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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단풍 초입~

| 조회수 : 965 | 추천수 : 12
작성일 : 2006-09-29 16:16:01

염초봉[1].jpg


 뿌옇게 흐린 가을 아침~


한 주일 만에 다시 짐을 싸갖고 나섰습니다.


싱그러운 기운이 오늘의 멋진 산행을 예고하는듯합니다.


 


산행 들머리에서 발견한 감나무엔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고


잎사귀도 울긋불긋 꼬까옷으로 단장했습니다.


아니 벌써??


  


염초봉_(1)[1].jpg


 산길로 접어드니 내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네요.


 


도심속에 묻혀 지내다보니 한 주일 사이에 이렇게 자연이 변화한줄은


전혀 모르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을은  저 만치에서 서성거리는가 했는데..


 


염초봉_(2)[1].jpg


 북한산성의 여러개 문들중에 하나인 水門이 있던 자리입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졌던 문은 을축년 대홍수(1925)때 무너져 사라지고


지금은 산등성이에 성벽 끝자락만이 유일한 증거로 남아있습니다.


 


염초봉_(3)[1].jpg


 


염초봉_(4)[1].jpg


 오늘도 개 혓바닥 내밀듯 헉헉대며 올라온 원효릿지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앞에서 선행한 일행 4명이 앉았는데 시끄럽기가 원...


 


그 중 제일 나이들어보이는 이가 제일 말이 많아서 짜증 지대롭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앉았다 간 자리엔 사과껍질에 휴지.. 휴우~~~~~저걸$^%*&!~~~!


 


염초봉_(5)[1].jpg


 안개낀 산엔 시계가 낮아서 맞은 편 의상 능선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검으스레 보일뿐..


해가 없어 오르기는 좋아도 경관을 전망하기엔 영 아니올시다~


 


염초봉_(6)[1].jpg


 원효봉 마지막 피치!


일단 한 숨 돌립시다~


 


염초봉_(9)[1].jpg


 어떠셔요?


벌써 이만하면 단풍이 웬만큼 들었죠?


 


이 곳에서 바라보는 염초릿지는 그 기상이 장관입니다.


용트림하며 솟구쳐 올라가서는 삼각산의 정상 백운봉을 이루고 하늘을 향해


승천할 것만 같습니다.


  


염초봉_(10)[1].jpg


 왼편의 성벽을 끼고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는길.


몇년전만해도 이 곳은 한적했었는데 이젠 신작로로 변해버렸습니다.


 


하긴 이 까메오도 처음 왔을 땐 쫄아서 염초봉 앞에서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이젠 타인을 리드할 만큼 성장(?)할 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왔지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사고도 많이 생기고, 쩝쩝....


 


염초봉_(11)[1].jpg


 고 예쁘던 담쟁이덩쿨도 빨갛게 수줍음을 타고 있어요^.^*


 


염초봉_(12)[1].jpg


 


염초봉_(13)[2].jpg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염초릿지를 할 차례입니다.


근데 왠 소방관 아자씨들?


 


"무슨 일 있어요?"


"네, 실종자를 찾아갑니다"


"네에? 여기서 무슨 실종자가 생깁니까?"


"그저께 책바위 아래에서 실종됐다는 보고가 있어서 갑니다~"


저런.........


 


그저께라면 벌써 이틀이 지났을텐데 실족하여 낙상을 입었을 게  분명하고,


어쩌나..


얼마나 아프고 배고프고 의식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속히 구조받았다는 좋은 소식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염초봉_(14)[2].jpg


 직벽을 우회하여 올라가는 길~


 


오늘은 관리공단에서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조용한 것이


그저께 발생한 실종자 수색을 위해 떠난 것이 분명한 듯 보입니다.


 


조심해야지이~~~


 


근데 앞에서 말 많다던 그 사람. 아니 그 인간...


머리가 허옇지만 내 나이정도밖엔 안되보이던 그 인간...


 


내 앞에 올라가더니 저 소방대원과 얘길 나누면서 하는 말


"그저께 실종된 사람을 찾긴 뭘 찾아요! 며칠 지나서 까마귀떼가 나타난 곳에 가면


뼈만 남아있을텐데.."


 


허걱!@#^%&(*)~


저 시끼가 사람이야? 인간이야?


말문이 막혀 숨도 안나옵니다.


그런데 함께하던 일행 세 사람은 깔깔호호~~~


...................................


 


'좌우당간에 나한테 걸려만 봐라 죽여버릴거다!'


 


염초봉_(15)[3].jpg


 길게 드리운 연줄같아 보이는 성벽의 문양을 뒤로한채


조심 또 조심 한 발짝씩 딛고 오릅니다.


 


염초봉_(16)[3].jpg


 벌써 한 분이 초보자인듯 한 동료를 위해 자일로 확보를 봐줍니다.


 


염초봉_(17)[3].jpg


 그 틈에 까메오는 신속하게 책갈피 사이를 헤짚고 착지 완료!


 


염초봉_(18)[3].jpg


 위로 향해 올라갈수록 단풍의 빛깔은 더욱 선명해지고


점점 더 많은 나무가 그 대열에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염초봉_(19)[3].jpg


  오른 편 바위 아래가 그 유명한(먼 산방에서만) 여우굴이 있는 계곡입니다.


오늘도 그 코스로 오르는 이들이 있군요^^


 


염초봉_(24).jpg


 책바위, 말바위도 위험하고 어렵지만 이곳 가운데 실 무늬처럼 뵈는 여기도 실은 만만치 않은 난코스~


홀더가 곳곳에 있지만..


 


바위란 게 참 이상합니다.


어떤 날은 어렵게만 느껴져 힘들게 올랐어도 다음 번엔 거의 어려움을 못 느낄 정도로 가쁜히 오르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 힘 하나 들지않아 우습게 여겼던 곳도 어느 날엔 무척 낯설고 미끄러지고 당최 힘이 많이 들어가지요.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 다 똑같은 자세가 나오지않고 발디딤도 제각각이랍니다^^ 


 


Untitled-1_copy.jpg


  


염초봉_(25).jpg


 오늘은 나 혼자만의 단독 산행이니만큼 사진도 많이 찍고 쉬엄쉬엄 가자니 여간 편한 게 아니네요^^


 


또한 단풍초입에 들어선 산의 모습은 일 년에 이 가을 한 철뿐이니까


눈에 담고 또 담고 담아도 아쉽기는 한이 없습니다.


 



염초봉_(26).jpg


 뜁바위~


이 곳을 촬영한다고 하면서 번번이 놓쳤던 곳.


 


일 미터 남짓하게 떨어져있는 바위 사이엔 아가리가 함지박만큼 벌어져있어


일명 뜀바위라고 부른답니다.


 


나 원 참.........기도 안 찰 일을 여기서 당했습니다.


이 사진을 찍는 날 보고


그 인간 왈  "사진은 찍어서 뭐해요? 인터넷에 다 나와있는데~"


너 잘 걸렸다~


"내가 사진 찍건 말건 당신이 왠 참견이야?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건 말건?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한 마디에 끽 소리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더군요.


일행들 보기에도 창피했겠지요.


 


으유~ 정말이지 매너없고 개념없는 짜식은 한방에 지질러버려야합니다~


 


염초봉_(27).jpg


 돌이켜 보니 예쁜 들국화가 바위 틈새에서 피었습니다.


저 꽃도 내 말을 들었을 걸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염초봉_(28).jpg


 말바위!


오늘도 말 엉덩이 사이에 손을 비집어넣고 이럇!


올라탔습니다.


 


그 쨔식은 바라만 보고 아래로 살살 기어가는군요^^


 


염초봉_(29).jpg


 방향을 바꿔가면서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답기가 그지없네요~


자연의 솜씨를 흉내낸다며 창작하는 예술가님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염초봉_(30).jpg


 멋지죠?


헤헤헤ㅔㅔㅔㅔ


 


염초봉_(31).jpg


 이제 마지막 종점에 다다랐습니다.


남은 건 하강~


백운봉위에는 오늘도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염초봉_(32).jpg


 자일을 사리면서 바라다본 백운봉 절벽과 바위틈에 피어난 단풍모습.


 


염초봉_(33).jpg


 


염초봉_(34).jpg


 


염초봉_(35).jpg


 인수봉과 그 꼬리 설교벽~


 


염초봉_(36).jpg


 숨은벽 능선은 작은 공룡능선과 같고~


삼각산에서도 가장 일찍 가을이 오는 숨은벽 계곡엔 벌써 단풍이 한창입니다.


단풍나무만 빼고^^*


 


염초봉_(37).jpg


 


염초봉_(38).jpg


 인수봉의 위용은 국내 어느 바위도 따를 수 없을듯..


 


염초봉_(39).jpg


 숨은벽 계곡을 내려오면서 염초릿지를 바라보니 개구멍이 보입니다^^


그 옆으로는 하강 코스.


 


염초봉_(40).jpg


 바위 틈틈이에는 단풍이 서로를 향해 얼굴을 붉히는데.


 


염초봉_(42).jpg


 


염초봉_(43).jpg


 다 내려왔습니다.


반겨주는건지 겨울 양식 마련을 위해서 나온 청솔모를 만났습니다.


 


이 놈 청솔모는 사람도 무서워하질 않습니다.


친구 얘기 한 토막.


골프장에서 걸어가는데 앞에서 탁!하고 잣송이가 떨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일행이 집어들었는데 뒤이어 청솔모가 등장~


일행은 열매를 들고 다음 코스로 가는데 이 청솔모놈이 따라오더라는군요^^


돌맹이를 던져도 계속..........


 


염초봉_(44).jpg


 이제 산행을 마쳐야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요?


잊어버렸던 구수하고 깊은 이 향기는 분명 이효석이 말한 '갓 볶아낸 코오피 향'입니다.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나오는 대목이지요.


산행의 대미를 낙엽타는 냄새와 더불어 함께함은


내겐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이 가을 낙엽 한 장 주워다 집안에서 태워보셔요~


온 집안이 가을 내음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BGM:Eleni Karaindrou - Landscape in the Mist(Adagio)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문사랑
    '06.9.29 7:11 PM

    구경 잘합니다.
    단풍도 이쁘고,,오늘 저는 콩이 노란색을 보고,
    들판의 황금빛을 보고 가을 느낍니다..
    너무 좋은 곳에 다녀 오셨네요..

  • 2. 안나돌리
    '06.9.29 7:17 PM

    오늘..
    우리 거북이는 원효봉을
    다녀 오면서 눈앞에 펼쳐진
    염초봉을 감탄하며 바라 보았는 데...

    함께 산행한 듯이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조심하셔요^^ ㅎㅎ

  • 3. 밤과꿈
    '06.9.29 7:42 PM

    원효봉엘 다녀오셨군요.
    에고~ 하마터면 조우할뻔했군요^^*

    벌써 가을이 깊어가지요?
    거북님들께서도 안산과 즐산하셔요~

    단풍이 깊어질 때쯤에 부왕동 계곡 한번 같이 가시겠어요?

  • 4. maYa
    '06.9.30 2:13 PM

    와우...제가 좋아하는 카라인드로우 음악이라 걸음이 멈췄네요.
    영화도 보기 전에 반했던 음악이라서요..
    가을 초입 풍경들도 마음이 짠해지네요...음악과 그림 감사히 보고 갑니다^^*

  • 5. 젊은 할매
    '06.9.30 8:14 PM

    주는것 없이 밉쌍인 그짜아씩들 속 시원하게 잘 쏘아주셨네요. 사람같잔은겄들!
    눈에 익은 북한산경치 잘보았읍니다.

  • 6. 딸기
    '06.10.1 11:41 AM

    벌써 가을이군요 잠시 음악을 들으면서 상념에 잠기곤합니다

  • 7. 여행자
    '06.10.1 6:43 PM

    82에 들어오면 가을도 느끼고 맛있는 음식과 정성도 느끼고 좋은 음악도 들을수있고.. 넘..좋네요
    얼마전에 아는이의 소개로 들어와 보았는데 이젠 날마다 이렇게 ..... 돌아다녀요

  • 8. 지원
    '06.11.15 3:41 PM

    조난자를 찾았는지 모르겠네요...
    bgm이 너무 애잔하게 들려옵니다
    항상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조심조심 다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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