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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의 담쟁이를 듣는 사연

| 조회수 : 1,944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08-14 17:01:45

 

 

 
어제 낮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다음 주에 미국으로 떠나는 ,라틴어라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언어로 인해서 만나게 된  경임씨 그녀가 떠나기 전에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요 한 자리에서 거의 4시간을 앉아서 먹다가 이야기하다가 아예 음식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이야기에 몰두하다가
 
참 묘하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멋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가 쓴 시를 안치환의 노래로 만들어진 담쟁이에 대해서 듣게 되었지요. 오래 전 그의 노래를 들으러 실제로 몇 차례
 
콘서트장에 가기도 하고, 음반을 사서 듣던 시절이 생각나서 오늘 아침, 그리고 화요일 모임의 아이들과 로마전에 다녀오고 나서도
 
피로를 푸느라 단잠을 자고 나서 다시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듣게 되네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인연이 생기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고, 가끔은 확대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고통의 인연이 되기도 하는
 
묘한 물결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하지요. 그녀와는 그녀의 시를 인용한 한 저자가 보내준 한 권의 책이 인연이 되어 책날개에
 
첼로를 배우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라틴어를 배우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서 라틴어에 끌렸던 그녀, 제가 라틴어를 공부한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는 연락을 해와서 만나게 되었지요.
 
수화기 너머로 라틴어에 관한 문의를 듣고 아니다, 나는 라틴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그냥 마무리하고 말았을 수도 있는 통화였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말을 통해서 그녀 자신이 궁금해져서 이야기를 더 이어가게 되고, 만나게 되고, 그 뒤로 여러가지 인연이 이어졌지요.
 
그녀가 시집을 두 권 낸 시인이란 것, 그녀의 내밀한 사색이 한 권의 아포리즘이 되어 나온 것은 나중에 알게 된 일이고
 
어제 담쟁이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로 인해 오래 전 안치환의 노래 그 중에서도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들이
 
특별히 마음을 끌어서 시를 바탕으로 만든 음반을 사서 듣던 시절을 회상하게 되네요.
 
대낮 조용한 음식점에서 그동안 제 안에서 봉인되어 있던 이야기들도 풀려나오고, 봉인을 풀어서 이야기하는 일에 크게 저항을 받지
 
않았던 시간의 밀도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열고 무엇을 열지 못하고,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하고요.
 
 
그녀와 보낸 시간을 정리하려고 하자 떠오른 화가는 모네가 아니고 마네였습니다. 아마 이 화가, 마네의 모델이 된 이 화가의 이미지가
 
떠올라서 그랬을까요? 
 
같은 전공이고 소설에 대해서 갖고 있던 뜨거운 마음이 통해서였을까요? 우리는 이야기하던 중 소설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해서
 
갑자기 악수하고 싶은 기분이 되기도 했지요.
 
그녀가 먼 길을 떠나고 돌아오는 그 사이에 어떤 기록을 남기고 무엇을 느끼고 돌아올 지, 그리고 돌아온 다음 무엇으로 서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어제는 오랫만에 한의원에 간 날이었습니다 .진료를 받고 나오기 전 한의사님이 구한 여러 권의 책중에서 먼저 읽어도 좋다고 해서
 
살림 총서중 아직 구입한 사람이 읽지도 않은 책을 빌려오면서 사람이 맺게 된 귀한 인연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고 점심 먹는 자리에서도
 
그 책을 꺼내서 보여주면서 ( 두 사람도 서로 아는 사이라서요 )  자신의 분야이외에 대한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비극, 세익스피어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시인의 시와 아포리즘과의 만남, 이렇게 해서 제겐 아주 오랫동안 봉인된
 
세계가 다시 열리고 안에서 들끓는 소란을 잠재울 것인가, 이것을 확 열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그 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한동안 수선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 동요를 느끼고 있는 날, 안치환의 노래가 오래 전으로 시간을 거스른 여행에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늘재
    '12.8.16 6:46 PM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중략~~~~~~~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전 이 詩가 생각나서~~ㅎ

    인터넷으로 늘 무한 만남의 장이 펼쳐져 있지만...
    결국은 가로의 넓이 보다,,,
    세로 깊이의 만남으로 이어지는것 같아요...

    자석엔 흙이나... 나무가 아닌
    철 성분을 가진것들만 끌어 들이듯이 말입니다...ㅎ

    덕분에 안치환이 불렀다는 담쟁이 만납니다....

    근데 말이죠...
    도종환 詩가 교과서에서 빼라고 한답니다...
    몇 몇의 정치색을 상징할수 있는 詩語 때문이라나요!!

    참 "벽" 같은 사람들이죠??ㅎ

  • intotheself
    '12.8.18 2:51 AM

    하늘재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저는 하늘재님 글과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답니다.

    그러니 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음을 담아서 보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아닐까요?

    안치환이 부른 노래의 시인을 알게 된 것도 묘한 인연이었습니다.

    아마 그녀가 내년에 돌아오면 우리는 또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하늘재님이 언젠가 리플로 이야기해주신

    하다가 말면 하는 만큼은 남는다는 말이 (정확한 기억은 아니어도 그런 취지로 )

    제겐 무엇을 새로 시작하면서 늘 힘이 되는 말이 되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전하곤 하지요

    말의 감염력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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