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에 이어 두 번째 다규멘터리, 순서로 하자면 더 먼저이겠지만요
비오는 일요일 아침, 빗소리를 반주삼아 보았습니다. 보고 나니 얼얼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가볍고 명랑해서 인생에 대한 고뇌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속단하고 어느 순간 멀리했던 모짜르트에 대한 오해에
순식간에 녹아버리는 느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영화를 극장에서 여러 번 보고 그 이후에도 다시 기회가 되면 동영상으로 또 보던 아마데우스가
제게 남긴 후유증중의 하나가 잘못된 각인이 되어 그에 대해서 이상한 편견을 갖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고요.
개인적으로는 진정으로 좋은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그 이외의 영역에서도 좋은 글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탐색의 에너지를 폭발시켜서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세계로 마구 끌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앙드레 보나르가 예상치도 못한 책을 구해서 읽어보도록 저를 휘드르는 것처럼 모짜르트를 찾아서도 한동안은 그런 역할을 하게 만들 것 같은 기분좋으면서도 약간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왜 불길하냐고요?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헤매게 만드는 양가감정을 불러오는 사태가 생기기 쉬우니까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 새로운 일은 역시 소나티네 책을 뒤적여서 모짜르트 곡을 하나 찾아낸 것입니다.
악보가 어려워 보여서 평소라면 시도를 못했을 연습을 조금씩 해보게 된 것도 변화중의 하나이겠지요?
다음 레슨 시간에 조금 더 배워서 다른 곡 연습하는 중에 조금씩이라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하나의 변화라면
다른 하나의 변화는 모짜르트의 밤을 아이들과 함께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가능한 아이들은 이 중에 나오는 곡은 연주하기도 하고, 성악하는 제자가 군대에서 제대했으니
초대해서 함께 아리아를 들어보는 시간은 어떨까 상상을 하게 되네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불편하게 왜 일을 자꾸 만드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 모르지만
이것은 물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일이 가져다주는 생기와 활력은 준비의 노력에 비하면 훨씬 강한 에너지가 있어서
하면 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의 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랍니다.
모짜르트와 만나고 나서 보고 싶어진 화가는 마티스입니다.
물론 늘 같은 짝으로 그림과 음악을 연결하는 것은 아니고요,오늘은 문득 그의 그림이 저를 불러내는 느낌이 드는 날이라서요.
나도 모짜르트를 좋아하는데 이런 곡을 들어보면 어떤가,이런 오페라를 추천한다, 이 음반이라면 자신있게 권한다
이런 뒷이야기들이 무성한 공간을 상상해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