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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사람이든 동물이든....

| 조회수 : 1,471 | 추천수 : 42
작성일 : 2006-02-23 01:28:58
산골의 요즘 날씨는 겨울이라 볼 수 없다.
물론 다른 곳에 비교하면 겁나게 추운 축에 들지만 눈이 허리까지 와서 고립되는 일이 아직 없으니 하는 말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난 음식물 찌꺼기를 누렁이에게 주려고 나섰다.
누렁이는 밭 언덕배기에 있으니 손전등을 들고 가야 한다.

손전등 들고 내려오는 길 바닥에 거뭇거뭇한 것이 보인다.

검은 서리태 콩을 그 밭에 심었었는데 다른 것들 먼저 추수하느라 일찍 추수하지 못했더니 성질급한 놈은 알아서 제 집을 박차고 나와 흙과 섞고 놀았었다.

줍는다고 주었지만 많이 흘린 모양이다.

생전 해보지 않은 농사 실력에 뙈앗볕에 업드려 모종키워 심고, 우박이 쏟아져 콩잎이 찢어지면 산골가족의 마음도 함께 찢어졌던 시절을 생각하면 그것은 이미 그냥 콩이 아니다.

손전등 불빛과 나의 작은 도끼눈에 의지해 콩을 줍는다.
그 어둔 겨울밤에 이게 무슨 짓인지...

그러나 약 하나 안주고 콩을 키운 생각하면 당연한 '달밤의 체조'인지도 모른다.

이리 저리 밭을 뒤지며 다니는 내 모습에 내가 웃는다.

얼마를 주웠을까.
조금만 더 주우면 한 끼는 우리 식구 잘 먹겠다 하는 생각을 하다 바쁜 손을 멈추었다.

'왜 내 식구 입만 생각했을까, 매일 아침 창호문까지 와서 산골가족에게 모닝콜을 해주는 그 예쁜 새들 생각은 왜 못했을까'

바삐 줍던 손을 멈추고 내려왔다.
나도 먹고, 새들도 먹고 벌레도 먹어야 하겠지.

그래야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들은 최신 유행곡으로 산골가족들의 귀를 더욱 즐겁게 해줄 것이고...

사람이즌
동물이든 오가는 것이 있어야 끈끈해지는 것을....

(사진은 일전에 눈이 왔을 때의 산 속의 보금자리  모습입니다. )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안나돌리
    '06.2.23 6:10 AM

    오랫만입니다.
    하늘마음님...
    감동스러운 잔잔한 님의 글에
    이 아침에 행복한 마음을 가득 담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2. 하늘마음
    '06.2.23 11:04 AM

    잘 지내시지요??
    네 오랫만에 오게 되었네요.

    이런 저런 일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산중생활이었습니다.

    점점 봄기운이 산골을 점령하려고 기 싸움을 하고 있어요.
    곧 겨울이 봄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겠지요.

    마당 꽃밭에 가보았는데 아직 숨소리만 들릴뿐 싹은 안나왔습니다.

    좋은 하루지으시고 늘 행복하세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3. 이니스프리
    '06.2.23 8:04 PM

    어디에 사시는지 물어도 되나요?

  • 4. 하늘마음
    '06.2.24 1:54 AM

    이니스프리님,

    안녕하세요??
    전 울진하고도 오지인 불영계곡 상류로 귀농한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우자고 우기는 남편을 쫓아 내려온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산중생활은 여러 가지로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 말고 자연이 큰 스승이 되었구요.

    정말 의미있는 산중살이 입니다.
    참, 작년에 '산골살이, 행복한 비움'이라는 책도 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눈이 적게 와서 저 정도이지 예전처럼 왔다면 오두막의 반은 눈에 잠겼을 것입니다.^^

    늘 평안하세요.

    산골 오두막에서 배동분 소피아

  • 5. 아티샤
    '06.2.24 2:09 AM

    그냥 그림삼아 보기에 하늘마음님 집 풍경이 너무 예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알콩달콩 사실려면 적잖은 어려움도 있겠지요...?
    늘 마음은 있으되 실천은 못하는 귀농생활...
    이제 아이가 있으니 더 간절해 집니다.
    어젯밤에도 통장 내놓고 남편이랑 한참을 얘기 했네요.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울 아가 푸른 자연에서 맘껏 뛰어다닐 수 있게 해줘야할텐데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6. 하늘마음
    '06.2.26 12:57 PM

    아티샤님!
    귀농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사람이 어디에 살든 어려움은 다 있습니다.
    둘이 벌었던 서울 생활에도 만족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만족으로 보면 산골에서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산골아이들 생각을 하면 남편의 결정이 정말 소중합니다.ㄴ

    어려운 점 있지요.
    그러나 도시에 살아도 어려움은 다 있기때문에 그리 생각해야 할 것같아요.

    잘 생각해 보면
    행복이란 어디에 있든
    그 속에 있는 자의 생각 차이입니다.

    서울에 잠시 왔는데 오두막이 그립습니다.

    늘 평화로우시길 빕니다.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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