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여행은 벌써 10번도 넘게 해서 이제는 훤히 그 길까지 눈을 감고도 기억해 낼수 있지만
그래도 심신이 피로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면 늘 생각나는 여행지입니다.
한폭의 수채화같은 풍경이 그렇고
깊고 푸른 바다는 엄마의 품 처럼 그렇게 저를 오라 부릅니다.
거제도 여차바다.
워낙에 '거제도' 하면 몽돌 해수욕장이 유명합니다.
TV며 CF며 매체에 많이 소개되어 유명세를 탄 덕에
이미 자연의 아름다움 보다는 여느 관광지나 다를 바 없이 노래방이며 모텔이며 성행한다지만
아직..
여기 여차바다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 바닷가의 모습을 그나마 간직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은 휴가철이 아니라 한적한 방파제.
휴가철에는 이곳에 긴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들도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눈 닿는 곳이 모두 12폭 병풍처럼 너무 황홀하게 아름답습니다.
기암절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눈이 시도록 아름답습니다.
요새 미역 채취하는 시즌이라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 건조작업 모습입니다.
팔순이 넘은 해녀가 깊은 바다에 들어가 채취해온 미역을 바닷가에 널어놓으면
그 다음 몫은 이녀석 이랍니다.
도시에서 기르는 깔끔하고 예쁘게 멋을 낸 강아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견종이 확실해 보이지도 않는 강아지
찻길에서 다리를 다친 것을 팔순의 해녀가 데려다 먹이고 보살피고 키웠더니
어느새 노 주인의 소중한 미역을 지키는 밥값을 한다고 합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저 눈빛 포스에 질려서 어디 외지인들 미역 근처에 구경이라고 갈 수 있을까 싶네요.
와우...
미역이 궁금해서 가까이 가던 중.. 역시나 밥값은 제대로 하는 견공.
줄행랑을 쳐서 온 곳은 낚시배들이 정박해 있는 선착장입니다.
가족단위로, 회사단위로 요새 배 낚시들 많이 한다고 합니다.
숭어, 고등어, 아지.. 할 것 없이 물 반, 고기 반..
그 짜릿한 손맛에 젊은 연인들도 많이 찾는다네요.
제가 1박한 곳 입니다.
상호는... 가려주는 센스
거제 여행을 갈때 마다 꼭 찾게 되는 곳 입니다.
겉만 번지르르 화려한 그래서 가격도 번지르르 부담가는 펜션이 아닌.
내 집처럼 쉬어갈 수 있는 곳.
성수기를 앞두고 발코니 팬스를 원목으로 바꾸는 작업중이라고 합니다.
작업중이라 묵어갈 수 없다는 것을 괜찮다고 우겨서 하룻밤 머물렀습니다.
펜션 옆으로는 이용객들을 위한 텃밭도 있습니다.
상추, 파, 옥수수, 깻잎..
자연이 키운것이라 그런지 훨씬 싱싱해 보입니다.
저 거꾸로 박아놓은 소주병은 두더지 퇴치용이라고 합니다.
이곳 횟집은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지 않습니다.
뭐랄까..
자연의 섭리대로 장사를 한다고나 할까요?
대부분 낚시배를 겸업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새벽에 일찍 배를 타야 하는 관계로 일찍 문을 닫는답니다.
요렇게 간단하게 테이크아웃으로 자연산 회를 즐깁니다.
저 거제 미역과 묵은지 위에 살아있는 성게알을 넣고 싸 먹으면...
자연의 맛이 그대로 입 안 가득 느껴집니다.
도심의 횟집에서 나오는 고급 회 와는 색감부터가 다르고 질감 부터가 완전 다른 싱싱한 회.
거제의 바람과 햇볕이 키운 싱싱한 상추 밖에 곁들임 음식이 없어도..
둘이서 평소 주량보다 과하게
소주3병, 캔맥주 6개를 비우고도 다음날 조금의 두통도 없이 개운하게 눈을 떴다는..
맑고 깨끗한 공기와 신선한 먹거리가 얼마나 우리 몸에 많은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요새 수학여행 시즌이라 그런지 곳곳의 관광명소에는 관광버스들이 즐비합니다.
날이 흐려서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담지는 못했네요.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에도 감사하는 여유가 생깁니다.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저 오리배를 탈 수 있을까요?
이제는 무릎 관절이 시려서 구경하는게 더 좋아지는 오리배에도 잠시 시선을 줍니다.
거제도 가실 기회가 있으시면..
외도나, 바람의 언덕, 포로 수용소, 몽돌 해수욕장 같은 유명세를 탄 관광지 보다
이 한적한 여차바다 한번 들러보세요.
바쁘게, 치열하게, 뒤도 안돌아 보고 달려온 내 시간들을 조용히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