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에 들어가서 일요일 밤에 안나돌리님께
화요일에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겠는지,전화드리겠다고 메모를 전하긴 했지만
실제로 가능할 지는 잘 몰랐습니다.
어제 늦은 시간 연락을 했더니
아침 운동끝나고 시간을 내줄수 있다고 해서
오늘 발걸음도 가볍게 집을 나섰지요.
디카를 배운지 세 번째인데도 제겐 너무 오리무중이라 마음속이 답답한 상태였거든요.
집에서 나갈 때 챙겨서 들고 간 책 제목도
윤광준의 아름다운 디카 세상과 박영택의 미술전시장 가는 날이니
오늘 나들이와 얼마나 잘 매치되는 책인지요.
지하철에서 두 권을 번갈아가면서 읽었습니다.
박영택의 글은 이미 식물성의 사유란 책에서 만난 적이 있었고
신뢰하는 미술평론가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전시장에 가서 만난 화가들의 그림을 소개하는 글에서
어라,참 좋다 하는 화가들이 여러 명 있었지요.
그 중 한 명이 이수동입니다.


반쪽이님이랑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약 15분정도 미리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는 여유있게 그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보았지요.
미술전시장 가는 날에서도 바로 인사아트센터에서 찍은
저자의 사진이 여러 컷 있었는데 그는 어떤 각도에서 이 사진을 찍었을까
처음으로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사진을 보기도 했지요.
그러니 관심에 따라 눈이 얼마나 다른가 실감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인사아트센터에서 뜻밖의 그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곳 전시장은 미리 무슨 전시를 하는지 모르고 가도
늘 기대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개의 전시가 무료이기도 하지요)
정말 고마운 장소라고 할 수 있답니다.
봄날 ,그 그리움이란 제목으로 화가 이인옥이 열고 있는 전시는 그림속의 평화가 마음에
와 닿고 그림속의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플래쉬없이 사진을 찍어도 좋은가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군요.
제가 이제까지 본 전시중에서 가장 작품이 많이 팔린 전시장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의 갤러리가 인터넷에 있는지 물어보니 아직은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그림을 화요일마다 보러 다닌다고 하니
화요일 오전에 보는 전시가 한가해서 좋다고 하면서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손으로 하는 작업에 대해서 갖고 있는 애착에 대한 이야기도 조근조근하더군요.
그림을 보러 다니고 그림에 관한 공부를 하는 중이라는 말을 듣더니
카페 주소와 집주소를 물으면서
도록과 엽서도 그냥 주기도 해서 덕분에 기분좋은 그림을 들고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뭐가 잘못인지 집에 와서 들추어 본 사진이 올려서 함께 감상할 만한 상태가 아니네요.
애석하게도.
다양한 전시중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의 전시는 소설가 윤후명의 회갑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는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김원숙님의 그림과 시가 상당히 많이 전시되었다는 점이지요.
아니,이렇게 반가울 수가 하면서
즐겁게 돌아다니면서 보았습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고 있는 그녀의 그림인데요
물론 같은 그림은 아니랍니다.


전시장에서 안나돌리님과 연락이 되어서 인사동에서 만났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은 다음
옆에 바짝 앉아서 그동안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때에는 질문을 할 것도 없었는데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생기니 궁금한 것이 어찌나 많은지요.
오늘 이론적으로는 진일보한 것이 여럿 있었지요,
인사아트센터앞에 세워진 트럭 (전시장에서 나온 꽃다발을 싣고 있던트럭인데)
그 앞에서 실전으로 강의와 더불어 사진을 여러장 찍고
화원앞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여러 장 찍어보았지요.
아직도 너무 미숙하고 무엇보다도 배경처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이 서투르지만
그래도 갑자기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나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복습으로 책을 읽다보니
그 안에 있는 설명들이 갑자기 살아움직이는 기분이 든다는 것
얼마나 오묘한 일이었는지 가슴이 뛰는 기분을 맛 본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