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이 현충일, 그래서 음악 레슨을 쉬게 되었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몸살로 악기에 손도 못대고 있던 중이라
쉬는 날이라서 다행이라고 은근히 안심을 했기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번 수요일의 레슨에 대비해서 연습을 하려던 중
갑자기 왼손에 이상한 통증이 와서 피아노는 그럭 저럭 칠 수 있는데 바이올린을 쥐는 순간 아파서 움직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수요일 레슨을 혹시 모르니까 여유있는 금요일 오후로 미루어 놓고 사정을 보려고 했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맞은 침으로 상태는 조금씩 호전이 되어도 역시 악기를 손에 쥐는 것은 어려운 상태, 그렇게 한 주 두 주
연습을 못하다 보니 꾀가 생기더군요. 이 김에 조금 쉬어가나 하는 유혹도 생기고요.
이런 목소리가 위험신호라는 것은 그동안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여러 차례 겪은 것이라서 갑자기 긴장이 되었습니다.
유모레스크에서 멈추고는 잘 나가지 못하는 진도가 아마 부담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고, 새로 시작한 오카리나가 재미있어서
자꾸 손길이 거기로 가는 바람에 한정된 시간에 여러 가지를 하기가 부담이 되는 것도 있고 ,이런 식으로 분석을 하기 시작하니
정체감이 제게 주는 스트레스 단계라는 것을 알겠더군요.
준비가 미비한 상태로 그냥 가서 부딪히면서 어려운 시기는 그대로 견디는 것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약간 무거운 마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사정을 이야기하고 한동안 쉬었으니 처음부터 다시 악보를 보고 싶다고 부탁을 해서
스즈키 3번의 여러 곡을 다시 연습하고 유모레스크, 그리고 그 다음의 가보트까지 복습을 마치고, 새로 바흐의 곡 초견을 하고 나니
역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소나티네 곡의 초견을 하고 나니 뭔가 기분이 뿌듯해지면서 마음속의 유혹에 대처하는
힘이 조금은 커진 기분이 듭니다. 집에 와서 요요 마의 실크로드 곡을 들으면서 뷔야르의 그림을 찾아서 보는 중입니다.
보나르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뷔야르를 쌍으로 보아야 그림보기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이것도 저 나름의 일종의 의례인데 나쁘지 않은 느낌이네요.
갈등하는 마음을 이기고 길을 나선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고른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