슨 수상록>에서
“화여, 복이 기대어 있는 곳이구나! 복이여, 화가 숨어 있는 곳이구나!”
“불행은 행복의 원인이 되고, 행복은 불행의 원인이 된다.”
앞으로 5일 정도면, 우리나라의 국정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대선>이
다가오고 있지요. 해방이후 <한국현대사>도 살펴보면, 인간의 운명처럼 ‘새옹지마’의
길흉화복을 겪으며 나아가는 역사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절대다수의 국민들은 독립, 즉 나라의 주권이 회복되길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겠지만 감격의 8.15해방이후, 당시 한반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모두
현대사를 통해서 알고 있으실 텐데요, 이처럼 인간 세상에서는 길吉한 일과 흉한 일이
연결 고리처럼 늘 서로 얽히며 순환하고 있는가 봅니다.
◆ 한국현대사: 1945년 ~ 2012년
36년간 일제통치→ 해방 → 혼란‧한국전쟁→ 휴전 → 이승만 독재→ 4.19혁명‧민주정부 →
5.16쿠데타‧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18년→ 10.26박정희 서거 ‧ 서울의 봄 → 5.18광주사건‧
전두환 군사정권 등장→ 6.29선언‧직선제 개헌 → 노태우 집권→ 김영삼 문민정부 탄생 →
1997년 IMF(외환위기) 발생→ 김대중 정부 등장 → 참여정부 → 이명박 문민독재 정권 등장
→ 2012년 12월 19일 대선: 개혁적인 민주정부 등장 or 유신망령 부활? ........
일부 대중이 미망迷妄에서 깨어나거나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일심一心이
되었을 때, 이 어두운 <악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지리라고 봅니다. 1910년 이후,
지난 백 년간 안팎으로 고난이 많았던 민족이었기에, 이제는 ‘시대에서 시대로’
광명이 계속해서 (백 년간) 이어질 수 있기를 빌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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